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1.03 06:17최종 업데이트 22.01.03 06:50

제보

입원실 상시 만실에 환자 대기 수개월 병원, 적자와 시설 기준 강화 때문에 폐업 '충격'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185화. 알코올의존증 전문 성안드레아병원 폐업 


의사를 하면서 정말 많이 듣는 질문이면서, 또 스스로에게도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다.

‘내가 치료하는 환자들처럼, 나나 가족이 만약 중증 질환에 걸리게 된다면, 나는 어디에 입원을 하고 싶은가?’

의사는 잘 알고 있다. 내가 보고 있는 환자들이 나와 달라서 지금의 병이 걸린 것이 아니고, 대부분은 그냥 운이 없었을 뿐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도 언제든 그 병에 걸릴 수 있음을 잘 안다. 그래서 나 또한 중증 정신질환에 걸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위의 질문을 종종 되새겨 왔다. 그리고 그 질문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된 이후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해왔다.

‘성안드레아병원’

성안드레아병원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가 1990년에 개원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국내 최고의 알코올 의존증 전문 정신병원이다. 성안드레아병원이 최고의 정신병원으로 꼽히는 이유는 단순히 시설이 크거나 환자가 많아서가 아니다. 성안드레아병원이 기존의 정신병원 이미지를 타파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해왔기 때문이다.

성안드레아병원은 의료 제도와 재정상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인력 규모와 시설에 투자하고 환자들을 위한 끊임없는 프로그램과 서비스에 집중했다. 이 병원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고 재활에 성공해 가정과 직장으로 돌아간 환자들은 수도 없이 많다. 그래서 성안드레아병원의 의료진들은 고되고 힘든 근무 환경에도 항상 자부심이 가득했고, 환자들의 만족도는 타 병원이 범접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환자가 성안드레아병원에 입원하기 쉽지 않았다. 나도 내 환자들에게 수차례 성안드레아병원 입원을 권했지만 대기는 몇 개월을 넘기기 일쑤였고, 사정 급한 환자들이 거기에 입원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 성안드레아병원이 2022년 1월 31일 폐업한다. 내부 소식을 자세하게 알 수는 없지만, 폐업 원인은 누적돼 온 적자와 탈원화 정책으로 인한 시설 기준 강화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병원은 운영한 30년 대부분의 기간 동안 만실이었고 환자들은 수개월 대기가 밀렸지만, 병원은 적자를 감당하지 못했고, 새로운 시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문을 닫는다. 의사와 환자 모두가 인정하는 최고의 병원이 제도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폐업을 한다니, 정말 웃기면서도 슬픈 일 아닌가?

2022년 의료계의 첫 소식치고는 너무 우울하고 절망적인 소식이다. 이제 나의 소망이 사라진 것처럼 한국 의료계의 희망도 함께 사라져 가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자료실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