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종제거 수술을 늦게 하고, 수술 5~7일 전에 아스피린 복용을 중단시키지 않은 병원에 거액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운 판결이 나왔다.
환자는 2008년 3월 A대학병원 의료진으로부터 요추 2-3번 척추관 협착증 및 요추 3-4번 척추탈위증 등의 진단을 받았다.
A대학병원 의료진은 같은 해 3월 28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후방 광범위 감압술 및 척추유합술을 한 후 중환자실로 전실했다.
그러나 다음날 12시 5분경 CT 검사에서 수술 부위 혈종이 발생, 신경을 압박하는 것으로 확인되자 오후 1시 20분 경 혈종제거술 및 감압술을 시행했다.
환자는 재수술 직후부터 현재까지 양 하지 부전 마비로 인한 운동 장애, 감각 저하, 배뇨 및 배변 장애, 발기 부전 등의 마미증후군 증상을 보이고 있다.
마미증후군은 요척추관에서 신경 다발이 눌려 발생하는데 양 하지에 통증이 심하고, 저림증도 있으며 발목, 발가락 운동과 감각이 떨어지며 대소변, 성기능 장애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환자는 "신경병증이 발견된 지 6~7시간이 지난 29일 오후 1시 20분 경에야 혈종제거술을 하는 등 응급수술을 지연한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환자는 "외래 진료 당시 주치의에게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지했고, 주치의는 수술하기 전 순환기내과 전문의로부터 '수술 5~7일 전부터 아스피린 복용을 중단시키는 게 지혈에 도움이 된다'는 회신을 받았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이틀후 수술을 했고, 이로 인해 지혈이 제대로 되지 않아 혈종이 발생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반면 병원 의료진은 "혈종은 수술후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합병증이며, 수술 다음날 환자에게 갑자기 발가락 및 발목 부위 신경 이상 증상이 발현해 CT 검사를 통해 혈종 제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병원 측은 "환자가 수술 약 3일 전부터 아스피린 복용을 중단했으므로 이 약 복용만으로 출혈이 많아진 것이 아니라 기왕증, 즉 이미 여러 차례 타 병원에서 요천추부 수술을 받은 결과 유착 및 육아조직이 광대하게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혈종이 발생한 것"이라며 맞소송에 들어갔다.
하지만 재판부는 병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환자에게 1억 3천여만원을 손해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서울고법은 최근 "병원 의료진이 재수술을 늦게 한 과실로 인해 환자에게 현재의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병원 의료진이 수술 전 지혈작용을 방해하는 아스피린 복용을 적정 기간 중단하도록 하지 않은 채 수술을 시행해 수술중 다량의 출혈이 발생했고, 이 때문에 형성된 혈종이 신경을 압박해 현 장애에 이르게 한 과실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