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8.06 12:28최종 업데이트 24.08.06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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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종합병원, 3년 안에 중증환자 비중 60% 끌어올린다…중증·응급·희귀질환 보상도 강화

의료개혁특위 9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 계획 공개…전문의‧PA 간호사 중심으로 개편

보건복지부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 사진=E브리핑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전공의 사직에 따른 상급종합병원 인력 공백 문제 해소를 위해 오는 9월 상급종합병원의 체질을 개선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희귀질환에 집중할 수 있도록 보상을 강화하고, 지정평가 기준을 개선해 3년 안에 중증환자 비중을 60%로 끌어올려 경증 환자로 인한 업무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전공의 공백은 전문의와 PA간호사들로 메운다는 계획이다.

6일 보건복지부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이 세종 10동 공용브리핑실에서 '의료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을 진행하고 이같이 밝혔다.

9월부터 시범사업 진행…전문의 배출 차질 빚어져도 '전문의 중심병원' 가능

이날 복지부는 지난 4월 25일부터 의료계가 빠진 채 진행되고 있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위원회의 논의 결과 마련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의 진행 상황 및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정 단장은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은 비상진료체계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그간 왜곡된 의료공급과 이용체계를 바로 잡고 바람직한 의료전달체계로 혁신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간 상급종합병원들이 본래의 기능인 중증·응급·희귀질환자 진료에는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비중증환자를 절반 가까이 진료했으며, 의료의 질보다 진료량 늘리기, 병상 확장 등 양적 팽창에 의존해 온 현실을 지적했다.

이에 복지부는 첫째, 상급종합병원을 중증환자 중심병원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정 단장은 "이를 위해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희귀 등 적합 질환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약 3년의 시간을 두고 환자 기준으로 평균 50% 수준인 중증환자 비중을 60%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복지부는 3년 뒤인 2027년 6기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에 중증 기준인 전문진료 질병군 입원환자 비중의 하한선을 현재 34%에서 적정 수준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정 단장은 "중증환자 중심병원으로 전환을 위해서는 현재의 중증환자 기준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료 현장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있다. 현재 적용하고 있는 478개의 전문진료 질병군은 같은 수술과 시술이라도 환자의 연령과 기저질환, 응급도 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료 현장의 지적이 있었다"며 "연구 결과와 추가 검토를 거쳐 전문진료질병군 분류체계 재정비도 빠르게 추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둘째,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을 지역의료 역량을 견인하는 권역 내 진료협력 중추병원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정 단장은 "상급종합병원이 지역병원의 발전을 견인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진료 협력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며 궁극적으로 지역 완결적인 의료체계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며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지원사업 추진 시에 10개 이상의 진료협력병원 간 네트워크 구성 등 강력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 의뢰·회송을 이용할 경우에는 환자가 최우선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증상의 변화가 있는 경우 언제든지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패스트트랙도 확립한다.

진료협력 간 EMR 연계를 통해 환자의 진료정보 사진과 영상을 쉽게 공유하는 환경을 정비하고, 권역 내 치료 가능한 중증환자는 서울이 아닌 권역 내 상급종합병원으로 진료가 의뢰될 수 있는 유인 기전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셋째,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이 중환자나 특수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 등을 볼 수 있도록 일반병상 규모는 감축하고, 중환자 병상을 중심으로 확충하기로 했다.

정 단장은 "그동안 진료량 확장에 맞춰서 일반병상을 늘리는 운영 기조하에서는 비중증환자까지 입원을 늘릴 수밖에 없는 악순환 구조가 이어졌다. 병상 감축은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진료에 집중하고 양보다는 질 제고로 방향을 전환하는 시작이 될 것"이라며 "의견 수렴을 통해 5~15% 수준의 병상 감축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넷째,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이 전문의와 진료지원간호사 등 숙력된 전문인력 중심으로 운영되는 '전문인력 중심병원'으로 전환을 추진한다.

정 단장은 "전공의 공백 장기화로 전문의 배출 시점이 일부 연기될 경우 전문인력 중심병원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상급종합병원이 기존처럼 진료량 확장에 의존하고 중증이 아닌 비중증환자도 많이 진료하는 현재의 체계하에서는 전문인력 중심병원으로의 전환은 어려운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비중증 진료를 줄이고 중증 진료 중심으로 진료구조를 새롭게 전환하면서 전문인력 중심으로 업무를 재설계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한다"며 "그간 전공의가 담당했던 업무를 전문의와 진료지원간호사가 담당할 수 있도록 병원 자체 훈련 프로그램 도입과 업무 효율화 과정에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진료지원간호사가 법적 안정성을 보장받으며 숙력된 전문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제정도 최우선으로 추진한다.

다섯째,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이 전공의들에게 밀도 있는 수련을 제공할 수 있도록 수련책임병원으로의 역할을 강화하고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작업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정 단장은 "현행 36시간인 전공의 연속수련시간 상한을 24~30시간으로 단축하는 시범사업을 이미 시행 중"이라며 "또한 상급종합병원과 진료협력병원 간 수련 협력체계를 갖춰 전공의들이 진료과 특성에 따라 다양한 임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다기관 협력 수련체계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정부는 평균 약 40%를 차지하는 전공의 근로 의존도를 절반인 20% 이하로 단계적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여섯째, 정부는 환자들이 증상과 질환에 적합한 의료 이용을 할 수 있도록 환자들에게 충실한 의료정보를 제공하고, 적합한 의료 이용을 선택할 수 있도록 비용 구조를 재점검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복지부는 이러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보상구조 개편을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 단장은 "진료량 늘리기에 의존하지 않고 중증·응급·희귀질환이라는 본연의 기능에 집중할 때 더 많은 보상을 얻을 수 있도록 중증입원과 수술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응급진료 등의 대기시간 등의 노력과 적합 질환 진료와 진료협력 등 성과를 충분히 보상하는 체계로 개편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빠르면 9월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해 먼저 준비가 된 상급종합병원부터 지원하는 한편, 충분한 신청 기간을 두고 많은 상급종합병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앞으로 특위 논의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며 향후 정책토론회 등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비중증 환자 줄면 업무량 감소…환자 비용 부담 구조 개편은 "환자 수용성 고려 논의 필요"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정부가 전문의 배출에 차질이 빚어지더라도 '전문인력 중심병원'으로 전환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최근 대학병원 교수, 전문의들의 이탈이 지속되는 데 대한 정부 의견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정 단장은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으면 전문의배출에 일부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 인정한다. 전문의들도 소진으로 인해 일부 이탈하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듣고 있다"며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 사업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상급종합병원은 현재도 중증도가 많이 올라가기는 했지만 평균적으로 환자의 45%가 중환자고 나머지 55%는 비중증환자다"라며 "현장에서는 비중증환자를 진료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중환자 대상의 수가가 과도하게 낮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중환자 중심으로 진료를 해도 병원 경영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수가체계를 개편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정 단장은 "이를 통해 경영 정상화가 되면 비중증환자가 줄어들고 중증환자 위주로 업무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이어지게 되면 전문의 소진으로 인한 이탈 부작용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단계적으로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전환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어 현재 전공의들이 빠진 의료개혁특별위원가 정한 내용을 정책으로 추진하는 데 대한 우려도 나왔다.

정 단장은 "의료개혁특위 전문위원회는 의사 전문가가 많이 참여하고 있다. 50% 이상이 의사 면허를 가진 전문가다. 이 분들이 다양한 의견을 주고 있고, 이것을 반영해 개혁방안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사자인 전공의들에게도 특위에 참여해 달라고 계속 부탁했다. 그런데 아직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 전공의 수련체계와 관련된 개혁이 현장에서 정말 수용 가능하고, 전공의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길 바란다. 전공의들이 대화에 참여해 현장 의견을 들려주길 바란다"며 "대화에 응하기 전이라고 하더라도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수련체계를 계속 개선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환자들이 적합한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비용 구조를 재점검한다는 정부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묻는 질의가 나왔다.

정 단장은 "중증환가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했을 때 비용 부담을 낮추고, 반대로 경증환자가 그에 맞지 않는 의료기관을 이용했을 때 그 비용 부담의 구조를 바꿔주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이 부분은 환자 수용성이 있어야 해 환자·소비자단체 등과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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