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치료'를 한다며 여중생을 성추행한 한의사에 대해 1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에서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40시간 성폭행 치료강의 수강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환자단체는 한의사협회, 의사협회에 '환자를 위한 진료실 가이드라인'을 신속히 제정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은 최근 수기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여중생을 성추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한의사 A씨에 대해 1심과 달리 유죄 판결을 내렸다.
2013년 8월 해당 여중생은 한의원에서 7차례에 걸쳐 허리 통증 부위의 혈을 누르는 일명 수기치료를 받았다.
A씨는 간호사가 없는 상태에서 치료실 커튼을 치고, 치료라는 명목으로 여중생에게 바지를 벗게 한 뒤 속옷에 손을 넣는가 하면 가슴을 주물렀다.
A씨는 또다른 여학생도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결국 이 한의사는 여학생을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 법원은 무죄 판결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올해 2월 1심 재판부는 한의사의 수기치료가 정당한 한방 의료행위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한의사가 수기치료를 빙자해 여학생들을 추행한 것으로 의심되긴 하지만 해당 수기치료가 한의학적으로 인정되는 치료방법 중 하나여서 신체를 만진 것을 두고 추행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2심 법원은 "한의사가 여학생의 가슴을 만진 것은 한의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명백한 추행"이라고 결론 내렸다.
2심 재판부는 성적으로 민감한 환자의 신체 부위를 진료할 때에는 사전 설명 후 동의를 구하거나 간호사 등 제3자를 입회시키는 등 한의사가 준수해야 할 지침이 마련되지 않은 문제점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환자단체연합회는 "한의사협회는 한의사의 진료과정 중 성추행을 방지할 수 있는 어떠한 장치도 마련하지 않고, 현재까지 한의사윤리지침조차 제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협회도 의사윤리지침에서 '샤프롱(chaperone)' 제도를 삭제한 상태다.
샤프롱은 여성, 미성년자, 정신지체 환자 등을 진료할 때 가족이나 보호자, 간호사 등 제3자가 입회하도록 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의사협회는 2001년 의사윤리지침을 제정하면서 '의사는 내진을 할 때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제3자의 입회 아래 시행해야 한다'는 규정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2006년 지침을 개정하면서 이 조항을 삭제했다.
의협은 현재 의사윤리지침 개정작업을 진행중인데 의사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제3자 입회' 조항을 다시 살릴 예정이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영국이나 미국은 의사회에서 샤프롱제도를 진료현장에 적용하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진료중인 의료인과 환자 모두를 보호할 수 있도록 의사협회, 한의사협회가 중심이 돼 시민단체와 함께 환자를 위한 진료실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지키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환자단체연합회는 "이들 협회가 진료실 가이드라인이나 성추행을 방지하기 위한 윤리지침을 만들지 않는다면 결국 국회에서 '진료중 성추행 방지법'을 제정해 강제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수기치료 사건을 계기로 샤프롱제도를 담은 '진료 빙자 성추행방지법'을 제정하기 위해 1만명 문자 청원운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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