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이탈 가속·소극적 병원 지원으로 악순환…재건성형 분야 최소 근무시간 제도화·정원 내 비율 설정 등 필요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재건성형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임에도 불구하고, 낮은 수가와 왜곡된 인식으로 인해 전문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재건성형의 저평가된 인식을 제고하고, 수가·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재건성형 발전을 위한 정책 제안 토론회'에서는 재건성형이 생명·기능 회복을 위한 의료지만, 저수가 문제로 병원의 소극적 지원과 전문의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재건성형은 단순한 외모 개선이 아닌 질병, 외상, 선천성 기형, 종양 절제 등으로 손상된 신체의 기능과 형태를 복원하는 의료다. 미세수술, 조직이식, 신경봉합 등 고난도 기술이 필수적이지만, 낮은 수가와 수가 코드 부재 등 비합리적인 보상 구조로 인해 기피 현상이 가속하고 있다. 낮은 수가는 병원 경영에도 부담을 주며, 이는 곧 재건성형 전문의 지원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
(왼쪽부터) 대한성형외과학회 최종우·배태희·남승민 이사
대한성형외과학회 최종우 이사는 "재건수술이 여전히 미용수술과 동일시되는 오해가 존재한다"며 "신체 기능 회복, 구조 복원, 삶의 질 향상, 장애 예방, 생존 연장까지 모두 재건성형이 담당하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두경부암·유방암·외상·당뇨발·화상·선천성 기형 등은 적절한 재건이 이뤄지지 않으면 생명 유지와 호흡, 음식 섭취, 사회 복귀가 어렵다"며 필수의료로서의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배태희 이사는 재건성형 수술은 고난도 수술이지만, 수가는 실제 난이도·면적·부위별 차이를 반영하지 않고 묶음으로 적용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난이도별 세분화 ▲수가 부재 행위 신설 ▲전문의 가산수가 도입 ▲재건수술 보험 확대 등을 제안했다.
남승민 이사는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 건강보험체계의 한계를 짚었다. 그는 "재건성형 수술은 급속도로 발전하는 기술과 융합하는데, 이를 보험체계에 편입하는 과정이 지나치게 오래 걸린다"며 신기술 기반 재건성형에 대한 '패스트트랙 도입'을 요구했다.
이어 그는 "많은 전공의가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군대를 다녀온 뒤 전문의로 돌아오지 않는다. 대부분의 전공의는 경제적 이유와 가정 사정으로 미용성형 분야로 진출한다. 이 때문에 재건성형 분야의 인력부족과 업무과중이 심화하는 상황"이라며 재건성형 분야의 붕괴를 우려했다.
재건성형 분야의 인력 부족은 타과 수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세브란스병원 홍종원 교수는 "의정 사태 당시 암 수술 후 재건수술이 이어져야 함에도 재건 인력이 없어 원 수술을 집도한 타과에서도 수술이 이어지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며 재건성형 인력 부족이 전체 수술 흐름을 지연시킨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남 이사는 재건성형의 중요성은 크지만, 미용수술을 시행하는 성형외과라는 인식으로 정책적인 지원 고려대상에서 소외돼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회입법조사처 임사무엘 입법조사관은 재건성형 분야는 급여 대상임에도 국회 차원의 논의와 제도 정비는 사실상 멈춰 있다고 했다.
임 조사관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업무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가져오는 결손을 치료하는 목적은 급여대상"이라며 "국회에서 재건성형에 대한 논의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조사한 결과 20대 국회부터 22대 국회까지 개정안 발의가 없었다. 19대 국회 초에 한 건이 있었지만 임기 만료 폐기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법령 체계상으로도 급여 상대가치 점수 개정이 필요한 사항에 해당한다. 결국 상대가치 점수를 개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학회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주요 입법 과제는 지역·필수·공공의료다. 필수의료 강화 지원과 지역간 의료 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법이 의결돼 법사위에 대기하고 있다. 이 법안에서 필수의료 범위는 넓다. 향후 입법이 완료되고 필수의료의 범위를 정할 때 재건성형 분야의 필수의료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 유정민 과장은 재건성형을 필수의료로 인정하며, 정부 차원의 정책 보완을 약속했다.
유 과장은 "그동안 필수의료 강화 차원에서 핀셋 지원을 추진했다. 이에 일부 빠진 진료과목이 있었다"며 "근거에 기반해 보상을 현실화하고 합리화하는 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수가 세분화 작업 필요성에 공감하며 "난이도나 크기, 부위별로 세분화된 수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동안은 분절적으로 들여다 봤지만, 이번에는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거버넌스를 만드는 체계를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 과장은 "진료과목으로 필수의료를 구분하는 건 아니다. 꼭 필요한 환자들에게 제공돼야 하는 진료라면 그건 필수진료"라며 "필요한 환자에게 쓰이는 성형외과는 당연히 필수진료다. 이런 관점에서 정책 안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채워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관리실 백종헌 실장은 "건보공단이 실시하고 있는 업무량에 대한 의료비용 조사에서 재건성형 수술의 수익성은 낮게 나타난다"며 수익성 문제를 인정했다. 그는 "하지만 수가 문제는 특정 항목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가 총량과 건강보험 부담 범위라는 구조적 문제와 함께 논의돼야 한다. 필수의료 전체 보상체계와 건강보험 재정 구조 속에서 함께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이민정 사무관은 "건보공단의 비용 조사 분석 결과가 나오면 그걸 바탕으로 수가 조정 등을 추진할 것"이라며 "기존에 만들어진 저보상 행위를 적정수가로 만들고 행위 자체가 없거나 기술 발전이 따라가지 못하는 행위에 대한 분류 체계를 조정해 수가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