기사입력시간 24.10.01 12:10최종 업데이트 24.10.0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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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일괄 수가 인상 주장, 의료민영화 부추겨 부적절"

서울의대 오주환 교수 "일부 단체 의대증원 주장도 의료비 증가→의료민영화 촉진 귀결"

서울의대 오주환 교수가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일괄 수가 인상을 주장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의대증원을 주장하는 일부 단체들이 의료민영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9월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개혁이 의료민영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료계의 지적이 쏟아졌다.
 
발제자로 나선 서울의대 오주환 교수는 지금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의료지출이 우리 사회가 감당하기로 어려운 수준을 향해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GDP 대비 의료비는 2022년 기준 9.7%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국 중 중위권에 위치해있지만 증가 속도는 1위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030년 16%, 2035년엔 20%에 달하게 된다.

오 교수는 이같은 의료비 지출 증가가 현실이 되려면 그만큼 의사가 더 필요하다는 점에서 2035년까지 1만명을 더 늘리겠다는 현 정부의 의대증원 계획이 의료비 증가 추세와 들어맞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같은 의료비 부담 증가는 사회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고 결국 의료민영화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치 않다는 게 오 교수의 지적이다.

현재 의료비 증가 추세 감당 불가능…의료비 효율적 지출 방안 찾아야
 
오 교수는 "12~13% 선에서 의료비 지출을 멈출 수 있게 의료 질을 높이면서도 효율을 기하지 않으면 공적 보험이 파탄 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갑작스레 의료민영화가 추진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미래 의료비 추가 지출분은 교육비, 국방비를 다 의료비로 돌려도 메울 수 없는 수준이다. 향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돈을 덜 지출하려고 의료계와 전쟁할 것이고, 민간의료보험은 공보험을 대체하겠다고 나설 것"이라며 "소비자들은 보건의료체계의 효율성을 높이란 주장을 본격화하다가 나중엔 비용 증가 없이 불만족 요인은 해결하도록 더욱 강력히 주문할 거고 그게 안 되면 보험료 납부 거부 운동까지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오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의협과 일부 단체 등이 의료민영화를 부추기는 부적절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의협은 (필수의료만이 아닌) 모든 분야에 대한 수가 인상을 주장하며 의료비 증가를 부채질하고 있다"며 "(의료계) 내부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제로섬 게임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전공의들의 투쟁을 계기로 기성세대 의사들이 나머지 부분까지 올려달라는 민영화를 부추기는 행진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의대증원을 주장하는 단체들에 대해선 “의사 수 증가는 의료비 증가로 이어져 의료민영화를 촉진하고 의료 질의 지속가능성을 저해시킨다”며 “의사가 미울 수 있단 점에서 심정적으론 이해가 가지만 이론적으론 옳지 않은 주장”이라고 했다.
 
김찬규 전 응급의학과 전공의.

사직 전공의 "정부 의료개혁 목적 필수의료 살리기 아닌 건강보험 재정 건정성 확보"

패널로 나선 김찬규 전 응급의학과 전공의도 “정부의 의료개혁 목적이 필수의료 살리기가 아닌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확보에 있다”며 사실상의 의료영리화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정부가 최근 내놓은 응급실 경증환자 본인부담금 인상 등의 정책을 거론하며 정부가 국민들에게 지금과 같은 의료 접근성은 유지한 채 필수·지역의료를 살릴 수 있다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전공의는 “의료비용과 건보재정의 지속성 관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건 알고 있고, 응급실 문턱이 중증환자를 위해 높아져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의료 소비자 입장에서 의료이용을 쉽게 하던 관성을 통제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표했다.
 
이어 “정부의 말대로 지금의 접근성과 편리성은 유지한 채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만 소생시키는 건 불가능하다”며 “현재의 의료이용 행태를 본인부담금이란 허들을 통해 높이는 건 결국 정부 주도 위에서부터 의료영리화가 아닌 의료소비자 내부로부터의 욕구로 인한 아래로부터의 의료영리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90%의 본인부담금을 낼 수 있는 사람이나 본인부담금까지 해결해 주는 보험상품을 든 소비자는 이전과 같이 응급실을 이용하겠지만,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은 경증인지 중증인지 판단할 수 없고, 아파도 응급실을 방문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허들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이어 “보험사 등은 이런 괴리를 해결해 줄 수 있다며 보험상품으로 해결책을 제시해 줄 것이고 이런 형태는 결국 담값을 올려 금연율을 제고해 보려 했지만, 흡연율 감소에는 별 영향을 끼치지 못했던 것과 비슷하게 흘러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의료 소비자의 의료이용에 대한 관을 이해하고 니즈를 해소시켜줄 수 있는 방향성이 담보되지 않은 채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만을 위시한 개혁은 예측할 수 없는 부작용이 산재할 것임이 자명하다”며 “명목상의 의료영리화가 아닌 사실상의 의료영리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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