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5.11 11:29

'더 내고 덜 받는' 연금 개혁…尹정부, 보험료율 10%벽 돌파 관심




[아시아경제 세종=김혜원 기자] 역대 정권마다 번번이 좌초한 공적연금 개혁에 윤석열 정부가 강한 의욕을 내비치고 있다. 24년 동안 보험료율 9%에 묶여 있는 국민연금부터 손을 댈 수 있을지가 우선 관심사다. 수십년 전부터 적자를 혈세로 메우고 있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등 4대 공적연금 통합 논의도 첫발을 뗄 수 있을지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저출산, 고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미래 세대가 짊어질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공적연금의 구조적, 모수 개혁을 더는 늦춰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1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새 정부는 국민연금 ‘적정 부담-적정 급여’ 체계 구축을 위해 보험료율 인상과 지급률 및 소득대체율 조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로 1998년 이후 24년째 동결 상태다. 소득대체율은 40%다.정부가 이 비율을 만지려는 것은 국민연금 재정수지가 나빠지고 있어서다. ‘더 내고 덜 받는’ 연금 체계로 바꿔야 기금 고갈 시기를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19~2060년 국민연금 재정을 시나리오별로 분석한 결과 보험료율을 1%포인트 높이면 적립금 소진 시기가 2~4년 늦춰지고 소득대체율의 경우 5%포인트 상향하면 소진 시기가 1~2년 앞당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는 보험료율을 적정 수준으로 올려야 할 때라는 공감대는 형성된 분위기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소득대체율 40% 유지를 전제로 보험료율을 12%로 인상하자고 제안하는 등 10%대로 상향하는 데 대한 암묵적 합의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현재 정부와 국회가 예상하는 국민연금 고갈 시점은 2055년 전후다. 정부는 국민연금법에 의거해 5년마다 한 번씩 연금 재정을 살피는 재정계산을 하는데 매번 기금 고갈 시기가 당겨지는 추세다. 제5차 재정계산 공개는 2023년 예정돼 있으나 윤 정부의 연금 개혁 의지에 따라 빨라질 수도 있다. 새 정부는 연금 개혁과 병행해 현세대 노인 빈곤을 완화하기 위해 현재 30만원인 기초연금을 40만원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할 방침은 먼저 밝혔다.
통계청을 중심으로 사상 첫 포괄적 연금 통계 작업에도 착수했다. 그동안은 각종 연금 통계가 따로 흩어져 있어 하나로 통합한 수치조차 없었다. 이는 ‘우리나라 노인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으로 정말 빈곤한가’를 따져보고 연금 개혁을 위한 근거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만성 기금 적자이거나 적자 전환을 눈앞에 둔 다른 공적연금의 재정은 더 나빠 ‘정부 지갑’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올해 정부의 의무지출 예산안 301조1000억원 가운데 저출산 고령화 사회 대응을 위한 복지 분야 법정지출은 140조1000억원(전년 대비 6.7% 증가)인데 그중에서도 4대 공적연금 관련 지출이 60조원에 육박하며 가장 큰 비중(42.3%)을 차지한다. 이 지출은 연평균 7.8%씩 늘어 2년 뒤에는 7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게 기획재정부의 관측이다.
문재인 정부를 포함한 역대 정권이 그랬듯 이해 당사자 간 사회적 갈등이 극심한 연금의 개혁 성공 여부에 회의적 시각이 많다. 그럼에도 단기적으로 제도 틀은 유지하고 보험료율 같은 핵심 변수만 조정하는 정부의 결단력은 물론 중장기적으로 연금을 둘러싼 구조적 개혁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데 성패가 달렸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인구구조대응연구팀장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와 같은 고난이도 연금 개혁의 첫걸음은 모든 국민의 국민연금 가입률을 높이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면서 "‘연금’을 활용한 노후소득 기본 틀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은 모두에 동일하게 적용하되 (공무원과 교사·군인 등) 직무 특수성은 퇴직연금으로 다양성을 포괄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가입률 제고를 위해서는 강제 가입 대상을 자영업자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모수 개혁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외국 모델을 적극 검토해 틀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진영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구 노령화로 인한 국민연금 재정 문제의 해법으로 보험료를 높이고 지급액을 줄이자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경제학 연구 결과를 보면 국민연금 규모가 큰 나라일수록 출산율이 낮아진다는 통계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면서 "연금은 가족 내 부양 제도를 대체하는 것이기 때문에 연금이 커질수록 출산 인구가 줄어 오히려 재정이 악화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대안으로 싱가포르 같은 개인계좌 적립 방식을 제시했다.




세종=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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