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12.19 08:33최종 업데이트 20.12.2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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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1000명대 확진자, 코로나19 무리한 병상 확보에 일반 환자‧학생만 죽어난다?

정부 부랴부랴 병상 확보 전쟁…일반환자 100여명씩 강제 전원‧대학교 기숙사 퇴교 조치 등 속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1000명씩 나오면서 정부가 자랑하던 K-방역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정부와 지자체가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오히려 무리한 병상 확보로 인한 불만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중앙보훈병원은 코로나19 병상 확보를 위해 140여명에 달하는 환자들을 강제 전원시키고 경기대학교 기숙사도 생활치료센터로 전환되면서 일반 학생들이 퇴실처리되고 있다. 방역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진료 대응과 별도로 일반 환자들의 진료 체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병상 부족 상황 한계, 서울 1개‧경기도 0개…정부는 병실 확충 전쟁 중

정부는 현재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정부는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큰 위기로 규명하고 있다. 특히 신규확진자가 수도권에 대부분 몰리면서 수도권 중환자 병상 확보 전쟁이 치열하다.

16일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 인천에 위치한 중환자 전담치료병상은 각각 78개, 49개, 25개지만 현재 가용 가능 병상은 1개, 0개, 2개에 불과하다. 병상이 부족하다보니 입원 대기자도 늘고 17일에는 처음으로 60대 기저질환자가 병상 배정을 받기 위해 대기하다가 사망하는 사례도 나왔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중증환자 치료병상 300병상을 확보(사용가능 13병상 + 287병상 추가)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코로나19 환자만을 전담 치료하는 거점 전담병원을 신규 지정하고 중증환자 전담치료병상도 지속적으로 확보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병상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5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에서만 824병상 중 270개 병상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됐다. 이를 통해 중환자, 준중증환자, 중등도환자, 고위험군환자 등 총 107명의 환자를 수용한다는 계획이다.
 
중앙부처 의료기관에서 복지부 소속은 건보공단 일산병원(97), 국립정신건강센터(47), 적십자병원(서울 37, 인천 62, 상주 188, 영주 142)이다. 국방부 소속은 대전병원(86), 대구병원(303), 고용부 소속 경기요양병원(160), 경찰청 소속 경찰병원(161), 보훈처 소속 중앙보훈병원(120), 기타 원자력병원(133), 세종 충남대병원(50) 등이다.

또한 준중증병상이라는 새로운 병상 개념도 도입됐다. 이는 중환자로 갈 가능성이 높거나 중환자 중 증상이 개선됐지만 일반 병실로 바로 갈 수 없는 환자들을 위한 병상이다. 새로운 범주의 병상을 통해 중환자 병실 회전율을 높이겠다는 게 방역당국의 전략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정례브리핑에서 "공단일산병원 병상 확보는 코로나 전담병원 전환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것이다"라며 "일산병원은 중환자와 준중환자, 중등증 환자를 차례로 볼 수 있는 병원으로 전체적인 코로나19 전담병원 전환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국립중앙의료원, 건보공단일산병원, 성남시의료원 외 평택 박애병원을 포함해 민간의료기관 2개소 등 중증환자 치료가 가능한 공공·민간 의료기관의 병상을 전부(또는 일부) 소개해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 지정해 152병상을 확보한다”라며 “국가지정 입원치료격리병상, 상급종합병원, 국립대병원의 중환자 병상을 중증환자 전담치료병상으로 지정해 108병상을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치료병상 무리하게 확보하다 일반 환자는 나몰라라?

그러나 문제는 코로나19 확진자 전담 치료병상과 생활치료센터 등을 무리하게 확보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별다른 대책없이 병상 전환이 이뤄지다보니 기존에 입원해 있던 비코로나19 환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특히 향후 코로나19 병상 확보가 중요해지면서 이 같은 문제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취재과정에서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전환된 의료기관 상당수가 기존에 입원해 있던 비코로나19 환자들의 전원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지만 문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국가보훈처 산하 중앙보훈병원은 재활병동 187개 병상 중 120병상을 코로나19 전담병상으로 전환했고 이 과정에서 138명의 입원환자들이 병원을 강제로 나가야만 했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병원의 전원 요청에 반발하고 있는 일부 환자들의 전원을 진행시키기 위해 중앙방역대책본부 측에 공문 발송을 요청한 상태다.

병원 측은 현행법에 따라 병상 확보를 위한 병원 전원 요구는 정당하다는 입장이지만 병원에 입원 중이던 기존 환자들의 강제 퇴원이나 전원 사태로 인한 불편이 계속되면서 병상 확보도 중요하지만 기존 환자들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보훈병원 관계자는 "중앙사고수습본부의 명령에 따라 보훈병원이 감염병관리기관으로 지정되면서 현행법에 의거해 감염병 관리 병상확보를 위해 환자들을 부득이하게 전원시키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관계자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씀드렸지만 일부 환자들의 반발이 있었다"며 "기존에 치료받던 병원에서 진료를 마무리 짓고 싶다는 요청 등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전원된 상태이고 5명 정도의 환자들이 남아 있다"며 "보훈병원 환자들이 대부분 국가유공자이기 때문에 이들이 일반병원에 가더라도 진료비 감면이나 지원에 대한 합의도 마친 상태다. 그럼에도 전원이 해결되지 않은 건에 대해 중대본 공문 협조를 요청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고려의대 최재욱 예방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환자 치료도 중대하지만 일반 환자 진료가 취약하게 되거나 붕괴되면 최악의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라며 “코로나19 진료체계와 일반의료체계를 모두 고려해 종합대책을 수립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활치료센터 확충, 대학교 기숙사 학생들 퇴거 조치에 학생들 반발

생활치료센터 확충에 따른 반발도 속출하고 있다. 중대본은 지난 13일 생활치료센터 7000병상을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종교시설, 대학교 기숙사 등 민간시설을 포함해 생활치료센터로 활용하는 긴급동원조치까지 내려진 상태다.

그러나 이 중 경기대학교와 서울시립대학교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게 이어지고 있다. 기숙사 거주 학생들이 사전에 전혀 공지 받지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쫒겨나게 됐다는 것이 반발의 이유다. 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4일 경기대 기숙사의 생활치료센터 전환에 협의하고 최대 2016명의 인원이 수용가능하다고 밝혔다. 서울시도 서울시립대 기숙사를 생활치료센터로 전환해 520병상을 확보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시립대 이외에도 현재 서울대·연세대·고려대·중앙대·한양대·이화여대·경희대·건국대 등 8개 대학에 생활치료센터 전환 협조 공문을 보낸 상태다. 

서울시립대 총학생회는 성명서를 통해 "본교의 공식적인 공지와 생활치료센터 지정 이전 학생들의 여론수렴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통보는 매우 유감스럽다"며 "서울시는 동계방학 기간에 500여명이 넘는 학생의 입주가 예정된 상황에서 임시 거주지와 교통비를 보장하고 2학기 학사일정에 맞춘 기숙사 퇴사일을 보장하라"고 밝혔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을 경기대 재학생이라고 밝힌 A씨도 "학생들은 기숙사의 생활체료센터 전환에 대해 공지를 전혀 받지 못한 상태에서 지난 주말(13일) 뉴스를 통해 사건을 접하게 됐다"며 "학생들도 긴급한 상황을 인지하고 충분히 지자체 방침에 수용할 생각이 있지만 금액을 지불하고 정당하게 얻은 한 사람의 집에 대해서 어떤 동의도 얻지 않고 강제 퇴소하는 것은 누구도 흔쾌히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기대 측에 따르면 기숙사는 17일부터 생활치료센터로 쓰이게 되며 기숙사를 나가게 된 학생들은 경기도에서 따로 임시 거처를 마련해줄 예정이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대응 방법이 미숙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국회 교육위원회 김병욱 의원(국민의힘)은 성명문을 통해 18일 "곧 경기대, 서울시립대 외에도 여러 대학교가 치료센터로 추가 지정되려고 한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하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코로나19보다 더 엄중한 것이 시험이고 성적이다. 당사자인 학생들의 상황을 조금도 헤아리지 않고 의견 수렴없이 일방 통보식으로 학생들을 내쫓아도 된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그나마도 다른 대학교들에는 숙박시설 동원 수용 협의를 요청하면서, 서울시립대학교는 서울특별시의 직속기구라는 사실만으로 그 기숙사 학생들에게 강제퇴거를 종용하고 있다"며 "학교가 나가라고 하면 학생은 영문도 모르고 짐싸서 나가야 합니까. 아무리 코로나19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하지만 이게 제대로된 행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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