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01.08 05:40최종 업데이트 18.01.08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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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임상의사의 빅데이터 사용 경험

[칼럼]네바다주립의대 유지원 교수

가설검증 및 새로운 가설 찾는 데 유용해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식 기자] 주로 노인환자를 보는 필자는 여느 임상 선생님처럼 하루에도 몇 번씩 점쟁이가 돼야 한다. 보호자들이 중증환자의 기대수명을 물어보기 때문이다. 노인의학회와 같은 전문기관에서 권고하는 임종 의사소통 교육방침과 기대수명 예측모델 앱(ePrognosis®) 등이 미국에 나와 있지만, 한국을 비롯한 동양 환자에게는 생물학적, 그리고 문화적인 면에 있어서 교육 방침과 기대수명 예측모델이 잘 맞지 않는다.
 
최근 전자차트가 보편화 되면서, 임상의사로서 진료실에서 짬을 내어 작성한 진료기록이 적절히 축적된다면 엄청난 빅데이터가 될 거란 생각이 든다. 빅데이터를 보건의료 또는 정밀의료에 사용한다면 진료청구기록, 유전자 정보, 생활습관 정보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빅데이터의 보건의료 사용에 관한 개괄은 앞선 메디게이트 칼럼에 잘 소개돼 있어서 이번 편에는 필자가 미국 진료청구기록 빅데이터를 실제로 사용하면서 드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소개한다.
 
저 멀리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의료목적의 마리화나 사용이 1996년 캘리포니아 주민 발의로 합법화 됐고, 2009년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는 FBI 부국장 명의(Ogden Memorandum)로 주() 법에 따른 마리화나 사용자를 연방 경찰이 체포하지 않는다는 방침이 정해졌다. 심지어는 레저용 마리화나 사용 합법화 바람까지 불었다. 필자가 속해 있는 네바다주도 올해 여름부터 레저용 마리화나 사용이 허가돼 청소년들이 처음 접하는 약물, 이른바 '게이트 트럭(gate drug)'으로 자리잡고 있다. 주() 보건 당국이 조제 및 판매와 광고 과정에 규제를 만들었지만, 마리화나 중독으로 인한 입원은 최근 급격히 증가했다.

미국 메디케어메디케이드센터(CMS) 산하 기관인 보건의료연구소(AHRQ: Agency for Healthcare Research and Quality)에 전국 4800여 개 병원을 대표해 22년간 내원 청구자료를 받아 <표 1>처럼 연도별 내원률을 산출했다(Clin Gastroenterol Hepatol. 2017;15:1876-81).
 
[표 1] 연도별 마리화나 의존으로 입원한 횟수(총 십만 입원당, Clin Gastroenterol Hepatol. 2017;15:1876-81)

예상대로 마리화나 의존으로 인한 입원은 1993년부터 2008년 사이에 연평균 4.63% 증가하던 것이 2009년 오거든 메모(Ogden memo) 이후 연평균 10.46%로 껑충 뛰었다. 이를 바탕으로 네바다주 의회에 보건당국 단속 강화를 위한 예산 증액을 요청했다. [Ogden Memorendum 보기]
 
다른 사례는, 만성폐색성 폐질환(COPD: 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을 앓고 있는 노인환자에게 사전연명의료결정을 얘기하면서 실제로 병원에서 의료서비스(정확하게는 '의료방법(medical procedures)') 종류별로 얼마나 이용하고, 추세는 어떤지 궁금해 이같은 자료를 사용해 최근 5년의 흐름을 분석했다.
 
[표 2] 연도별 의료서비스 이용 추세분석(CAGR: 연평균성장률(compound annual growth rate), J Palliat Care, in Press)

예상과는 달리 <표 2>에서처럼 경피 또는 정맥혈관을 통한 농축영양공급(Nutrition)을 제외하고, 기계적 호흡(Ventilation)과 강압제(Vasopressor) 사용, 투석치료(Dialysis), 심폐소생술(CPR)은 모두 증가 추세를 보였다(J Palliat Care, in press). 최근 완화의료(palliative care)의 보급으로 침습적 의료서비스가 줄어들었을 거라는 예상과는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이는 환자들에게 사전연명의료결정을 의료서비스별로 설명해 주면서 병원에 입원하면 의료기술 발달로 침습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경우가 더 많아진다고 볼 수 있다.
 
진료청구기록을 분석하면서 느낀 점은 개인정보보호법(Health Insurance Portability and Accountability Act, 1996) 때문에 미국 CMS가 개인식별정보를 모두 없애버려 후속연구가 번번히 막히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퇴원한 환자를 추적할 수 없고, 퇴원한 환자가 제대로 주치의를 봤는지 여부도 알 수 없다. 이런 한계점으로 생기는 답답함은 필자만 느끼는 건 아닌 것 같다. 최근 같은 전자차트 운영시스템끼리 자료를 공유하는 ‘공통데이터모델(CDM: Common Data Model)'이 논의되고는 있지만 미국 CMS가 단일체계로 운영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데는 한참 걸릴 것으로 보인다.
 
빅데이터 보건자료 분석의 목적은 한 마디로 질병예측모델의 개발이다. 아직까지 개개인을 위한 맞춤의료를 진료실 또는 병원 회진 중에 적용하기에는 부족하다. 예를 들면, 최근 노년학(Gerontology) 연구에서 종교가 있는 여성 노인 환자의 기대수명이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조금 더 연장된다는 결과가 있었다. 도시에 사는 노인이 같은 질병부담을 가진 시골에 사는 노인보다 사망률이 낮다든지, 임상 또는 청구 정보를 넘어서는 요인들이 분명 환자에게 작용한다. 다만 우리가 그런 부분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하는 게 문제이다. 빅데이터 보건자료 분석은 가설을 검증하는데 사용하지만,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가설을 찾아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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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식 기자 (column@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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