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8.06 16:46최종 업데이트 23.08.0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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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정신의학회 "서현역 사건 재발방지 중요...중증 정신질환자 가족 아닌 '국가책임제' 도입하자"

법무부와 복지부 제도화 TF 환영...법과 제도 개선, 법정신의학 활성화, 치료감호 시스템 전면 재검토 등 요청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6일 입장문을 통해 경기도 서현역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범죄 사건 이후 법무부와 보건복지부가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제도변화를 추진하기로 한 결정을 환영하며,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것을 요청했다.

학회는 구체적으로 ① 환자 비난 아닌 적절한 치료와 도움 ②불특정 다수 폭력 사건 발생시 국민 안전과 정신건강 최우선 ③이송제도를 포함한 법과 제도 개선 ④중증 정신질환 국가책임제 도입 ⑤지역사회 치료와 재활 투자 필요 ⑥법정신의학 활성화와 치료감호 시스템 전면 재검토 ⑦정신질환 치료와 회복을 위한 혁신 등 7가지를 주문했다. 
  
경찰 조사결과, 서현역 피의자는 3년간 치료를 중단해 왔으며 자신을 해하려 하는 스토킹 집단에 속한 사람을 살해하고 이를 통해 그 스토킹 집단을 세상에 알리려 범행했다고 하는 등 피해망상이 원인으로 발표됐다. 

학회는 "이러한 비극의 예방과 사후관리를 위한 적극적 대책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현행 법과 제도에 의한 정신질환자 치료와 회복을 위한 시스템은 더 이상 환자, 가족 그리고 국민 누구도 제대로 구할 수 없으며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학회는 "2016년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에 대해 인권에 대한 강화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치료 필요성과 함께 자타해위험성을 입원의 필수요건으로 법제화하는 변화에 우려를 표해왔다. 충분한 준비없이 시행될 경우 적절한 치료가 어려워지면서 사고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만 증가하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어서"라고 덧붙였다.

학회에 따르면 선진국은 사법입원이나 정신건강심판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중증 정신질환자의 비자의 입원을 위해 국가, 즉 법원이나 행정기관이 나서서 직접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입원 결정에 책임을 짐으로써 환자의 인권과 생명을 보호하고 사회의 안전을 확보하며 의료진은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① 환자 비난 아닌 적절한 치료와 도움 
 

첫째, 학회는 환자만 비난할 것이 아니라 시스템 개선을 통해 누구나 적절한 치료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줄 것을 주문했다.  
 
학회는 “끔찍한 범죄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당연하다. 그러나 중증 정신질환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질병이 있어도 조기에 치료받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는 의료-복지 시스템의 부족이 문제라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학회는 “고 임세원 교수의 유가족은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쉽게 치료와 지원을 받는 사회를 고인의 유지로 밝혔다"라며 "이를 계기로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차별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예방적 차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했다. 
 
②불특정 다수 폭력 사건 발생시 국민 안전과 정신건강 최우선 

둘째, 학회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 국민 안전과 정신건강을 최우선으로 지킬 것을 당부했다.  
 
학회는 “참혹한 범죄로 인해 고통을 받는 사망자 유가족의 애도를 돕고, 부상자와 그 가족, 현장 목격자의 트라우마 회복을 위한 정신건강 지원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학회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많은 사람들이 불안과 공포를 느끼고 사회에 대한 안전감을 잃어버릴 수 있다.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받는 등 큰 스트레스를 겪게 된다. 자극적인 언론 보도나 현장 동영상, 유언비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경우 간접트라우마를 겪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이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사람들의 안전을 확보함과 동시에 폭력 사건이 일반인의 마음에 미치는 영향과 마음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③이송제도를 포함한 법과 제도 개선

셋째, 학회는 정신질환의 조기발견과 조기치료를 위해 관련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이송제도를 포함한 법과 제도의 개선을 주문했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 대만은 자타해우려가 있는 정신질환 발견 시 경찰과 소방에 의료기관까지의 이송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일본도 신고가 접수되면 지자체가 전문의를 집으로 보내고 공무원과 함께 방문해 평가를 의무화하고 있다. 
 
코로나19 당시에는 어느 나라보다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검사와 치료와 지원을 수행한 우리나라는 중증 정신질환에 대한 민원이나 신고가 들어와도 경찰과 지자체에서 관련 전국 통계조차 집계하지 않는 등 병원전단계와 이송에 대한 적극적 관리가 미비한 실정이다. 

학회는 “우리나라는 정신건강복지법 응급입원규정에 따라 자타해위험이 큰 경우 즉,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이송이 이뤄지지 못한다”라며 “경찰이나 정신건강복지센터가 할 수 있는 조치는 환자를 설득하는 것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초기 현장 대응 인력에 적절한 권한을 부여하고 최소한 전문적 정신건강평가를 의무적으로 시행한 다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대면을 위해 경찰에 의한 병원이송 또는 찾아가는 평가를 제도화할 것을 제안했다. 
 
④중증 정신질환 국가책임제 도입 

넷째, 학회는 감당하기 어려운 중증 정신질환 치료를 가족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는 중증 정신질환 국가책임제를 도입할 것을 건의했다. 
 
학회는 “핵가족 또는 일인가구 중심 사회로 변화된 상황에 중증 정신질환의 무거운 부담은 더 이상 개인과 가족의 힘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라며 “입원을 포함한 어려운 결정을 가족에게만 부여할 수 없고,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제도의 폐지를 적극적으로 논의할 시점”이라고 했다.  
 
학회에 따르면 선진국은 사법입원이나 정신건강심판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중증 정신질환자의 비자의 입원을 위해 국가, 즉 법원이나 행정기관이 나서서 직접 환자의 이야기를 듣고 입원 결정에 책임을 짐으로써 환자의 인권과 생명을 보호하고 사회의 안전을 확보하며 의료진은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증 정신질환의 비자의 입원을 미국에서 판사가 결정하거나 영국과 호주에서 정신건강심판원이 결정하는 해외정신건강법 체계의 특징은 자타해우려가 있을 경우 전문가 평가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 결과에 따라 외래치료지원제를 통해 조기치료를 권장하고 입원을 최소화해 인권과 안전 그리고 치료를 함께 고려하고 있다.
 
학회는 대의원회를 통해 만장일치로 보호의무자 입원제도의 폐지와 사법입원 또는 정신건강심판원제도의 도입을 학회의 공식의견으로 채택한 상태다. 
 
이어 학회는 “현재 우리나라의 비자의 입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보호의무자 입원과 의무조항의 폐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정신건강복지법을 개정하고 충분한 준비를 통해 혼란 없이 시행해 인권과 치료가 동시에 보장될 수 있는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⑤지역사회 치료와 재활 투자 필요 

다섯째, 학회는 정신응급과 급성기치료를 필수의료로 지원하고 지역사회 치료와 재활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정신응급상황에서 입원실을 찾아 260km를 표류하는 정신응급환자의 어려움이 보도되기도 했다.  
 
학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정신병원의 병상 간 이격거리를 늘리는 등의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국내 정신병원의 병상은 2017년 6만 7000 병상에서 2023년 5만 3000병상으로 급감, 전체 1만 4000병상이 사라졌다. 또한 신체질환이 동반된 정신과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상급종합병원의 정신과 병상은 비현실적으로 낮은 의료수가로 인한 만성적자로 10년간 1000병상이 감소했다. 
 
학회는 “급성기 정신질환을 치료하는데 들어가는 인력과 의료서비스에 턱없이 모자라는 비현실적인 수가시스템으로 급성기 정신질환을 담당하려는 병원의 수는 줄어들고, 그 피해는 환자와 가족 그리고 지역사회가 겪고 있다. 중증 신체질환 치료와 비교해 차별적인 현실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도 2000년대 중반 동일한 문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급성병상과 종합병원의 정신과 병상에 투자하고 정신과 중환자실을 설치하며 경찰의 이송을 원활히 하는 등의 조치로 문제를 해결했다.
 
학회는 “정신응급과 급성기치료에는 의료 서비스가 최우선이며, 퇴원 후에는 외래치료와 함께 체계적인 재활이 이뤄져야 사회에 건강하게 적응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이어 “퇴원 후 외래치료와 함께 지역사회의 사례관리, 의료기관의 외래기반 정신사회적 중재 및 사례관리, 낮병원, 정신재활시설, 주거시설, 동료지원 등의 활성화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회복할 수 있는 체계로의 변환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⑥법정신의학 활성화와 치료감호 시스템 전면 재검토 
 
여섯째, 학회는 사후예방을 위한 법정신의학의 활성화와 치료감호 시스템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학회는 “폭력 난동은 불안과 공포가 퍼지며 관심이 집중됨에 따라서 모방범죄의 확산을 불러올 수 있다. 이에 대한 적극적 사후예방을 위해서는 법정신의학과 치료감호시스템의 전면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미 방치된 중증 정신질환자가 증가하면서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교정시설 내 정신질환 수용자가 2011년 1529명에서 2020년 4978명으로 급증했다.  2020년 국립법무병원의 수용인원은 1038명인 수준에서 정신질환자가 일반시설에 수용되면서 교정시설 내 사고도 증가하고 있다. 

학회에 따르면, 어느 나라나 범죄와 관련된 일부 중증 정신질환은 일반적인 정신의료체계와는 별도로 치료감호법 등의 형사법 체계를 통해 사회안전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는 검찰의 치료감호 청구가 2021년 기준으로 불과 78건 청구에 그쳐 매우 낮다. 
 
학회는 “폭력성이 높은 일부 중증 정신질환은 보건복지부나 의료시스템이 아니라 법무부가 관장하는 법정신의학 시스템에서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 일본의 경우 범죄로 인한 양형기간이 끝난 후에도 판사와 정신과 전문의가 합의해 국가의 권한과 의료 전문가의 전문성이 합의함으로써 수용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나라 법정신의학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에 투자하고 전문성을 강화해 정신건강에 대한 선량한 환자와 가족, 일반 국민을 보호할 제도 개선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⑦정신질환 치료와 회복을 위한 혁신 
 
일곱째, 학회는 정신질환 치료와 회복을 위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회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조현병이 주로 발병하는 청소년과 청년 시기의 정신건강 관리를 위한 특별한 지원 체계를 만들어 시행하고 국내에서도 일부 시도되고 있다. 이에 학회는 청년 정신건강 지원을 위한 체계를 신설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학회는 “암센터, 아토피 센터 등 주요 신체질환 센터를 거점 의료 기관에 설치하는 것처럼 조현병 조기/집중치료 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현병의 의료사회경제적 질병부담은 매우 크지만, 국가의 재정지원은 매우 열악한 현실이 개선돼야 한다”라며 “조현병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조기에 적절하게 치료받고 재활하며 유지할 때 충분히 회복 가능한 질병이다. 이제라도 우리 사회의 중증 정신질환 체계를 손볼 수 있는 골든타임이 완전히 지나지 않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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