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11.25 07:16최종 업데이트 22.11.25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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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선 응급수술전담팀 따로 두고 응급실→수술 1시간 단축…응급수술체계 개편하자

한국형 외과응급의료체계 공청회, 수가 올려도 병원선 응급수술에 투자 안해…별도 인건비 지원방안 등 제시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해외 선진국의 경우 ACS(외상외과‧중환자응급수술) 분과 도입 이후 응급실에서 수술실까지 평균 소요시간이 1시간 18분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내에서도 ACS 전담팀이 있는 경우 집도의 부재 사례가 16.7% 감소했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 등을 계기로 국내 응급수술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전문가들은 응급수술전담팀 확대를 위해 ACS 관련 지원이 대폭 늘어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외과 응급수술을 기존 행위별 수가 보상체계에선 사후보상방식으로 변경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외상외과, 응급수술 외과, 중환자의학 분야를 통칭해 ‘Acute Care Surgery(ACS)’로 사용하고 있다.
 
ACS 도입 성과 고무적…입원기간 내사망률 38% 감소
 
서울안산병원 홍석경 중환자외상외과 교수.

서울안산병원 홍석경 중환자외상외과 교수 24일 오후 '한국형 외과응급의료체계 공청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홍 교수는 최근 외과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정책연구 책임연구자로 연구용역에 참여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형 외과응급의료체계 모델을 제시하고자 기획됐다.
 
대한외상중환자외과학회에 따르면 외과 응급질환은 적시에 치료받지 못하면 생명에 위협이 되는 중증 응급질환이다. 그러나 국내 실상은 응급실에서 수술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하고 몇 차례나 응급실 전원을 반복하다 최종치료 시간이 지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얼마 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례 외에도 장충첩증 소아 사망 등 응급수술이 제때 이뤄지지 못해 사망한 예들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최근 국내에선 외과응급수술과 중환자 관리를 담당하는 AC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홍 교수 연구에 따르면 선진국 ACS 도입 성과는 매우 고무적이다. ACS 관련 2만4864편의 논문을 분석한 결과, ACS 도입 전에 비해 응급실에서 수술실까지 소요 시간은 평균 1시간 18분 단축됐고 일과시간 외에 시행된 수술비율도 평균 28% 감소했다.
 
합병증 발생비율도 도입 전에 비해 평균 29% 감소했으며 입원 기간 내 사망률은 38%나 비약적으로 줄었다. 또한 퇴원 30일 내 재입원율은 평균 10%, 입원 기간은 0.55일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내 상급종합병원 3곳을 조사한 결과, 응급수술전문팀이 있는 경우 집도의가 부재해 응급환자가 타 병원으로 전원한 사례는 11.1%에 그쳤지만 전담팀이 없는 경우는 집도의 부재 사례가 27.8%에 달했다.
 
홍석경 교수는 "선진국은 ACS 도입으로 매우 유의미한 변화를 도출했다. 빠른 의사결정과 이에 따른 수술실까지의 소요시간 단축이 특히 눈에 띈다"며 "일과 시간 외에 시행되는 수술 비율이 감소되고 개선된 임상경과도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수가만 올려준다고 응급수술 재투자 안돼…응급의료 전공의 TO 늘리자
 
대한외상중환자외과학회·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24일 오후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한국형 외과응급의료체계 공청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국내 ACS 종사자들의 어려움은 가속화되고 있다.

외과를 지원하는 전공의 수 자체가 부족한 데다, 돈을 많이 줘도 근무하는 시간 자체를 늘리고 싶어하는 이들이 없다 보니 인력 수급에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이에 심지어 응급의료 관련 전공의 정원(TO)을 늘리자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대한외과학회 김진 학술이사는 "외과 전공의 인력 수급자체가 되지 않아 풀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다. 의사 수 자체도 문제지만 간호사 수급도 큰 문제다. 중환자실이나 응급실, 수술방 등 임상 현장의 간호사 이직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인력 풀 자체의 부족 문제를 시스템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석경 교수는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요새 근무하는 시간 자체를 별로 늘리고 싶지 않아 한다. 보상을 시간에 맞춰서 해준다고 해도 ACS 인력을 다 채우기 쉽지가 않다"며 "결국 시간을 나눠 여러 명을 고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돼야 지속 가능한 ACS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가만 올려준다고 병원이 다시 응급수술로 투자한다는 보장이 없다. 차라리 직접적으로 ACS 인력과 자원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센터 지정 후엔 환자 쏠림에 대비한 환자분산 시스템이 필요하다. 권역외상센터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한응급의학회 김현 기획이사는 "응급의료시스템 자체가 힘들어지고 전공의 지원 부족으로 인력풀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일 땐 비응급 전공의 정원을 줄이고 응급의료 관련 전공의 정원을 늘리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 행위별 수가 보상으론 문제 해결 어려워…사후보상제·인건비 별도 보상 등 필요

구체적인 재정 지원 방안도 모색됐다. 외과 응급수술 건수가 적다는 점에서 기존의 행위별 수가제론 적절한 보상이 어렵다는 게 공통된 견해다.
 
홍 교수는 "행위별 수가론 보상이 어려우니 인건비 등 고정비용과 가변비용을 별도로 보상하는 호주식 사례도 고려해볼 수 있다"며 "이외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시범사업 사후보상 사례처럼 진료에 필요한 의료행위는 기존처럼 행위별로 청구하고 적자가 발생한 경우 평가를 통해 사후보상하는 방식도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3안으로 기존 행위별 수가 지불제도에 인건비 지원을 따로 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인건비 지원을 건강보험재정에서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재원 조달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규모가 작은 병원에서도 지속가능한 ACS 체계 도입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도 나왔다.  

대한병원협회 김경종 정보화추진이사는 "ACS가 필요하지만 병원 규모도 중요할 것 같다. 큰 병원에선 재정적으로 할 수 있지만 작은 병원은 팀 꾸리기 힘들다. 정부의 많은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충기 정책이사는 "우수한 병원에서 ACS 시스템 물론 수술시간 단축시킬 수 있지만 실제로 운영해 본 의사들 인터뷰를 보면 어렵다는 얘기가 많다"며 "병원에 상주하는 전공의와 전문의를 운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 보인다. 도시 이외 병원에서 이런 부분이 가능한지 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ACS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인력 확보 여부와 접근성과 배치 등 추가적으로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봤다. 보건복지부 김은영 응급의료과장은 "ACS 팀 도입과 이를 위해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공감한다. 그러나 접근성이나 인력 자체가 부족해 인력 확보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특히 한정된 자원 안에서 지정제가 지속될 수 있을지, ACS 배치와 구성에 대한 후속 논의는 더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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