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 결정이 대한약사회의 반발로 지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겔포스’로 대표되는 제산제 정도는 문제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줬다.
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는 이날 제5차 위원회를 개최해 안전상비의약품 추가 품목에 대한 안전성과 접근성 등을 심도 깊게 검토했다. 하지만 위원회 단일 의견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이달 중 한차례 더 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약사법 제44조의2제1항에 따르면 안전상비의약품은 일반의약품 중 주로 가벼운 증상에 시급할 때 환자 스스로 판단해 사용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해당 품목의 성분, 부작용, 함량, 제형, 인지도, 구매의 편의성 등을 고려해 20개 품목 이내의 범위에서 정한다. 현재 허용된 품목은 감기약, 해열진통제 등 13개다. 2012년 11월 이 약사법이 시행된 이후 이번에 5년만에 품목 확대를 시도한 것이다.
복지부는 소비자의 편의를 위해 지난해부터 품목을 늘리는 작업을 해왔다. 하지만 약사들은 일반약 판매 상위 30위권의 제산제와 지사제를 포함해 화상연고, 항히스타민제 등이 추가된다는 사실에 반대하고 나섰다. 제산제는 보령제약의 겔포스, 지사제는 대웅제약의 스멕타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결과 겔포스 생산액은 137억원, 스멕스 생산액은 124억원이었다.
앞서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은 편의점약 품목 확대 촛불시위를 하는가 하면 이날 대한약사회 강봉윤 정책위원장은 위원회 중간에 자해를 시도해 논의가 중단됐다. 약사회가 주장하는 것은 의약품 오남용 등 안전성에 대한 우려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사인 본인도 겔포스 정도는 쉽게 사먹고 있다”라며 “제산제는 환자의 편의 측면에서 허용할 수 있다”고 했다. 또다른 의료계 관계자도 “겔포스는 큰 문제가 없다”라고 했다.
다만 의료계 내에서 설사약으로 불리는 지사제에 대한 입장은 엇갈렸다. 의료계 관계자는 “설사가 나면 응급실에 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국민 편익을 위해 지사제 등도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의료계 다른 관계자는 “환자가 설사약을 달라고 말할 때 설사를 멈추는 것을 원하는지, 변비가 있다는 건지 알기 어렵다”라며 “편의점에서는 약물 상담이 이뤄지지 않아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편의점은 아르바이트생이 많아 교육을 의무화해도 환자 상담이 불가능하다”라며 “설사약을 잘못 먹으면 탈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는 편의점약 안전성 교육을 의무화하는 조건으로 소비자의 약 선택권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논평에서 “가벼운 증상에는 일반의약품 중 안전성과 효과성이 입증된 상비약을 소비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소비자가 직접 약을 사먹는 것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라고 밝혔다.
경실련은 “정치적 이해가 아닌 국민의 편의와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라며 “안전상비약은 6개월 단위의 정기 분류위원회를 운영해 부작용이 많이 발생하면 약국에서 판매하는 일반약으로 전환하고, 이상이 없으면 지속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했다.
의료계는 장기적으로 안전상비약도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등 안전성 관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DUR이란 의약품 처방·조제 시 병용금기 등 의약품 안전성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부적절한 약물 사용을 사전에 점검할 수 있도록 의·약사에게 의약품 안전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민원 답변을 통해 “안전한 의약품 사용과 약화(
藥禍)사고 예방을 위해 약국과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일반약, 한약 등에 대해서도 DUR점검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편의점 교육 확대 등의 제도 개선과 품목 확대를 논의했지만 쉽지 않았다”라며 “이달 중으로 위원회를 열어 다시 한 번 의견을 조율해 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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