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창출에 기여하고 우수한 복리후생으로 '꿈의 직장'으로 여겨졌던 다국적 제약사들.
하지만 근로기준법을 무시하면서 노사 갈등이 빈번해지고 있다.
쥴릭파마코리아 직원 100여명은 지난 24일 본사(용산 LS타워) 앞에서 집회를 여는 한편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기간제법상 2년까지 가능한 비정규직 근무기간을 7년까지 연장하며 비정규 직원들에게 한달 118시간의 연장근로를 종용했다는 것이다.
다국적 제약사 노조위원장들은 쥴릭파마가 심각한 수준의 사안일 뿐, 다른 외자사의 근무 여건도 대동소이하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한가지 사례를 들자면 현행 근로기준법 상 휴일근무 시 대체휴일을 주거나 급여를 1.5배 지급해야 하는데 휴일근로 수당도 이제야 정착되고 있다.
쥴릭 노조위원장은 "하지만 영업부는 사실상 주말에도 수금해야 한다. 실적 평가를 받아야 하니까"라며 "그래서 토요일 수금에 대한 대체휴무를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는 토요일 수금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영업사원의 업무 강도는 날로 높아지고 그에 따른 보상은 없거나 미비하다.
A다국적사 노조위원장은 "외자사 보유 신약들이 줄줄이 특허만료 되면서 회사는 ERP(희망퇴직프로그램) 등으로 영업사원을 내보낸 후 충원하지 않아 남은 직원들이 업무를 도맡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페이퍼 워크(Paper work)가 크게 늘었다"고 호소했다.
대부분 업무시간에 처리하지 못해 사무실에 다시 들어오거나 주말에 처리해야 할 정도로 페이퍼 워크가 많은데도 휴일근무로 취급받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 중 아스트라제네카 직원의 노동강도를 실태조사 한 결과, 조합원의 60%는 업무시간 외 및 주말에 내근 업무를 한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B제약사 노조위원장은 "지금 다국적사 영업사원들의 노동 강도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HR, 마케팅 등 온갖 데스크 업무가 많고 미팅과 교육은 끊임없이 늘어난다. 그럼에도 ERP로 중간에 내보내다 보니 다국적사 직원들이 빛좋은 개살구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C제약사 노조위원장은 "외국인 사장은 원리원칙만 따지기 때문에 한국인 사장으로 바뀌면 더 나아질 거라고 기대했지만 한국인 사장은 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에만 집중하더라"라며 "외국인보다 더 한계가 크고, 책임 회피 경향이 크다"고 토로했다.
사측, 모두 법규 위반? 지나친 해석
반면, 회사측은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도 실정법에 어긋나지 않는 노사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해명이다.
D제약사의 홍보팀 관계자는 "다국적사의 경영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지면서 직원 충원을 못해 기존 직원의 업무 강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다보면 자율 야근 및 주말 업무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모든 것을 법규 위반이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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