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정권 기재부 아닌 의사 출신 청와대 비서관 주도, 체외진단기기 신의료기술평가 면제"
4차산업혁명위원회 헬스케어특위 이진휴 위원과 메디게이트뉴스 기자들과의 간담회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9일 의료기기 규제 개혁과 산업 육성안을 전면 발표했다. 보건의료 분야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은 지난해 8월 9일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발표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발표는 국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술에 한해 부처간 규제 장벽 해소로 요약된다. 인체의 생명을 다루는 만큼 안전성 논란이 상대적으로 적은 체외진단기기에 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 허가를 받은 다음 안전성과 유효성, 경제성 등을 두루 검증하는 신의료기술평가를 면제한다고 했다.
이번 정권의 규제 개선이 지난 정권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또 의료영리화를 추진하지 않겠다던 현 정권의 의지와 다른 것인가. 메디게이트뉴스는 대통령 직속 4차산업위원회 헬스케어특별위원회 이진휴 위원을 회사로 초청해 기자들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우선 "산업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규제 개혁을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규제도 매우 복잡하게 생각할 과제가 얽혀있다. 혈당을 측정하는 렌즈는 의료기기일까, 아니면 렌즈일까"로 화두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는 사안을 언론에서 두루 다뤄달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간담회 내용에 대한 주요 질의응답이다.
-역대 정권이 모두 규제 개혁이라는 말을 썼다. 현 정부의 규제 개혁은 역대 정권과 비교해 무엇이 다른 것인가.
"문재인 정부는 규제 개선이 아니라 '규제 혁신'이라는 단어를 썼다. 규제의 가장 큰 문제는 부처간 장벽에 있었다. 예를 들어 첨단 의료기기가 개발된다면 처음에 식품의약품안전처 안전성을 기반으로 허가를 받고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은 다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건강보험에 등재돼야 한다. 연구개발(R&D)과제부터 시작했다면 더욱 복잡해진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식약처와 복지부가 연결되면 서로 협조가 안된다. 그러다 보니 제품 허가와 제품 출시가 늦어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부처간 융합을 위해 대통령 직속 4차산업위원회가 생겼다.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식약처 등의 부처가 참여하고 있다. 민간위원들의 참여를 늘려 부처간의 규제 장벽을 제시하고 산업생태계를 조성하도록 했다. R&D부터 허가, 보험까지 모두 연동이 되도록 했다. 보건의료 분야는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하에 헬스케어 특별위원회를 만들어서 의료기기, 제약, 바이오를 아우르고 있다."
-지난해 8월 9일 문재인 케어를 발표한 이후로 대통령이 보건의료 분야에서 발표하는 것은 처음이다. 보건의료 분야 중에서 유독 의료기기를 부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맞물려있다. 기술 개발이나 산업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다. 사람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규제 혁신이 이전 정권과는 분명히 다르다. 의료기기기업은 매출액 1000억원이 넘는 회사가 10개가 안 된다. 그만큼 중소기업이 많지만 규제 장벽이 높다.
문 대통령은 6월 말에 규제 장관회의를 취소할 정도로 규제 혁신의 의지가 컸다. 각 부처간 벽에 부딪혀서 국민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삶의 질 개선이 쉽지 않았다. 이번에 의료기기 허가를 받지 않고 사용해 식약처로부터 고발을 당했던 김미영씨의 채혈없이 혈당을 측정하는 연속혈당측정기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연속혈당측정기처럼 인체 내에 사용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안전성 논란이 적은 체외진단기기의 신의료기술평가를 면제하고 허가 기간을 기존 390일에서 80일로 단축한다. 관련 부처와 식약처 복지부 심평원 보건연 등의 합의를 이뤘다. 앞으로 부처들이 실행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신의료기술평가를 면제한 배경은 무엇인가. 안전성에 우려가 생기지 않나.
"그동안 신의료기술평가를 풀어주면 위험하다고 했다. 시민단체나 의사들도 전부 반대했다. 산업을 위해서 일하다가 안전성이 무너진다고 했다. 이전 정권에서는 주로 기획재정부가 이런 역할을 하다보니, 주로 산업에서 드라이브를 걸었고 의료기기에 대한 전문성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일을 추진한 청와대 사회정책실 이진석 비서관은 의사 출신이다. 청와대 행정관은 보건복지위원회에 오래 있었다. 체외진단기기는 사람의 몸에서 나온 혈액, 소변, 타액 등으로 검사하는 의료기기다. 이들은 체외진단기기에 한해 선별적으로 규제를 푸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 복지부, 식약처는 보건의료 분야에 규제 개혁이 필요한 것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만큼 안전성과 관련된 것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체외진단기기를 별도의 법으로 분리시키면서 필요성이 부각됐다.
이와 별도로 식약처는 제품 안전성에 대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역량을 어느 정도 갖췄다. 문제가 생기면 실시간으로 보고하고 제품 회수를 요청할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규제에서 빠지게 되는 품목은 무엇일까. 가령 구글이 개발한 콘택트렌즈용 혈당측정기는 의료기기인가 아닌가.
"질문을 던져보겠다. 렌즈형 혈당측정기를 처방받으려면 안과를 가야 할까, 내분비내과를 가야할까 아니면 안경점에서 처방을 받아야 하나. 렌즈 자체를 부각하면 전국 1만개의 안경점에서 처방 받을 수 있는 대신 보험급여를 받지 못한다. 하지만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으면 병원에서 처방을 받거나 의료기기로 구입할 수 있고 6개월에 45만원의 보험급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이런 정책의 선택은 국민의 필요에 따라 달라진다. 안경사, 약사, 내분비내과 의사, 안과 의사 등의 역할이 맞물리면서 힘센 사람이 판매권리를 가져간다면 국민보다는 특정 이해집단의 힘의 논리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다. 이는 8월 말에 열리는 3차 보건의료 규제에 대한 해커톤의 주제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은 의료행위로 볼 것인가 아닌가. 사람의 행위를 줄여준다면 행위료를 기반으로 한 수가를 책정해야 하나 아닌가. 앞으로 이런 사례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언론에서 이런 아이디어를 미리 발굴해서 사회적인 공론화를 이끌어낸다면 앞으로 새로운 기술에 따른 혼란을 줄일 것이다."
-만약 기기가 잘못 작동하거나 부작용이 생기면 누가 책임을 지는 것인가.
"인공지능에서 관련된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의사가 진료에 최선을 다했다고 하면 과실책임을 묻지 않는다. 무조건 개발자가 책임을 지도록 한다면 새로운 기술이 개발될 수 없을 것이다. 책임은 개발자와 사용자 간 분담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새롭게 개발되는 가치에 대한 윤리적 기준을 생각할 때 답을 구하기 힘들다. 서로에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봐야 한다."
-규제 개혁 과정에서 시민단체, 소비자단체들이 반대가 커질 것으로 본다.
"요즘 보면 시민단체의 의견을 극복해나가기가 쉽지 않다. 스웨덴 등 북유럽이나 미국도 마찬가지 상황을 겪었다. ‘숙의 민주주의’라고 해서 사람들을 모으면서 의견을 하나로 취합할 수 있다. 논의에 참여하는 다양한 사람을 공개적으로 모집하고 신청을 받아 선발을 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 논의해볼 부분이 커진다. 해커톤도 이해당사자가 한 자리에 모여서 이런 주제로 토론해보는 데 의미가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원격의료 카드까지 꺼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원격의료는 기술적으로 필요한 곳들, 가령 병원의 접근성이 낮은 지역이나 도서벽지, 꾸준한 진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에 한정해야 한다. 하지만 원격의료는 의료전달체계의 아킬레스건이다. 일차의료기관이 소외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원격의료를 통해 서울의 상급종합병원으로 간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원격의료는 일차의료기관의 의견을 받아야 하고,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만약 의료계가 반대한다면 정부가 아마 예전처럼 강행하지 않을 것이다."
-적정수가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나.
"의료수가에 대해서도 합의가 이뤄질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이야기한 다음 의료계와 사회가 바라보는 적정수가에 대한 격차가 많이 줄었다고 본다. 그동안 의료계의 노력으로 저수가에도 열심히 진료해서 기대수명을 많이 높여놨다. 정부와 국민 모두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부는 의료비 상승률에 대해 감당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문재인 케어를 통해 건강보험 보장률을 확대해 의료비의 급격한 상승률을 막도록 기틀을 만들어야 할 때다.
보건의료계는 여러 이해당사자에 얽힌 일들이 너무 많다. 궁극적으로는 국민을 위한 가치 실현이어야 한다. 앞으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언론이 많이 나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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