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입원, 응급 순 아니라 의전 순?…현장선 이미 "이재명 대표는 되고 나는 왜 안 되나?"
정책입안자 '특혜' 응급의료에 대한 '불신'으로…'응급실 뺑뺑이' 사건 이후 응급의료체계 개편 '공염불' 우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우리나라 의전 서열 '8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헬기 이송된 것으로 두고 정책입안자들의 '특혜' 문제가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최근 '응급실 뺑뺑이' 사건으로 논란이 된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해 국민들의 올바른 응급실 이용문화 정착이 중요한 가운데, 정작 'VIP'로 불리는 이들은 본인이 원하는 의료서비스를 마음껏 이용하는 행태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실제로 이미 현장에서는 '이재명 대표는 되고 나는 왜 안 되냐'는 환자들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원칙을 무시하고 특혜를 받는 정책입안자들로 인해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본인·가족 원한다고 부산에서 서울로 헬기 이송은 '특혜'…정책입안자들의 원칙 무시 사례 지적
6일 의료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서울대병원으로 전원돼 치료를 받은 이후 '특혜' 지적에 따른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한 외상센터 전문의는 "일반인이 헬기를 타고 병원을 전원하는 일은 흔치 않다. 온갖 환자들로 몇 개월 대기가 필요한 서울대병원이 일반 외상환자를 그렇게 쉽게 받을 수가 없다. (이 대표가)VIP였기 때문에 극진히 대우한 것이지, 평소 같으면 서울대병원이 환자를 받았을리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VIP의 특혜와 새치기는 이미 일상화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인에게 경증 환자는 지역응급의료센터를 이용하라고 안내하고, 중증응급환자를 위해 순서를 양보하라는 말이 통하겠나"고 반발했다.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지난해 3월 "많은 사람이 병실을 못찾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직권을 이용해 "2021년 11월 홍남기 부총리 아들이 서울대병원 병실을 차지하는 것이 공정인가"라며 "입원 당시 건강한 상태였기 때문에 중증환자를 위해 병실을 양보하는 게 상식"이라고 직권남용 등 혐의로 홍 전 부총리를 고발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홍 전 부총리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업무방해‧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하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다만 경찰에 따르면 홍 전 부총리의 아들이 입원하지 못하게 되자 홍 전 부총리가 김연수 전병원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김 전 원장이 당시 응급의학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진료 부탁을 한 사실은 있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개인 의사에 반하는 의료진 결정 받아들여야 하는 응급의료…'특혜' 논란, 응급의료 '불신'으로
정책입안자들의 원칙을 깨는 '특혜' 논란은 최근 정부의 응급의료체계 개편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3월 '응급의료서비스의 재도약으로 전국 어디서나 최종치료까지 책임지겠다'며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많은 국민이 절절한 응급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필수의료 분야 자원 부족 심화로 중증‧응급환자는 의료기관의 수용거부 및 잦은 전원으로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률이 증가하는 등 중증‧응급의료 기반의 약화가 사회적 문제로 지속 제기되고 있다"며 '지역 완결적 필수‧공공의료 구축'을 위한 중점과제를 제시했다.
응급의료 기본계획에는 비응급환자의 대형병원 응급실 방문 감소를 유도하기 위해 중증도에 맞는 응급의료기관을 이용하도록 안내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중증‧응급환자 우선 원칙‘ 홍보 내용도 담겨 있었다.
의료계는 "이 대표의 가족이 원한다는 이유로 비서실장의 전화 한 통화만으로 부산에서 서울대병원으로 헬기 이송된 것은 일반인이었다면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책상에서 만든 정부의 응급의료체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응급의료는 개인의 의사에 반하는 의료진의 결정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 입장에서는 당연히 좋은 치료를 받고 싶고,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싶다. 그러나 그런 개인의 소망과 달리 응급의료는 한정적인 재원 상황에 따라 환자들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게 기본전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나는 안 그래도 된다'는 사인을 보낸다면 누가 그 원칙을 따르겠나"라며 "남들은 다 지켜야 하고, 나는 예외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 한 응급실을 찾는 경증 환자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회장은 "이번 논란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맞을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아무리 의료계가 전문가로서 문제를 지적해도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원하는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라고 우려했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공보이사 역시 "학회도 사건 즉시 입장문을 발표하려 했으나 다분히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어 입장 발표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했다. 대신 공보이사로서 개인 의견의 형태로 해당 사건의 문제를 지적했는데 역시나 정치권에서는 의료계의 우려를 '정치적 공격'으로 몰고가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공보이사는 "이 대표는 목을 흉기로 찔렸다. 굉장히 위급한 상황이었기에 헬기를 띄워 부산대병원으로 간 것까지는 잘한 일이다"라며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문제는 중증응급환자인 이 대표가 치료 가능한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를 두고 가족 또는 당이 원한다고 해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부산대병원이 응급수술 계획도 다 짜고 충분히 수술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단지 환자가 원한다고 서울로 이송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며 "사실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 중에 본인이 원하는 병원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일은 수도 없이 많다. 지역에서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응급환자들도 굳이 서울 빅5병원으로 가면서 그 병원은 환자들로 미어진다"라고 지적했다.
이 공보이사는 "이번 사건은 환자들에게 큰 혼란을 줄 수밖에 없다. 본인이 원하면 서울대병원이든 어디든 갈 수 있는 사례가 생겼으니, '나는 왜 안 되냐'는 환자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라며 "힘 있는 사람은 저래도 되고 우리는 안 된다고 하면 응급의료 체계에 대한 불신으로 번진다. 또한 응급의료 원칙을 이야기하는 의료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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