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제40대 대한의사협회장에 출마한 후보자 6명은 모두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문재인 케어’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케어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2015년 기준 63.4%에서 70%까지 올리는 정책이다.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0%까지 올라가지 못하는 이유로 의료기관의 ‘비급여’를 꼽았다. 복지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22년까지 30조6000억원을 들여 의학적 필요성이 있는 3800여개의 비급여를 급여화한다. 이에 따른 의료기관의 손실분은 별도의 수가 보상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의료계는 비급여가 생긴 요인이 원가 이하의 저수가 탓이라며 문재인 케어 전에 수가 정상화를 주장했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의사 3만명(경찰 추산 1만명)이 지난해 12월 10일 문재인 케어 반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진행했다. 이후 의정협상을 시작한 의협 비대위는 25일 복지부가 의료계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고 일방적으로 문재인 케어를 강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에 따라 문재인 케어와 관련한 의협회장 후보자별 공약이 한층 보강되고 있다. 후보자들이 기자회견이나 인터뷰, 홈페이지, 보도자료 등에서 밝힌 문재인 케어와 관련한 공약을 살펴봤다.
후보자별 핵심 내용을 보면 ▲추무진 후보, 문재인 케어 '추무진이 케어하겠다’ ▲기동훈 후보, 보장성 강화 전에 '안전성' 강화부터 ▲최대집 후보, ‘오직 문재인 케어를 위해' 출마 ▲임수흠 후보, 문재인 케어 대항마 ’임수흠 케어‘ ▲김숙희 후보, 선시행 후보완 아닌 '선보완 후시행' ▲이용민 후보, 문재인 케어 '원점에서 재검토' 등이다. (후보자 순서는 공약별로 달라진다.)
추무진 후보, 문재인 케어 케어하겠다
기호 1번 추무진 후보는 “문재인 케어를 추무진 후보가 케어하겠다”고 밝혔다. 추 후보는 4대 핵심 분야 중 보험 분야에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저지를 내세웠다. 이에 앞서 진찰료 30% 인상과 종별가산 15% 인상을 주장했다.
추 후보는 “현재 3년간 매년 수가를 3% 정도 인상하고 3년 임기를 합쳐 10%의 수가를 인상한 성과를 올렸다”라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 개편과 총액 계약제 저지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추 후보는 “그릇된 정부 방침을 바로 잡고 의협의 뜻과 힘을 하나로 모아 슬기롭게 싸우고 현명하게 투쟁하겠다”라며 “적정수가 마련과 저평가된 급여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쟁취해내겠다”고 했다.
기동훈 후보, 보장성 강화 전에 '안전성' 강화부터
기호 2번 기동훈 후보는 보장성 강화에 앞서 의료 현장의 ‘안전성’ 강화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민에게 의료계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정부를 상대로 강한 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기 후보는 “의료 현장의 안전성 강화 없이 보장성만 강화하는 것은 환자에게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라며 “국민에게 안전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설득하고, 정부에 강한 투쟁으로 문재인 케어를 막겠다”고 했다.
기 후보는 “의료기관은 환자 안전을 위한 인력이 부족하고 감염 관리를 위한 재원이 지원되지 않고 있다”라며 “필수 진료과인 외과, 흉부외과에 이어 내과마저 지원이 미달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병원은 의료수익을 내지 못하고 적자 구조로 운영되다 보니 의사, 간호사 등의 인력을 더 뽑지 않는다”라며 “국민 건강을 위해 더 많은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 후보는 “의협회장이 되면 정상수가를 전제로 필수의료부터 급여화하겠다"라며 "건강한 의료보험 체계를 세워 국민과 함께 하는 의협을 만들겠다”고 했다.
기 후보는 “문재인 케어에 파생된 신포괄수가제(포괄수가제+재원일수에 따른 일당 가감지급), 예비급여(본인부담률 50~90% 급여) 등은 보장성 강화가 아닌 의료비 절감 대책에 불과하다”라며 “문재인 케어를 막겠다"고 했다. 기 후보는 “정부가 의료계와 소통하지 않는다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정부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최대집 후보, 오직 문재인 케어를 위해 출마
기호 3번 최대집 후보는 오직 문재인 케어 저지만을 위해 출마했다고 강조했다. 최 후보는 첫째도, 둘째도 문재인 케어 저지를 위해 의협회장 임기를 바치겠다고 했다. 최 후보는 '문재인 케어를 막을 단 한명의 후보, 문재인 케어를 막을 단 한번의 기회'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최 후보는 “문재인 케어는 의사들의 진료 행태와 국민들의 건강보험 이용 행태를 바꿀 정도의 커다란 정책”이라며 “이를 국민들에게 충분히 알리지 않고 졸속으로 추진하는 것을 막겠다”고 했다.
최 후보는 “문재인 케어가 통과되면 (비급여가 사라져) 의원의 30~40%와 대부분의 중소병원이 도산할 수 있다”라며 “의료기관이 문재인 케어에 파생된 신포괄수가제를 받아들이면서 진료 형태가 왜곡될 것이고, 초대형 병원만 생존할 것”이라고 했다.
최 후보는 “예비급여 도입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라며 "비급여 전면 급여화 대신 필수의료 비급여의 우선 급여화하고 수가 적정가치를 책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의료수가를 쟁취하고 대형병원 진료, 입원환자수에 비례해 의사를 OECD 평균 수준으로 고용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수흠 후보, 문재인 케어 대항마 '임수흠 케어'
기호 4번 임수흠 후보는 문재인 케어 대응방안으로 ‘임수흠 케어’를 제시했다. 임수흠 케어는 낡은 건강보험제도를 개혁하고 적정보장, 적정수가, 적정부담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임 후보는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는 64%의 낮은 건강보험 보장률과 OECD 평균 48%에 불과한 저수가, OECD 평균 이하의 낮은 건강보험료 부담 등 3저(底)로 인한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임수흠 케어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 후보는 “막연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가 아닌 필수의료의 90%를 건강보험으로 보장하는 제대로 된 적정보장이 필요하다”라며 “OECD 평균의 기본 의료행위에 대한 수가 보상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임 후보는 복지부의 예비급여 정책을 즉각 철회하고 예비급여과를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임 후보는 “복지부는 구체적인 해결책을 가지고 성의 있게 의료계와 협상에 임해야 하지만, 자신들의 길만을 가겠다고 한다”라며 “이렇게 되면 의료계와 정부의 파국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숙희 후보, 선시행 후보완 대신 '선보완 후시행'
기호 5번 김숙희 후보는 문재인 케어 관련 공약으로 ‘선보완 후시행’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보장성 강화 정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급자이자 전문가인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가 없었고, 국민 부담 증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재하다”라고 했다.
김 후보는 “예비급여 제도는 불필요한 의료 수요를 늘리고 획일적인 의료통제 시스템으로 의료 질 하락이 예상된다”라며 “보험료 인상이나 국고지원 증가 등 안정적 건강보험 재정 마련책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올바른 보장성 강화 정책이 이행되려면 재정 건전화 대책이 있어야 하며 비급여로 남는 부분에 대한 시장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이어 “의학적 비급여와 미용·성형 비급여 사이의 ‘중간 의료 영역’은 비급여로 존속시켜 국민들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김 후보는 “문재인 케어 이행을 위한 조건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절대 수용하지 않겠다”라며 “전문가인 의료계와 충분히 논의하고 그 의견을 반영할 것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용민 후보, 문재인 케어 '원점에서 재검토'
기호 6번 이용민 후보는 문재인 케어의 재정 추계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케어는 차기 정부에서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발간 보고서를 보면 문재인 케어를 시행하면 2020년 건강보험 적자 19억원을 기록하는 데 이어 2030년에는 100조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발표했다”라며 “복지부 산하기관인 보사연이 발간한 이 보고서는 논란 탓인지 현재 삭제됐다”라고 했다.
이 후보는 “문재인 케어는 의료계의 근본적이면서도 고질적인 문제를 외면한 포퓰리즘 정책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이어 “보험료를 충당하는 젊은층 비중은 줄고 보험료를 사용하는 노인 인구비중은 늘어나는 고령화 시대가 도래했다”라며 “건보 재정 적자 시작은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2015년 21조3615억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38.4%를 차지했다.
이 후보는 “문재인 케어 전에 필수의료를 중심으로 보장성을 강화하고 예비급여 제도를 철폐해야 한다”라며 “신포괄수가제 확대 등 관치의료를 막고 의학적 비급여의 필요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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