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훈정 부회장 "일차의료 의사, 문지기 아닌 조정자 역할하고 수가 현실화로 재원 투자해야"
[현장중심 일차의료 강화 토론회]③ "의료비 절감을 위한 방향이어선 안돼...제도적 규율보다 수가체계로 동기부여"
현장 중심 일차의료 강화를 위한 토론회 한국보건의료포럼이 주최하고 대한개원의협의회·대한예방의학회·국립중앙의료원 일차의료지원센터·메디게이트가 공동으로 주관한 '현장 중심 일차의료 강화를 위한 토론회'가 11일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이번 토론회는 일차의료의 역할과 기능을 정립해 의료전달체계 구축 방향을 제시하고, 현장 기반의 일차의료 정책을 제안하고자 마련됐다. 메디게이트는 의사회원들을 대상으로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등의 제도와 의료전달체계 개선점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저출산 고령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일차의료는 어떤 모습으로 변해야 할까. 대한개원의협의회 좌훈정 기획부회장은 전문화∙분업화와 수가 현실화를 중요한 과제로 제시했다.
‘일차의료의 패러다임 변화와 임상현장 정책 제안’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좌 부회장은 최근 일차의료가 인구 고령화를 맞아 급격한 변화에 맞닥뜨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핵심적인 변화로는 만성질환의 복합 다중화, 필수의료의 붕괴, 질환의 중증도 증가에 따른 상급∙종합병원 쏠림을 꼽았다.
먼저 만성질환의 복합 다중화에 대해선 “인구고령화로 만성질환의 유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수의 만성질환을 가진 복합만성질환자의 수도 함께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필수의료 붕괴와 관련해선 “흔히 중증, 외상 등 상급∙종합병원의 문제로 여기기 쉽지만 오히려 경영환경이 취약한 일차의료의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며 고령화, 고위험의 2고와 저출산, 저수가의 2저가 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중증질환으로 사망하는 환자수와 그 비율이 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대형병원으로 쏠림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대형병원 쏠림은 의료소비자의 잘못이 아니라며 질환의 중증도 증가, 국민소득 증가, 일차의료 인프라 붕괴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좌 부회장은 이런 변화들을 고려할 때 일차의료의 전문화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질환의 중증도 및 국민 소득의 증가로 전문적이고 고급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현상황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여러 전문과의원을 전전하거나, 중증도가 증가하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향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기존에 배출된 전문 인력을 충분히 활용해 각 전문진료 영역의 수평적 의뢰를 통한 클러스터 방식으로 의료서비스 질을 제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차의료 활성화의 목표가 의료비 절감을 위해 진료량을 감소하는 방향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는 일차의료의 하향평준화를 부추길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고령화 시대를 맞이해 일차의료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의원급 의료기관들에 투입되는 진료비용을 늘려 의료서비스의 질과 양을 모두 제고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며 “그래야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줄이고 지역에 기반한 일차의료 활성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일차와 이∙삼차의료, 장기요양은 무한경쟁보다는 의뢰, 회송, 촉탁 등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가 현실화 등 과감한 재원 투자를 통해 일차의료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좌 부회장은 “일차의료 활성화는 제도만 자꾸 고친다고 되지 않는다”며 “과감한 재원의 투자가 필요한데 같은 비용이라도 일차의료에 투입하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가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료 환경 변화속에서 일차의료는 단순히 게이트키퍼(문지기)가 아니라 급성질환치료, 만성질환관리, 질병예방 및 건강상담 등 포괄적인 조정자(네비게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제도적 규율보다는 수가체계를 기반으로 유인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했다.
좌 부회장은 끝으로 “필수의료 취약지의 일차의료에 대해서는 지역책임제를 도입하고 인프라 구축과 세제 지원을 해 지역화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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