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2.26 14:33최종 업데이트 19.02.27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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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윤한덕 센터장, 응급의료 발전을 위해 공무원 포기·국립의료원 남아…국가유공자 걸림돌 안돼"

전남대병원 허탁 교수 "책임감 하나로 쪽잠자며 버텨"…복지부, 국가유공자 지정 공식 약속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은 수시로 터지는 사건과 사고에 대응하고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해 일주일에 하루씩 집에 들어갔다. 몇 년 전부터 나에게 ‘이제 힘들고 가족을 생각해서 여기서 나가야겠어. 어디 편하고 돈 잘 버는 자리 하나 구해줘’라더니 며칠이 지나지 않아 “형, 조금만 더 일을 해놓고 나갈거야’라고 말했다. 그는 지독한 그 책임감 때문에 대통령께서도 언급한 사무실 한 편의 남루한 간이침대에서 10년을 넘게 쪽잠을 자며 버텼다.”  

미래한국의사회 창립 회원으로 23일 열린 비전선포식에 참석한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교실 허탁 교수는 윤 센터장의 기억을 되살리는 회고록을 배포했다. 또한 그를 국가유공자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교수는 “고 윤한덕 센터장은 일생을 놀라운 책임감으로 국가 사회 발전에 헌신하며 살아왔다. 그는 1994년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고 전공의 1기로 수련을 시작했다. 열악한 응급실에서 더 많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병원 내 동료를 독려하며 새로운 환경을 만들려는 놀라운 의지를 보였다”라고 했다. 

허 교수는 “그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된 이후 군 복무 중에서 응급구조사의 교육교재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군 응급의료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라며 “그는 2002년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첫 발을 디딘 후 6년간 응급실에서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모든 응급의료 정책의 계획, 수행은 오롯이 그의 몫이었다”고 밝혔다. 

허 교수는 “그는 우선 응급의료 현황 파악과 정보 축적을 위해 선진국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국가 응급진료정보망(NEDIS)의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과 구축을 주도했다. 이를 바탕으로 응급의료기관 개선을 위한 평가체계 수립, 재난 응급의료상황실 운영, 닥터헬기 도입 등 모든게  그의 손을 거쳤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그의 진보적이고 이상적인 계획은 늘 현장과 마찰을 빚었다. 5년마다 바뀌는 정권은 그 기본 틀을 흔들었고 약 2년마다 바뀌는 담당 공무원과 상급자들은 수없이 계획 수정을 요구했다. 그래도 그는 흔들리지 않고 일관된 열정과 책임감으로 많은 것을 바꿔놨다”라고 했다.  

허 교수는 “이번 설 전날 고 윤한덕 센터장은 그의 사무실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다. 그는 의자에 앉은 채로 죽어있었고 그 앞 책상 위에는 설 연휴 재난 대비, 외상센터 개선방안, 그리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중앙응급의료센터 발전 방향에 대한 서류가 어지럽게 놓여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의 1차 부검결과는 관상동맥이 심하게 굳어있었다. 그는 유능한 응급의학 전문의다. 이렇게 오랜 세월동안 심한 스트레스에 비정상적인 생활을 해왔으니 관상동맥이 막혀 가면서 오래 살지 못할 것을 알았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는 일반인들처럼 자신을 위한 수면도, 운동도, 건강검진도 받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허 교수는 “고인과 제대로 놀아보지 못한 장남에게 잊혀지지 않은 아버지 모습은 지난해 대통령상을 받아 해맑은 어린아이처럼 좋아할 때라고 고백했다. 그 일생의 헌신에 국가유공자로 추대해 고 센터장과 유가족에게 명예와 자부심을 줘야 한다”라고 했다.  

허 교수는 “그는 10년간 공무원으로 부이사관까지 올랐으나 오롯이 응급의료 발전에 전념하기 위해 국립중앙의료원 직원으로 남았다. 공무원을 버리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응급의료의 발전에 이바지한 신념과 노력이 국가유공자에 걸림돌이여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일생을 독립투사처럼 주위 시련과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국가 사회 발전에 헌신하고 희생한 그에게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국가유공자로 추대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와 후손들에게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축사를 위해 참석한 보건복지부 이기일 보건의료정책관은 “고 윤한덕 센터장을 의사자로 지정할 수 있게 하겠다”라고 공식적으로 약속했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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