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5.04.17 10:11최종 업데이트 15.04.30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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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네 제약사 리베이트 뿌린다 카던데??"

협회, 금품제공 의심 제약사 무기명 투표

목적‧방법‧효과 의문, 논란만 키웠다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물품 도난사건이 자꾸 일어났다. 

담임 선생님은 "절도한 학생 스스로 도둑질을 자제하게 한다"며 학생들에게 의심되는 친구 이름을 무기명으로 적어내라고 지시했다. 

쪽지 내용을 자신만 아는 담임은 도둑으로 지목된 학생에게 "네가 의심받고 있으니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만일 그 학생은 도둑질을 한 것일까?

도둑질은 근절이 됐을까?

 

한국제약협회가 리베이트가 의심되는 제약사 이름을 무기명으로 적어내도록 한 조치가 이 초딩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

제약협회는 '리베이트 자정'이라는 목적으로 14일 열린 이사회에서 이사장단 제약사들에게 리베이트 의심기업 3곳 이름을 적어내도록 했다.

투표 결과는 이경호 제약협회장만 볼 수 있다. 이 회장이 다수 투표를 받은 리베이트 의심 제약사에 직접 전화해 주의를 주는 방식이다. 의심받은 회사 이름이 누설되면 이 회장이 모든 책임을 진다.

 

이 같은 방식의 무기명 투표는 시행 목적, 방법, 효과 모든 면에서 명분을 얻지 못하고 논란만 키우고 있다.

투표의 목적은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업계 자정이다.

 

그러나 제약사들이 보는 시각은 다르다.

리베이트 투아웃제 시행 후 제재 조치에 민감해진 상위 제약사들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중소 제약사의 영업정책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다.

도입 논의의 시발점 자체가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무기명 투표는 제약협회 산하 자율준수분과위원회에서 처음 도입 필요성을 제기해 이사장단회의, 이사회 의결을 통해 결정됐는데 자율준수위원회와 이사장단 모두 상위 제약사 위주로 구성돼 있다.

 

 

투표 방법에 대한 논란은 더 크다.

의심기업 3곳을 특정하는 데에는 근거도, 사실도 없다. 심증만 있을 뿐이다.

협회가 '카더라'를 근거로 '마녀사냥'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것도 '투표'라는 민주적인 방법을 동원해.

 

이런 논란에도 강행한 투표는 협회 바람대로 자정효과를 거둘 것인가.

리베이트 제약사를 움찔하게 해 단기적으로 과도한 영업을 자제하게 하는 효과를 거둘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이상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전망하는 이유는 투표결과에 대해 어떤 제재 및 조치가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경호 회장이 '실제' 특정 제약사에 아무도 없는 곳에서, 휴대전화로, 나즈막한 목소리로 속삭이는 게 전부다. 

 

'진짜' 다수가 지목한 제약사가 있는지, 이 회장이 '진짜' 전화를 했는지, 전화를 했다면 '따끔하게' 경고를 했는지, 말만 전화했다고 하고 안했는지 아무 것도 확인되지 않는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보안 문제 때문에 이 회장에게만 투표에 대한 모든 접근권한을 부여했고, 우리 역시 묻지 않을 것"이라며 "고육지책이라는 지적을 받더라도 불가피하다는 공감 속에 생긴 제도다. 의심 기업 CEO에게 압박하는 것 자체가 순기능을 가져올거라 본다"고 말했다.

 

모 제약사 관계자는 "제약협회가 보여주기에 급급해 누구도 설득할 수 없는 자충수를 뒀다. 심지어는 정부 관계자도 왜 이런 걸 하는지 이해 못하겠다고 혀를 찬다"며 "실효성과 명분 그 어떤 것도 거두지 못한 채 위화감만 조성하다 막 내릴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경호 회장이 총대를 메고 무리수를 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국제약협회 # 무기명 투표 # 리베이트 # 메디게이트뉴스

송연주 기자 (yjsong@medigatenews.com)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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