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12.01 17:19최종 업데이트 24.12.0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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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선물 없었다…여야의정 협의체 3주 만에 중단

정부∙여당 "휴지기 갖지만 물밑 대화 이어갈 것"…의학회·KAMC "휴지기 아냐, 정부와 인식 차이 컸다"

지난달 11일 여야의정 협의체 1차 회의 당시 모습. 사진=국민의힘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여야의정 협의체가 2025년 의대정원 문제와 관련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출범 약 3주 만에 중단됐다. 여당은 앞서 협의체를 통해 국민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드리겠다고 공언했는데, 의료계 단체가 참여 중단을 선언하면서 이같은 약속은 무산되고 말았다.
 
정부∙여당은 1일 “협의체는 휴지기에 들어가지만 물밑으로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힌 반면, 의료계는 휴지기라는 정부∙여당의 주장을 일축하며 “(현 사태에 대한) 인식 차이가 커 신뢰 회복을 위해선 정말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여당 "25년 정원 조정 수용 불가" 정부 "의료개혁 결코 멈출 수 없어"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 4차 회의 후 브리핑에서 “의료계는 2025년 의대정원 변경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이는 입시가 상당히 진행된 상황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였다”며 “이런 상황을 감안해 협의체는 당분간 공식적 회의를 중단하고 휴지기를 갖기로 했다. 휴지기 중에도 의료계를 포함한 참여 당사자 간의 대화는 지속될 예정”이라고 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26학년도 정원부터는 의료계가 의사인력추계위원회에 참여해서 의견을 제시하면 정부는 숫자에 구애받지 않고 함께 논의해 나가겠다”며 “2026학년도 정원도 입시 일정을 고려하면 논의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논의할 시간이 점차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현재 진행 중인 다양한 의료개혁 과제는 단순한 정원 조정을 뛰어넘어 국민의 생명과 지속 가능한 세계적 의료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정책들”이라며 “의료개혁의 핵심 목표인 필수의료 정상화와 지방의료 발전은 국민과 환자를 위해 결코 멈출 수 없다. 정부는 의료계와 머리를 맞대고 의료개혁을 추진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의학회 "정부∙여당 일관된 입장에 절망…야당은 방관만"

대한의학회 이진우 회장은 협의체 휴지기라는 정부∙여당의 발표에 대해선 “그건 정부∙여당 입장인 거 같고 우린 그렇지 않다. 그렇지만 예를 들어 정부∙여당 쪽에서 의대정원에 대한 확실한 태도변화나 정책 변화를 보여주면 그때 가서 다시 판단하고 논의해서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이 회장은 “그동안 2025년 의대정원과 관련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을 충분히 검토해 구체적인 조정안을 제시했다. 또 2026년 증원 유예와 함께 합리적 추계기구를 신설해 2027년 이후에 정원 논의를 진행하자는 제안도 했다”며 “급박한 현실에서 의정 사태 해결의 의지를 조금이라도 보여달라고 간절히 요청했으나, 정부는 어떤 유연성도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여당은 그동안 의료계가 대화의 장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비난했지만 정작 협상의 장으로 나온 의학회와 KAMC의 제안을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거부하면서 정책 변화는 있을 수 없다는 한 치도 물러나지 않는 일관된 입장에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 회장은 또 여당과 야당에 대해서도 “의료현장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여당은 해결을 위해 정부를 적극적으로 압박하거나 중재에 나서지 않아 그 진정성을 의심하게 했다. 야당 역시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고 수수방관하며 의정 사태 해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의평원 무력화 개정안 중단∙휴학 승인 등 일부 성과

양측은 여야의정 협의체의 성과로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 문제와 관련해 일정 부분 공감대를 이뤘다는 데 동의했다.

실제 정부는 의평원 무력화 시도라는 반발을 샀던 ‘고등교육기관의 평가 인증에 관한 일부 개정령안’ 변경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으며, 의개특위 개편과 논의 내용도 의료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기로 했다. 다만 향후 대화를 통한 신뢰 회복에 대한 전망을 놓고선 의견이 극명하게 갈렸다.
 
이 부총리는 “대화를 시작해서 불신의 벽을 조금이라도 무너뜨리고 신뢰를 형성해 나가는 좋은 출발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불신의 벽이 높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여정이다. 당분간 휴지기를 가지지만 출발의 의미가 컸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도 “협의체를 통해 정부와 의료계가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앉아서 소통을 시작했다는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며 “협의체가 휴지기를 갖는다고 해서 대화의 물꼬를 튼 게 끝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물밑으로 훨씬 더 신뢰감을 갖고 의견 교환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다.
 
반면 이진우 회장은 “의대생의 조건 없는 휴학 승인이 수용됐고, 의평원 문제 등 (의대정원을 제외한) 다른 부분에선 어느 정도 공감이 이뤄졌다”면서도 “4차례에 걸친 회의를 진행하면서 정부와 의료계의 인식 차이가 크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인식 차이가 크기 때문에 신뢰 회복을 위해선 정말 많은 시간이 걸리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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