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2.11 18:04최종 업데이트 26.02.1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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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를 잃고도 자리를 지키는 사람에게 회장은 없다

[칼럼] 임현택 전 대한의사협회장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 모습. 

[메디게이트뉴스] 의대 정원 연평균 668명 증원이 확정됐다. 단계적 증원, 지역의사제, 필수의료 명분까지 더해진 이번 결정은 정부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분명한 사실 하나를 드러낸다. 의료계는 지금, 최악의 조건에서 가장 불리한 결과를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결과의 정치적·조직적 책임은 명확하다. 지금 의협 회장 자리에 앉아 있는 김택우 회장에게 있다.

나는 김택우 회장의 전임 의협 회장이다. 나는 그에게 자리를 넘겨준 것이 아니라, 대의원회 탄핵이라는 정치적 공작으로 6개월 만에 밀려났다. 당시 상황을 의료계 구성원들은 기억해야 한다. 전공의와 의대생의 요구, 필수의료 붕괴, 의료사고 형사처벌 문제, 수가·보상체계 개편, 의대 정원 문제까지모든 의료 현안이 한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까지 “의료계가 원하는 이슈라면 무엇이든 논의하고 이를 적극 반영해서, 입법으로 속도감 있게 해결하자”는 제안이 공식적으로 오갔다.

의협, 대한의학회, 의과대학 학장협의회, 전의교협등 교수 사회가 이례적으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던 시기였다. 다시 오지 않을 기회였다. 의사 사회가 유리한 카드들을 손에 쥐고 있던 결정적 순간이었다. 그런데 김택우 회장은 무엇을 했는가. 그는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이던 박단을 앞세워 교수 사회를 공개적으로 적대시하고, 내부를 갈라치고,오직 자신의 의협 회장 욕심을 위해 세력을 규합해 나를 탄핵했다.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전공의와 학생들은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복귀했다.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를 포함해, 내가 재임 중 성사 직전까지 갔던 의료계 숙원 과제들은 모두 허공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지금, 김택우 회장은 말한다.“의료 붕괴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이 말은 무책임을 넘어 기만이다. 정치에서, 협상에서, 리더십에서 가장 나쁜 패배는 ‘졌는데 책임지지 않는 것’이다.

지금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은 윤석열 정부의 ‘2000명 증원’처럼 논리조차 없는 폭주가 아니다. 김택우 의협이 의대정원 증원을 발표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참여함으로써 의료계의 요구를 일부라도 반영했다는 명분을 정부에 주는 구조를 갖췄다. 이 상황까지 오게 만든 사람이 이제 와서 “숫자에 매몰된 정부”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가.

김택우 회장 체제에서 의료계는 내부 분열만 남았고 협상력은 소진됐으며 전공의와 학생들은 지쳐 돌아왔고 결과적으로 정부는 정책을 관철했다. 이것이 실패가 아니면 무엇인가.

리더라면 결과에 책임져야 한다. 특히 그 결과가 회원들에게 불리하고, 후배 세대의 미래를 갉아 먹었다면 더욱 그렇다. 김택우 회장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성명서를 더 쓰는 것도, 책임을 정부에 떠넘기는 것도 아니다. 자진 사퇴다. 그것이 회원들에게 최소한의 사과이며, 의료계에 더 이상의 상처를 남기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명예는 회복되지 않는다. 책임을 지는 순간에만, 비로소 회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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