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잊을 만 하면 한번 씩 다루는 대표적인 단골 소재가 '3분 진료', '의사 부족' 통계 자료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미래 보건의료 발전계획 정책과제 개발연구(책임연구자 신현웅)'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현 보건의료체계를 성찰하고, 미래 환경 변화를 예측해 정부가 추진해야 할 정책 목표와 과제를 제시했다.
보고서는 OECD 자료를 인용해 우리나라가 OECD 평균보다 인력 공급 수준이 낮다고 지적했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 1천명 당 의사수는 2.2명으로 OECD 34개국 중 31번째.
인구 1천명 당 병원 수는 비교 대상 국가 가운데 제일 많았으며, 병상 수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많고, 1백만명 당 CT는 6번째, MRI는 4번째 많았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보건의료자원 공급 현황을 종합적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인력 공급 수준이 최하위인 반면, 시설과 장비 공급 수준은 최상위로, 자본투자에 집중된 자원 공급 구조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차의료의 질을 나타내는 예방가능한 입원 지표를 보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하위 수준이었다.
반면 급성의료의 질을 나타내는 원내 입원 후 30일 이내 사망률 지표와 암 생존율 지표를 보면 우리나라가 모두 상위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신체적·객관적 건강수준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인 기대수명, 조기사망, 영아사망률, 건강수명에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평균보다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 보고서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강점으로 건강보험 당연가입과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꼽았다.
이들 제도를 통해 의료접근성의 보편적 확보를 위한 강한 규제 정책을 시행했고, 중앙집권적 조직 운영으로 정책의 원동력과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의료공급자는 적은 인력을 시설과 장비로 대체하는 방식으로 생산성과 효율성을 증대시켜 큰 수익을 창출해 나갈 수 있었고,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적은 비용으로 높은 건강수준을 달성하는 성과를 이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저수가 문제도 지적했다.
수가의 기능을 지나치게 보험재정 관리에 치중함에 따라 의료 공급구조의 왜곡을 초래해 보험수가가 낮은 분야(외과 계열)의 의사 부족 문제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보고서는 "행위료가 낮다보니 일차의료나 외과계열, 중환자실, 응급실과 같이 의료행위가 많이 소요되는 분야의 서비스가 위축됐고, 행위료가 낮아 3분 진료가 만연하고, 대신 검사로 대체함에 따라 의료 질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보고서와 관련해 상당수 언론은 3분 진료, 의사 부족에 포커스를 맞췄다.
모 방송은 ''3분 진료' 이유 있었네…인구당 의사 수, OECD 꼴찌' 라는 제목 아래 "대기시간은 30분 이상 되는데, 실제로 진료 보는 시간은 5분 정도"라는 환자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어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가 "의약분업 후에 의대 정원 줄인 다음에 지금까지 계속 입학정원을 통제를 해왔거든요"라는 인터뷰를 실었다.
하지만 3분 진료의 원인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또다른 매체 역시 '한국 1000명당 의사수 2.2명…OECD 최하위권'이라는 제목으로 의사 부족 문제만 부각시켰다.
기사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G씨 "상황이 이러니 병원에만 가면 MRI 찍으라고 난리 법석을 피우고…이 무슨 해괴한 나라인지. 히포크라테스선서는 어디에 쑤셔 박았는지"
의대 교수 K씨 "10~15분 진료를 받으려면 지금보다 의사가 2-3배 더 많아야 하는데 문제는 그렇게 많은 의사를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의사 P씨 "의료수가가 낮아서 박리다매식의 진료를 해야 수입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겠습니다"
의사 J씨 "꼭 이런 기사 쓸 때는 한의사들이나 의사 코스프레 약사들은 쏙 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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