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에서 KDB산업은행의 새 사령탑은 임기 시작부터 고난길이 예상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노조는 새 회장 임명 뒤 ‘낙하산 저지 투쟁’을 준비 중이다. 새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며 컨테이너나 천막 등을 설치해 출근길을 막겠다는 것이다. 금융공기업에서 임명 초기에 노조가 신임 최고경영자(CEO)의 기를 꺾는 것은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산업은행 직원들의 이 같은 반발은 윤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이전 정책과도 맞물려 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공약했고,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국정과제에도 관련 내용을 담았다. 노조 고위관계자는 "새 회장에게 부산 이전이 없다는 합의를 받아낼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산업은행 노조는 13일에는 ‘지방이전 저지투쟁 결의대회’도 개최한다. 500여명의 간부, 조합원들이 참여해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국민의힘 당사까지 행진하는 집회다.
새 회장은 노조의 반발뿐 아니라 조직의 분위기 쇄신이라는 숙제도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직원들의 불만이 상당히 누적된 상태다. ‘신의 직장’으로 불렸던 국책은행의 과거 영광과 달리 조직이 전체적으로 침체된 분위기라는 것이 중론이다. 금융사 직원들의 연봉이 날로 치솟고 있는 반면 산업은행의 경우 기획재정부의 편성 지침을 따르고 있다보니 임금협상이 불가능한 구조다. 지난해에도 0.4% 인상에 그쳐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연봉 삭감에 가깝다는 평을 받았다.
게다가 부산 이전 소식이 전해지면서 실무급 직원들의 ‘탈(脫)산은’ 분위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진행된 은행연합회 채용에는 두 자릿수의 산업은행 직원들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산업은행 관계자는 "긴 기간 복지 적체에 지방이전 이슈까지 겹치면서 직원들의 자괴감이 팽배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새 산업은행 회장에는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전 회장은 삼성증권 사장, 우리금융지주 회장, KB금융지주 회장 등을 지냈고 지난 2월 윤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전·현직 금융인 선언을 주도한 인물이다. 황 전 회장은 정부와 금융 당국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강한 추진력 등으로 ‘검투사’로 불리고 있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새 정부가 산은 부산 이전에 힘을 실어야 하는 만큼 정치인이 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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