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8.09 07:13최종 업데이트 22.08.0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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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량 스타틴 사용 어려운 개원가, 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 '로수젯' 대안될까?

국내 26개기관 5년간 3780명 환자 대상 연구자주도 임상시험서 이점 확인…개원가 넘어 진료지침 변경까지 전망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김병극 교수가 RACING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고용량 스타틴과 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를 비교한 결과, LDL 콜레스테롤(저밀도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능은 비슷했으나 부작용 발생을 현격히 줄일 수 있다는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이는 출혈, 간독성, 당뇨병 등 다양한 부작용으로 고용량 스타틴 사용에 부담을 느끼는 개원가들에서 대안이 되는 것은 물론, 국내외 고지혈증 진료지침(가이드라인) 변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다.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김병극 교수는 8일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전문지 대상 기자간담회에서 5년간 진행된 대규모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RACING 연구) 결과를 공개하고 이같이 밝혔다.

국내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 환자가 1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1차 치료로 스타틴이 주를 이루고 있다. 병용에서는 스타틴+에제티미브요법이 70%에 이르지만, 아직까지 스타틴과 복합제(병용사용)에 대한 임상적 근거, 특히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데이터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세브란스병원, 고려대병원, 원광대병원, 고신대복음병원, 명지병원 등 국내 26개 기관에서 한국인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환자 3780명을 대상으로 지난 2017년 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RACING 연구가 이뤄졌다. 이는 로수젯(로수바스타틴 10mg+에제티미브 10mg) 병용요법군 1894명과 고강도 스타틴(로수바스타틴 20mg) 단독요법군 1886명으로 무작위 배정해 3년 동안 추적·분석한 임상시험이다.

차의과대학 장양수 교수가 책임연구자를 맡았으며 제1공동저자로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김병극·홍성진 교수, 교신저자로는 홍명기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란셋(IF=202.731)에 등재됐다. [기사 = "심혈관 질환에서 LDL 콜레스테롤 조절에 스타틴+에제티미브 효과적"]
 
RACING 연구(임상시험)의 1차평가변수, 2차평가변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차 평가변수인 투여 후 3년 시점에서 심혈관계 사망, 주요 심혈관계 사건 또는 비치명적 뇌졸중의 발생은 병용요법군 172명(9.1%), 단독요법군 186명(9.9%)으로, 유의미하지는 않지만 단독요법에 준하는(비열등) 효과가 나타났다.

이차 평가변수인 LDL-C 목표 수치(70 mg/dL 미만) 도달률은 1년 시점 로수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의 병용요법군에서 73%, 단독요법군에서 55%로 18% 정도의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또한 2, 3년 시점에서 병용요법군은 각각 75%, 72%로 나타났고, 단독요법군은 60%, 58%로 관찰돼 LDL-C 목표 수치에 도달한 환자 비율이 모든 관찰 시점에서 병용요법군이 유의하게 우수했다. 

김 교수는 "LDL콜레스테롤은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는 게 고지혈증의 화두다. 지침(가이드라인)이 계속 변경되고 있는데, 일부는 100에서 75, 최근 55까지 떨어졌다"며 "이에 따라 이번 연구에서 목표 수치보다 더 낮은 LDL-C<55 mg/dL에 도달한 환자 비율도 확인했으며, 병용요법군에서 1, 2, 3년 시점에 각각 42%, 45%, 42%, 단독요법군에서 25%, 29%, 25%로 병용요법이 단독요법 보다 LDL-C 감소 효과가 유의하게 높았다"고 설명했다.

'나쁜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LDL-C는 수치가 높으면 혈관벽에 지질이 쌓여 심장질환 발생률이 올라가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초고위험군 환자의 경우 70mg/dL 미만으로 관리할 것을 권장한다. 유럽심장학회 등 해외에서는 심혈관질환 재발을 막기 위해 ASCVD 환자의 LDL-C 목표 수치를 55mg/dL 미만으로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혈관질환자의 LDL-C를 낮게 유지하기 위해 간에서 LDL-C 콜레스테롤 합성을 저해하는 스타틴 약물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고용량의 스타틴을 투여해도 LDL-C가 조절되지 않거나 약물 부작용으로 고용량 스타틴 유지가 힘든 경우도 있어 임상 적용에서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안전성 측면에서 많은 문제가 있는 실정이다. 
 
RACING 연구 관련 전문지 대상 기자간담회 전경.

김 교수는 "고용량 스타틴 단일요법이 문제가 없었다면 이번 연구도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 나라에서 안전성을 이유로 고용량 스타틴이 허가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간독성은 물론 스타틴 용량을 높이면 이에 비례해 당뇨병 발생 확률도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에 연구팀은 병용투여 효과 뿐 아니라 안전성까지 확인했으며, 이를 통해 안정적인 치료 유지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상 사례나 스타틴 불내성으로 연구 약물 복용을 중단하거나 용량을 감량한 환자 비율은 병용요법군에서 88명(4.8%), 단독 요법군에서 150명(8.2%)으로 관찰됐다(p<0.0001).

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고용량 스타틴 단일제’보다 ‘중강도 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가 LDL-C를 효과적으로 떨어뜨리고 부작용도 적어 환자들에게 더욱 도움될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며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재발 등 ASCVD 환자의 2차 합병증을 막기 위한 표준 치료법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의 총책임을 맡은 교신저자 장양수 교수(분당차병원)도 "고용량 스타틴을 처방하면 근육통, 간 손상, 당뇨병 등 부작용으로 약물을 줄이거나 중단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하지만 ‘로수젯’ 같은 중강도 로수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복합제는 우수한 약물순응도를 기반으로 LDL-C 조절이 필요한 환자에게 효과적인 치료 전략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최동훈 교수는 "의사들은 물론 환자들도 고용량의 스타틴을 사용하면 당뇨병 발생 위험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기본 용량을 사용해보고 반응이 없으면 한 번 정도 올릴 수 있겠지만, 기본 후 효과가 없으면 복합제를 쓰는것이 요즘 트렌드"라며 "고혈압치료도 한 가지 약제를 쓰고 안 떨어지면 용량을 바꾸는 게 아니라 다른 약제를 사용한다. 스타틴도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고, 임상근거가 축적되다보면 어느 시점에 이르러 가이드라인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극 교수는 "그동안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제대로된 근거가 없었는데,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개원가(로컬) 의사들이 더 효과적인 약물 치료를 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고 했다.

홍명기 교수(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도 "부작용은 줄이고 효능은 확실히 검증된 복합제 사용은 고위험 환자 뿐 아니라 저위험(로우리스크) 환자에서도 권고된다. 실제 이번 연구를 세분화해서 분석한 결과, 오히려 로우리스크(경증) 환자에서 병용요법 이득이 더 많이 발생했다"면서 "개원가 등에서도 부작용에 대한 부담을 덜고 대안적인 측면에서 (복합제를)많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번 연구결과가 오는 9월에 나올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가이드라인(진료지침 개정판 5판)을 변화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부연했다. 연구팀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 결과인 동시에 복합제 사용의 목표달성률이 높았고 안전성 측면 역시 유의미했으나, 단독연구만으로 지침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세부사항 변화나 권고가 한 단계 상향되는 정도로 수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 교수는 "그럼에도 그동안 고용량 단독사용에 반대되는 연구가 없었고 수년간 지적돼왔던 문제를 처음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번 연구결과를 계기로 개인적인 경험과 데이터가 축적되고 에비던스(근거)화되면 가이드라인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로수젯 제품군.

한편 란셋에 등재된 RACING 연구에는 한미약품 이상지질혈증치료 복합제 ‘로수젯’이 중심 약제로 쓰였다. 후원사인 한미약품은 이번 연구 결과를 기점으로 ‘로수젯’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고용량 스타틴 단일제 중심이었던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전환하는 기폭제이자, 로수젯이 그 중심을 잡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미약품 대표이사 우종수 사장은 "로수젯은 한미약품의 우수한 제제기술을 기반으로 국내 최초로 선보인 로수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결합한 복합제"라며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의료진과 국민들께 보다 안전하고 효능이 우수한 치료제를 제공해 드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우 사장은 "이번 란셋 등재 연구 외에도 로수젯에 대한 6건의 임상연구 논문을 발표하는 등 확고한 근거 중심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며 "한미약품은 다양한 치료제 분야에서 의료진과 환자의 치료 옵션을 더욱 확대할 수 있는 과학적인 임상근거를 지속적으로 쌓아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로수젯은 지난 2016년 출시 이후 연간 매출액이 243억원에서 2021년 1232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만 666억원(전년대비 13.3% 증가, UBIST 기준)에 달하는 등 크게 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해말 저용량 로수바스타틴 2.5mg 복합제를 추가 발매하면서 현재 로수젯은 ▲10/2.5mg ▲10/5mg ▲10/10mg ▲10/20mg 등 총 4가지 용량의 라인업이 구축돼 있어 향후 시장은 더욱 성장할 전망이다. 실제 한미약품 측은 "이번 연구결과를 비롯해 근거중심 마케팅을 기반으로 오는 2024년까지 2000억원대 처방 매출 달성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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