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 혁신성장론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UDI 제도 도입 등 규제 강화책 추진"
[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기기 규제 완화 등 보건의료분야 혁신성장론이 갖는 안전성과 효과성 문제를 지적하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형준 정책실장은 27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 혁신성장론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정 정책실장은 “주요 내용은 산업체-병원(산병) 협력단 및 기술지주회사 허용, 의료기기의 안전성, 효과성 평가를 사후평가로 전환하는 네거티브 규제 도입”이라며 “박근혜 정부 때 추진돼 전 국민의 반대에 직면했던 주요 의료민영화 정책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혁신성장 확산을 위한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 방안’을 발표하고 ‘바이오-메디컬 산업 육성을 위한 연구의사 양성 및 병원 혁신전략’을 확정한 바 있다. 안전성 우려가 적은 의료기술(의료기기)에 ‘선(先) 진입 후(後) 평가제’ 방식의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도입으로 대폭 혁신을 예고했다.
특히 체외진단검사 분야의 신의료기술평가 방식을 사전평가에서 사후평가로 전환한다. 이에 따라 시장진입에 걸리는 기간을 390일에서 80일 이내로 줄어들게 된다.
정 정책실장은 “정부는 ‘안전성 우려가 적은 의료기술’을 언급하고 있으나 의료기술에서 중요한 것은 안전성 뿐 아니라 효과성과 정확성이다”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비침습적 체외진단 혈당기기의 경우 ‘비침습적’이라는 특성 때문에 안전하더라도 정확성과 효용성이 떨어진다면 당뇨 조절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위험한 의료기기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 정책실장은 “특히 이번에 강조한 체외진단기기는 정부가 예시한 자가혈당장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채취된 조직세포, 혈액, 소변, 대변, 타액을 이용해 면역화학적 진단, 분자진단, 조직진단 등을 하는 온갖 의료기기를 포괄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 정책실장은 “의료기술에 안전성과 효과성을 떠난 가치란 존재할 수 없다”며 “의료기기 업체들의 잠재적 상업적 가치와 국가의 잠재적 경제적 성장을 기준으로 의료기기 도입을 꾀한다면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의료기기 및 의약품 규제완화 정책이 건강 보험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정부가 제시하는 혁신·첨단 의료기술은 반드시 환자에게 필수적인 의료기술이라고도 보기 어려우며 기존 기술을 대체할 만큼 임상적 효과가 혁신적이라고 볼만한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김 공동대표는 “이런 기술이 건강보험에 대거 진입할 경우 재정운영에 대한 악영향뿐만 아니라 환자부담도 가중된다는 점에서 문제다”라며 “특히 사용량 증가 등 남용문제를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공동대표는 “비급여로 결정되는 경우에도 문제다”라며 “공적관리 영역에서 벗어난 것이고 해당 의료기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을 국공립의료기관으로 제한하지 않는 이상 사후평가도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인다”고 전했다.
규제 완화에 대한 문제 제기는 패널 토의에서도 이어졌다.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최규진 교수는 “유럽의 경우 오히려 체외진단용 의료기기 및 의료기기 전반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장 큰 의료기기 시장 중 하나인 유럽시장에 의료기기를 수출하기 위해서 강화된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최 교수는 “국가 기준 역시 국민의 안전은 물론 산업적 측면에서 이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며 “일본도 이러한 기준에 맞춰 관련 규정을 재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의료기기 규제완화를 적용하는 것은 세계적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며 산업적 측면에도 반하는 조치라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신의료기술평가제도’를 통해 새로운 의료행위가 건강보험권에 등재되기 전에 해당 의료 행위에 대한 안전성과 효과성을 검증하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이영성 원장은 “지난 7월 발표된 정부 계획 중 중요한 점 두 가지는 직접적인 위해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단기적 부작용 발생이 없는 체외진단검사가 그 대상이라는 것과 장기적 안전성, 유효성에 관한 모니터링 및 검증, 즉 후평가가 동반된 선진입이라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 원장은 “후평가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근거 자료 생성 및 자료 제출이 핵심이다”라며 “의료기술 발달과 국민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모든 의료기관에 선진입을 허가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관리가 가능한 의료기관을 선정해 모니터링과 검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근거 자료 생성과 자료 제출 여력이 되는 기관을 보건복지부에서 인증형태로 선정하고 이들 기관에 한해 선진입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체외진단 검사의 선 진입 후 평가제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유관기관간의 유기적인 업무 통합 △유관기관 간 전반적인 보건의료 정보화 인프라 구축 △민관기관 자료 연계 등 법률 개정 등을 제안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측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안전성 논란에 대해 공감하며 의료기기 UDI(Unique Device Identification·고유식별코드) 제도 도입 등을 통해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식약처 의료기기정책과 신준수 과장은 “안전성 이슈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UDI 제도 도입 등 여러 측면에서 규제 강화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기기 UDI제도를 통해 국제 표준코드를 부착해 소비자와 의료인에게 제품 정보, 생산 정보 등을 제공함으로써 신속한 회수, 폐기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신 과장은 “이와 함께 제조수입업체와 판매업체가 공급내역을 식약처에 보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문제가 되는 의료기기가 얼마나 공급돼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 과장은 “또한 소비자 판매 가격을 알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본질적 동등성 제도 등 실제로 의료기기 허가에 있어 안전성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과장은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측면에서 법안을 여야 공동으로 발의해 진행 중에 있다”라며 “합리적 의견이 제시되면 충분히 반영해 진행해 나갈 것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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