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비만약 비교] 임상시험서 단순 체중 감소폭은 마운자로 더 커…위고비, 심혈관 건강 혜택 입증으로 앞서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높은 체중 감량 효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비만 치료제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위고비(Wegovy, 성분명 세마글루티드)와 릴리(Eli Lilly and Company)의 마운자로(Mounjaro, 성분명 터제파타이드)가 최근 업데이트된 임상시험 데이터를 발표하며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매일 투여하는 GLP-1 비만 치료제 삭센다(Saxenda, 성분명 리라글루티드) 돌풍을 이을 주1회 투여 GLP-1 계열 약물이다. 그러나 두 약물의 기전이 다르고, 임상시험 설계도 차이가 있어 실제 환자 치료에서는 어떻게 다를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두 약물을 일대일로 비교한 임상시험이 없어 직접 비교할 수 없지만 각각의 임상시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두 약물의 효능과 특징을 살펴봤다.
위고비, STEP 임상서 기저치 대비 평균 14.9% 체중 감량
먼저 세마글루티드는 GLP-1(glucagon-like peptide-1) 호르몬을 모방해 해당 수용체를 활성화시키는 치료용 펩타이드다. 국내외에서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Ozempic)', 비만 치료제 '위고비'로 허가를 받아 판매되고 있다. 위고비는 0.25, 0.5, 1.0, 1.7, 2.4㎎ 다섯 가지 함량으로 허가됐으며, 초기 투여 용량 주 1회 0.25㎎으로 시작해 16주 동안 유지용량인 주 1회 2.4㎎까지 단계적으로 증량한다.
위고비는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1개 이상인 경우 27 이상)이고 당뇨병이 없는 성인 1961명을 대상으로 한 STEP 임상시험을 바탕으로 승인됐다. 연구팀은 대상자들을 2:1 비율로 무작위 배정해 68주간 주 1회 피하 위고비(2.4㎎ 용량) 또는 위약을 투여했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모든 환자에서 칼로리 저감 식이요법과 신체 활동 증대를 병행했다. 시작 시점에서 위고비 투여 환자의 평균 체중은 105.4㎏, 평균 BMI는 37.8이었다.
그 결과 위고비 투여군(1306명)에서 68주에 걸쳐 기저치 대비 평균 14.9%의 체중 감량을 보여 위약대조군(655명) 2.4% 대비 유의한 차이를 확인했다.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게재된 논문을 보면, 위고비군에서 68주차에 5% 이상 체중 감량을 달성한 비율은 86.4%(1047명)이었고, 10% 이상은 69.1%(838명), 15% 이상은 50.5%(612명)로 나타났다. 기저치에서 68주차까지의 체중 변화는 -15.3㎏이었다.
연구팀은 위고비를 투여한 참가자에서 "위약군에 비해 심장대사 위험 요인이 더 크게 개선됐으며, 참가자가 보고한 신체 기능이 기저치 대비 더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위고비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메스꺼움과 설사였다. 일반적으로 일시적이고 경증~중등도의 중증도를 보였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가라앉았다. 위약군보다 위고비군에서 더 많은 참가자가 위장 장애로 치료를 중단했다(59명(4.5%) vs. 5명(0.8%)).
마운자로, SURMOUNT-1서 기저치 대비 약 20% 체중 줄여
터제파타이드는 우리 몸에서 인슐린의 분비를 증가시키는 대표적인 인크레틴 호르몬인 GIP(glucose-dependent insulinotropic polypeptide)와 GLP-1 수용체를 모두 활성화시키는 단일 분자로, 국내외에서 제2형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로 허가 받아 사용되고 있다. 비만 적응증은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 신청서가 제출됐고, 아직 전세계 어디에서도 허가받지 않았다.
마운자로는 2022년 7월 NEJM에 발표된 3상 SURMOUNT-1 연구를 통해 제2형 당뇨병이 없는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에서 강력하고 지속적인 체중 감소를 유도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어 올해 6월 란셋(Lancet)에 마운자로 치료가 제2형 당뇨병이 있는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의 체중을 낮춤을 입증한 SURMOUNT-2 데이터가 게재됐다.
SURMOUNT-1 연구는 BMI가 30 이상이거나 당뇨병을 제외한 체중 관련 합병증이 1개 이상이며 BMI가 27 이상인 성인 2539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다. 대상자를 1:1:1:1 비율로 배정해 20주 용량 증량 기간을 포함해 72주 동안 주 1회 피하 마운자로 5㎎, 10㎎, 15㎎ 또는 위약을 투여하도록 했다. 시작 시점의 평균 체중은 104.8㎏, 평균 BMI는 38.0이었다.
연구 결과 72주차 평균 체중 변화율은 터제파타이드 5㎎군 -15.0%, 10㎎군 -19.5%, 15㎎군 -20.9%, 위약군 -3.1%였다. 체중이 5% 이상 감소한 비율은 5㎎군 85%%, 10㎎군 89%, 15㎎군 91% 였으며, 10㎎ 및 15㎎ 그룹 참가자의 50%, 57%에서 체중이 20% 이상 줄었다.
연구팀은 마운자로가 "모든 사전 지정된 심장대사 측정치에서 개선이 관찰됐다"고 보고했다.
마운자로의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위장관계였으며, 대부분 경증~중등도였다. 주로 용량 증량 중에 발생했다. 이상반응으로 치료를 중단한 비율은 마운자로 5㎎, 10㎎, 15㎎ 용량과 위약을 투여 받은 참가자의 각각 4.3%, 7.1%, 6.2%, 2.6%였다.
SURMOUNT-2, 체중 감량 어려운 2형 당뇨 환자서도 감량 효과 입증
SURMOUNT-2 연구에서는 대상자를 1:1:1로 무작위 배정해 72주 동안 주 1회 피하 마운자로 10㎎, 15㎎ 또는 위약을 투여받도록 했다. 그 결과 10㎎군에서 평균 13.4%(13.5㎏), 15㎎군에서 15.7%(15.6㎏) 체중 감소를 달성했다. 유효성 평가에서 마운자로군의 81.6%(10㎎)와 86.4%(15㎎)가 5% 이상 체중 감소에 성공했다. 특히 15㎎군의 51.8%와 34.0%가 각각 체중을 15% 이상, 20% 이상 줄였다.
SURMOUNT-2 연구 책임자인 미국 앨라배마대(University of Alabama at Birmingham) 티모시 가비(Timothy Garvey) 교수는 "제2형 당뇨병 환자는 수년간 과체중에 노출돼 체중 감량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으며, 일반적으로 제2형 당뇨병이 없는 비만 환자에 비해 체중을 30% 덜 감량한다"면서 "터제파타이드는 최대 15.7% 체중을 줄이는데 도움을 줬을뿐 아니라 심각한 저혈당 없이 당화혈색소(A1C)를 유의하게 낮추고 다른 심대사 평가지표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식단·운동만으로 살 못 뺀다"…약물 치료 병용 효능 확인
두 연구에 이어 릴리는 7월 제2형 당뇨병이 없는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또 다른 3상 임상시험(SURMOUNT-3, SURMOUNT-4) 결과 적극적인 생활 습관 중재 후 마운자로 치료 또는 마운자로 지속 치료가 체중을 평균 26% 감소시킨다는 데이터를 내놨다. 위고비와 직접 비교는 어려우나 단순 수치상으로 체중 감량에서는 마운자로가 앞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urmount-3(NCT04657016) 임상시험에서 환자들은 저칼로리 식단과 운동, 주간 상담 세션을 포함한 12주간의 집중적인 생활 습관 중재 기간을 거쳤다. 이 때 체중이 5% 이상 감소한 사람을 무작위로 위약 또는 마운자로에 배정해 72주 동안 최대 내약 용량인 10㎎ 또는 15㎎을 복용하도록 했다.
3개월 생활 습관 관리 기간을 마치고 참가자들은 평균 6.9% 체중을 감량했다. 72주 이중맹검 치료 기간 동안 마운자로군 환자들은 무작위 배정 후 체중을 평균 21.1% 추가로 감량했다. 반면 같은 기간 위약군에 배정된 환자들은 평균 3.3% 체중을 회복해, 위약 조정 순 체중 변화는 -24.5%로 나타났다.
또한 마운자로군의 94.4%가 무작위 배정 후 추가로 5% 이상 체중 감소를 달성했고, 12주간의 집중적인 생활습관 중재와 72주간의 약물 치료 후 연구 시작 시점 대비 총 평균 26.6% 체중 감소를 보였다.
이 연구의 전체 결과는 10월 미국 댈러스에서 열리는 비만학회 학술대회(ObesityWeek)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Step-3에서는 과체중 또는 비만인 성인 611명을 대상으로 위고비와 위약을 무작위 배정한 다음 처음 8주 동안 저칼로리 식단과 68주 동안 집중 행동 요법(30회 상담 방문)을 병행해 68주간 치료했다. 그 결과 체중은 위고비군과 위약군 각각 16.0%, 5.7% 감소했다.
"비만약물 유지치료 중요"…위약 바꾸면 체중 회복하나 치료 지속하면 더 빠져
SURMOUNT-3이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가 식이요법과 운동 만으로 체중 감량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통념에 도전한 연구였다면 SURMOUNT-4(NCT04660643)는 비만 치료 효과를 유지하기 위한 유지요법의 중요성을 확인한 연구였다.
SURMOUNT-4는 처음 36주 동안 모든 참가자가 마운자로를 투여받고, 추가로 52주 동안에는 무작위로 마운자로를 계속 투여받거나 위약으로 전환하도록 설계됐다. 무작위 배정된 참가자의 평균 체중은 연구 시작 시 107.3㎏이었다. 36주간 마운자로 치료를 마쳤을 때 참가자들은 평균 21.1% 체중 감소를 달성했다.
연구 결과 마운자로 지속 치료군에서는 무작위 배정 후 체중이 평균 6.7% 추가로 줄어든 반면, 위약군에서는 오히려 평균 14.8% 체중이 회복돼 위약 조정 순 체중 변화는 -21.4%로 확인됐다. 무작위 배정 후에도 마운자로 치료를 지속한 참가자들은 전체 88주 기간 동안 연구 시작 시점 대비 총 평균 26.0% 체중 감소를 달성했다.
전체 결과는 10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유럽당뇨병학회 연례학술대회(EASD 2023)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Step-4는 20주간 위고비 치료를 받은 뒤, 추가로 48주 동안 위고비 치료를 지속하는 경우와 위약으로 전환해 체중을 유지하는 경우(둘 다 생활 습관 중재와 함께 실시)를 비교하기 위해 진행됐다. 그 결과 위고비 20주 치료에서 참가자의 평균 체중은 10.6% 줄었다. 무작위 배정 후 위고비 지속 치료군에서는 체중이 7.9% 감소한 반면, 위약군에서는 체중이 6.9% 회복됐다.
리드인(lead-in) 기간과 치료 유지 기간 모두 릴리의 Surmount-4가 노보의 Step-4보다 길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까지 릴리의 데이터가 더 인상적이다.
위고비, 주요 심혈관 사건 위험 20% 줄인 SELECT 결과 발표
이 가운데 노보가 위고비의 심혈관 건강 보호 효과를 확인한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며 다시 한 번 앞서나갔다. 두 약물 모두 앞선 3상 임상시험에서 심장대사 위험 요인 개선 효과가 관찰됐다. 노보가 최근 발표한 SELECT(NCT03574597)는 위고비가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에서 심혈관 사건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설계된 임상시험이다.
과체중 또는 비만이면서 당뇨병 병력이 없고 심혈관 질환이 있는 45세 이상 성인 1만7604명을 대상으로 최대 5년 동안 주요 심혈관 사건(MACE) 예방을 위한 표준 치료의 보조제로 주1회 위고비 투여와 위약을 비교했다.
연구 결과 위고비는 위약 대비 MACE 발생을 20% 감소시켰으며, 1차 평가변수의 세 가지 요소의 빈도를 모두 줄였다.
노보 노디스크 마틴 홀스트 랑게(Martin Holst Lange) 개발 담당 부사장은 "비만 환자는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지만 현재까지 효과적인 체중 관리와 함께 심장마비 또는 뇌졸중, 심혈관 사망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입증된 승인된 체중 관리 약물은 없었다"면서 "SELECT는 획기적인 임상시험으로, 세마글루티드 2.4㎎이 비만을 바라보는 시각과 치료법을 바꿀 잠재력이 있음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노보는 올해 중 미국과 유럽연합에서 위고비의 적응증 확대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SELECT의 자세한 결과는 올해 말 열리는 학술대회에서 발표된다.
한편 현재 릴리는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직접 비교하는 임상시험 Surmount-5(NCT05822830)를 진행하고 있다. 제2형 당뇨병이 없는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 700명을 대상으로 78주간 두 약물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한다. 클리니컬트라이얼즈에 따르면 임상시험은 2024년 12월 완료될 예정으로, 결과는 2025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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