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파 뉴스가 잘못된 통계 해석을 내리고 전혀 엉뚱한 근거를 제시해, 국민들을 혼란에 빠트렸다.
SBS가 6월 6일 '8 뉴스'에서 보도한 '
의약품 부작용, 세계 2위 국가는 한국'이란 기사는 매해 급증하는 국내 의약품 부작용 신고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방송국은 WHO(세계보건기구)의 2015년 통계까지 제시해 "인구 1백만 명당 (약물 부작용) 발생 건수로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며 "국내에서 특히 오용과 남용이 심각하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주장은 '보고'의 의미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오독한 것이다.
의약품 부작용 신고의 의미
의약품은 치료 효과뿐만 아니라 부작용도 동시에 지녀, 세계 각국은 자발적으로 부작용 보고자료를 '시판 후 의약품 안전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의약품부작용모니터링센터(WHO-UMC)는 이런 세계 각국의 자료를 취합해 매년 보고를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1992년부터 동참했다.
보고되는 부작용 빈도는 해석에 주의를 요하는데, 국가마다 보고시스템의 완성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는 보고 빈도에서 몇 년째 2위와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며 1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것은 오·남용이 실제 많아서라기보단 잘 갖춰진 보고 시스템 덕분이다.(백만명당 의약품 부작용 신고 비율 1위는 SBS의 주장처럼 미국이 아니고 싱가포르다)
보고 빈도 상위권을 이루는 주요 국가를 봐도 대부분이 의료 선진국이며, 우리나라는 보고 시스템을 정비하면서 건수가 몇 년 사이 급증해 싱가포르와 더불어 아시아에선 유이하게 10위권에 들었다.
심평원 역시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2위에 오른 2014년 "이런 성과의 원인은 ▲제도적 측면 ▲인프라 측면 ▲교육․홍보 측면 덕분이다"고 자평한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의심해보지 않고 인용되는 자료들
SBS는 국내 약물 오·남용 심각성에 관해 "(한 조사에서) 우리나라 노인의 83%가 하루 6가지 이상의 약을 복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는 주장을 폈는데, 이 수치 또한 의문투성이다.
국내엔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단순 만성질환을 한 가지만 가진 노인 환자가 부지기수인데, 그들이 복용하는 약물이 6가지를 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12년 서덕성 외 5명이 발표한 '종합병원 입원 노인 환자들의 입원 직전 다약제 복용 실태와 시사점'이란 논문을 보면, 이런 의문이 더욱 확실해진다.
이 논문은 "국내 65세 이상 노인의 81.3%에서 한 개 이상의 의사로부터 진단받은 만성 질병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노인 환자의 77.7%가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의 의약품을 경구투여하고 있다"라고 밝히고 있다.
논문에서 언급했듯이 국내 노인 환자가 80%를 약간 넘는 수준인데, 약물을 6가지 이상 복용하는 노인이 그보다 더 많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이 논문을 읽다 보면, "약물-약물 상호 작용의 위험은 복용하는 약물 수에 따라 증가하는데 (중략) 6가지 이상 복용 시에는 82%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라는 대목이 나와, '6가지'와 '83%'의 수치가 어디에서 왔는지 유추해볼 수 있다.
이 보도에서 인터뷰로 인용한 스티븐스-존슨 증후군(Stevens–Johnson syndrome) 또한 발병 주요 요인이 약물이나 감염을 통한 면역 저하로, 질환자만을 놓고 따졌을 때 약물이 질환 원인으로 흔한 게 당연하다.
약물의 오·남용을 원인으로 지적하고 싶었다면, 차라리 다른 나라와 유병률을 비교하는 게 더 나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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