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11.05 08:55최종 업데이트 22.11.05 08:55

제보

수술 절반은 노인...노년외과 개설해 수술 전 포괄 평가 제공하자

외과학회 정책 세션 "노인 환자 수술, 개인‧사회에 무조건 득 아냐...다학제 평가 위한 수가 제도화 필요”

11월 4일 개최된 대한외과학회 추계학술대회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고령화와 함께 노인 환자의 수술이 증가하는 가운데 모든 노인 환자에게 수술이 유익하지 않은 만큼 노인 환자의 포괄적 기능평가를 진행할 수 있는 노년외과 다학제 팀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외과학회는 국내에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지만 노인 포괄평가는 갈수록 증가하는 노인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환자 개인의 삶의 질 향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인포괄평가’에 대한 급여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4일 서울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2022년 대한외과학회 국제학술대회 및 제74차 추계학술대회(ACKSS 2022)’에서 ‘초고령사회에서의 외과의 역할-노년외과환자 수가의 제도적 개선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정책 세션이 진행됐다.
 
이날 정책 세션에서는 고령화와 함께 서전(surgeon)인 외과 의사들의 노년 환자 수술에 대한 고민과 함께 진정 환자를 위한 수술을 제공할 방법으로 노인포괄평가(CGA)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성인과 다른 노인, 수술 전 ‘노인포괄평가’로 수술 여부‧수술 후 관리 진행해야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이인규 교수

먼저 발제에 나선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이인규 교수는 “기대여명이 증가하면서 노인 환자에 대해 큐어(cure)를 제공해야 할지, 케어(care)를 제공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큐어에 초점을 맞추면 수술을 해야 한다. 하지만 노인 환자가 수술을 받았을 경우 기능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해 기대 수명을 늘어나지만 삶의 질은 오히려 떨어질 수도 있다. 반대로 수술을 안 하면 기대 수명은 짧아질 수 있지만, 사는 동안 고통은 오히려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수술 후 예측 결과를 환자와 미리 논의하고, 환자가 원하는 방향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그렇다 보니 병원에서는 일단 수술을 우선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주연세세브란스병원 김익용 교수는 “주요 33개 수술 통계를 살펴본 결과 60세 이상의 수술 건수가 42%다. 치료비는 40%를 차지하고 있다. 간 수술은 최소 40~50%가 노인 수술이다”라며 “이렇게 매년 늘어나는 노인 수술과 함께 노인 의료비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건강보험 진료비는 2016년 25조 187억 원에서 2020년 37조4747억 원으로 증가했다. 전체 건강보험 진료비에서 노인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노인 진료비 비중은 2016년 38.7%에서 2017년 39.9%, 2018년 40.8%, 2019년 41.4%, 2020년 43.1%, 2021년 43.4%로 계속 늘었다.
 
하지만 노인 환자는 질병의 종류와 관련 없이 중추신경계 증상 등이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고, 약물 사용에서도 이상 반응이 많으며 질병의 경과에 의학적 요소 이외 여러 가지 인자가 관여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 김광일 교수는 “노인은 성인과 다르다. 이 사실을 이해해야 노인 환자에게 똑같은 수술을 해도 회복이 잘 안되고, 합병증이 발생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노인 환자는 수술이 잘 되더라도 오히려 이전보다 건강 상태나 전반적인 만족도가 떨어지는 일이 많다”며 “결국 항상성이라고 하는 외부 변화에 대해 적절하게 반응하는 능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노인 수술을 고려하기 전에 환자의 건강 스펙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수술 전 포괄적인 환자 평가를 통해 환자의 노쇠에 대한 평가, 환자의 치료 목표 및 환자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문서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노년외과의(Geriatric Surgeon)가 노쇠 평가(frailty assessment)를 비롯한 노인포괄평가(Comprehensive Geriatric Assessment, CGA)를 진행해 수술 시 발생할 신체적 영향을 예측해 노인 환자에게 큐어를 제공할지, 케어를 제공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 ACS NSQIP(American College of Surgeons National Surgical Quality Improvement Program)에서는 노인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에 따라 수술의 결과가 달라지는 만큼, '노인 환자의 수술 전 평가 가이드라인'으로 노인 환자의 ▲인지기능 ▲우울증 ▲수술 후 낙상/섬망 위험도 ▲알코올 또는 다른 물질에 대한 중독 ▲노쇠 ▲영양 상태 ▲수술적 치료의 목표와 환자의 기대 ▲가족, 사회적 지원 범위 등을 평가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었다.
 
수술 전 평가로 수술 후 사망‧합병증 감소 가능…다학제팀의 평가 위한 '수가' 도입해야
 

이것이 실제 병원에서 이뤄지기 위해서는 노년외과를 중심으로 한 다학제 팀이 필수라는 주장이 이어졌다.
 
이 교수는 "노년외과의사가 리더십을 갖고 포괄평가를 진행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이 다학제 노인외과 팀에 "노인 수술외과 리더십, 일차의료 팀, 완화 치료, 노인과, 마취, 병동 전담의, 중환자 치료, 영양, 약학 및 사회 사업이 포함된다‘고 전했다.
 
이 다학제 노인외과 팀은 수술을 준비하는 환자의 노쇠에 대한 평가, 환자의 치료 목표 및 동반 질환을 문서화하고 팀에서 검토하게 된다.
 
김익용 교수도 "수술 전 평가의 목적은 수술 위험도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환자의 신체 상태를 최적화해 수술 후 사망 및 합병증을 감소시키는 것"이라며 "노인 포괄평가 수행의 성공을 위해 상당한 기간, 전담 자원 및 학제 간 팀의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 수술 전 평가는 독립된 다학제 팀을 구성해 수행하며 평가팀에는 외과의, 마취의, 노인병 전문의, 장기별 전문의, 간호사, 치료사, 사회복지사 등이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병원에 노년외과를 설치하고 다학제적 평가와 관리가 진행한다는 개념이 널리 퍼져 있지 않고, 이를 구축하기에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이인규 교수는 "노년외과는 다학제이기 때문에 사람들을 모은 것도 힘들고, 이 팀을 잘 이끌어 가는 것도 쉽지 않다. 내 분야 하나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다 보니 힘들다. 또 이 평가와 관리가 굉장히 노동 집약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설명을 계속해야 하고, 그에 대한 추가인력과 업무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노년외과팀을 꾸려 포괄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김광일 교수는 "우리 병원은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좋은 편이다. 전문 간호사, 영양사, 약사 등이 팀이 돼서 환자를 관리하고 있고, 한 환자 당 평가에 약 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병원의 여건에 따라 또 어떠한 도구를 쓰느냐에 따라 소요 시간은 다를 수 있다"며 "현재 절반 정도만 수가를 청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이에 김익용 교수는 "제도화되지 않으면 일개 병원에서 수행하기 굉장히 어려운 시스템이다. 미국은 이 제도를 흡수해 노인 인증 평가도 진행하고 있다"며 "동반질환과 기능적 상태를 고려한 치료방법을 선택하고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발생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인포괄평가의 급여화가 필수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무조건 서전이니까 수술을 해야 하는 게 아니다. 노인 환자를 잘 평가하고 관리해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게 되면 비용 절감을 할 수 있다"며 "미국 연구에서는 의료 질 개선으로 인한 비용 절감, 재원 기간 단축, 재입원 감소 등으로 노년외과가 환자 100명을 보면 약 6억 정도 세이브를 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복지부, 노인에 대한 적절한 수술적 관리 필요성에 동의…시범사업으로 구체화되길 기대
 
보건복지부 배윤영 사무관

이 같은 외과학회의 주장에 보건복지부 배윤영 사무관은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과 인구 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관련한 문제를 고려해 복지부 차원에서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다만 노인이 의료 취약계층이라는 게 명확하기에 그 부분에 있어서 어떤 방향이나 이런 입장을 정하는 게 사실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배 사무관은 "정부는 고령화 사회나 노인 의료 요구를 충족시키고 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정책을 시행해왔다"며 "2021년도에 사망한 80~84세 수진자의 10년간 의료비용을 살펴보니, 10년 동안 의료를 비슷하게 이용했는데 사망하기 직전인 2년에 10년 동안 쓰는 진료비의 4~50% 이상을 소비하고 있었다. 결국 노인 인구에서 더 적절한 수술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고 전했다.
 
그는 "하지만 재정적인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다"며 "인구 구조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고, 노인의 의료 유형은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의 수요가 있는 계층인 것도 맞다. 노인포괄평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어 근거를 쌓아 시범사업을 할 수 있는 형태로 구체화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