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화. 강남 클럽 마약 범죄 수사 착수
9년 전, 영화 ‘아저씨’에서 장기밀매범 ‘도치’는 클럽에서 여성 몰래 술에 어떤 약을 넣는다. 그리고 그 여성은 의식을 잃고 화장실에서 ‘도치’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비현실적인 장기매매 등의 범죄에 비하면 매우 현실적인 장면이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약이 GHB, 일명 '물뽕'이라고 하는 마약이다. 최근 강남의 한 클럽에서 이 마약의 투약과 남용에 관한 의혹이 제기됐다.
이 약은 다른 마약에 비해 쾌락을 유발하는 효과보다 수면, 진정의 효과가 강하다. 이 때문에 쾌락을 향유할 목적보다는 타인을 의도적으로 잠들게 할 목적으로 주로 사용된다. 이는 마약 투약에 대한 자발적 의지가 없는 선량한 사람을 피해자로 만든다는 점에서 매우 악질적인 중범죄에 해당한다.
이 약으로 인해 의식을 잃고 기억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성범죄를 포함한 여러 범죄 행위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여러 여성들의 제보로 인해 밝혀졌다. 경찰은 광역 수사대에 전담팀을 꾸려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수사는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날 가능성이 높다.
GHB는 GABA라는 체내의 신경전달물질로부터 대사된 물질이다. 이미 체내에 일부 존재하는 물질이기 때문에 금방 대사되고 소변으로 배출되는 특성을 가진다. 그리고 매우 간단한 구조로 인해 몰래 생산하기도 쉽다고 한다. 게다가 무색, 무취, 무미라는 특성으로 피해자가 현장에서도 알아차리기 어렵다. 생산과 사용 모두 너무 쉽고 적발은 어려운 것이다.
영화 ‘아저씨’가 나온지 10년 가까이 지났고 그동안 물뽕에 관한 소문과 의혹이 수없이 있었지만 실제 적발로 이어진 경우가 드물었던 이유다.
그러므로 이런 대대적인 단속과 처벌로는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이미 우리나라는 촘촘한 치안과 강력한 마약법을 가지고 있고 전 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마약청정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경찰과 법은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도 발생할 수 있는 마약 피해자들을 구할 유일한 해결책은 예방이다. 인도에 관한 모든 여행책에 공통적으로 쓰여 있는 문구가 있다. ‘타인이 주는 음료나 술을 마시지 마시오’라는 문구다. 이 문구로 인해 인도를 여행하며 타인이 권하는 음료나 술을 마시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이런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클럽도 마찬가지다. 물뽕으로 인한 범죄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술잔을 지키고 타인과 공유하지 않으며, 타인의 술잔을 받지 않는 인식의 확대가 필요하다.
대대적인 수사보다 클럽 입구에 붙이는 ‘타인이 주는 음료나 술을 마시지 마세요’라는 문구 한 줄의 캠페인이 더 큰 효과를 낼 수도 있다. 클럽 문화를 잘 모르는 작가의 비현실적인 제안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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