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화. 편향적인 통계로 '의사수 부족' 억지 주장
지난 설 연휴에 사망한 국립중앙의료원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사인이 과로사로 추정되면서, 언론에서 의사 부족과 의대 증설에 대한 주장이 또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의사가 부족해서 윤한덕 센터장이 과로에 시달리게 됐고 이로 인해 사망했기 때문에 의사 수를 늘리면 자연스레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인구 대비 의사 수‘를 근거 자료로 삼았다.
하지만 이는 본인들의 억지 주장을 위해 통계 자료를 편향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우리나라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은 맞지만, 앞으로는 전혀 부족하지 않다. 설령 의사 수가 늘어난다고 해도 이런 근무지의 구인난은 계속 될 것이다.
이런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여러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참고해야 한다.
첫 번째, 의사 수의 증가율이다. 의사는 양성되기 위해 의대 졸업에만 최소 6년, 길게는 전공의 과정을 포함해 최대 14년의 시간이 걸린다. 1990년대 초 정부는 의사 수 절대 부족을 이유로 의대 정원을 여기저기에 확충해줬다. 당시 증가된 의대 정원으로 현재 매년 약3300명의 의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연간 의사수 증가율은 3.8%로 OECD 국가 평균인 0.5%에 비해 6배 가량 높다. 이런 높은 의사수 증가율로 인해 2028년쯤 OECD 국가들을 따라 잡고 2040년 경에는 의사 인력 초과잉 상태가 된다고 예측되고 있다.
두 번째, 의료 비용과 연간 의료 이용 횟수다. 한국인이 1년에 의사를 만나는 횟수는 평균 17회로 OECD 국가들 중 압도적인 1등이었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 의료비 지출 규모는 7.6%로 OECD 평균인 8.9%에 비해 낮았다. 이를 나눠 보면 1회 평균 의료 비용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훨씬 낮다는 결론이 나온다. 즉, 박리다매식 수가 구조로 인해 다른 국가에 비해 훨씬 많은 수의 환자를 진료해야 하고, 이는 의료진의 과로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그리고 단순히 사람 수를 늘린다고 인력난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건 간호사 직군에서도 알 수 있다. 간호사들의 업무 과다, 과로, 이로 인한 태움 등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간호사 인원을 늘려 왔다. 이로 인해 현재 매년 2만 명의 간호사들과 3만 명의 간호조무사들이 배출되고 있다. 하지만 관련 문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지방 병원의 간호사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며 간호사 면허의 50%는 장롱에서 썩고 있다.
명문대 졸업생 수를 늘린다고 삼성그룹이 채용 인원을 늘리지는 않는다. 삼성그룹이 채용 인원을 늘리는 건 반도체와 핸드폰이 잘 팔려야 가능하다. 병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병원의 매출은 정부에서 묶어놓고 있다. 그러니 사람을 더 고용하고 싶어도 고용할 수가 없다.
위의 자료들은 내가 어렵게 구한 자료들이 아니고 구글에서 검색어 두 개로 1분 만에 찾았다. 그리고 이렇게 쉽게 찾은 기사 두 개를 짜깁기한 것 뿐이다. 그런데 또 여러 자료들 중에 의사 수만 콕 찝어 문제를 삼고, 또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펴는 것은 억지 주장에 당위성을 부여하려는 의도일 뿐이다. 이런 현실이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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