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빅스텝(한번에 0.5%포인트 금리 인상)’ 기조가 7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은행이 지난달에 이어 5월과 7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3연속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3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8.3% 급등하면서 Fed가 물가안정을 위해 오는 6월과 7월 연달아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지자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국내 증시가 휘청이는 등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CPI 발표 직후 "물가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고 말했고, 그동안 빅스텝 기조를 여러차례 밝혀온 제롬 파월 Fed 의장도 이날 압도적인 표차로 유임에 성공하면서 미국의 긴축 기조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에선 한은이 이달 26일 열리는 금통위 뿐 아니라 오는 7월13일 금통위에서도 연달아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준금리 체계가 도입된 2000년 이후 한은이 3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적이 없기 때문에 5월에 이어 7월까지 인상을 단행할 경우 역사상 처음이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은이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5월과 7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의 추경 편성을 추진하는 것도 금리인상에 힘을 보태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가 국채발행 없이 추경안을 마련한 만큼 금리나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시중의 유동성 증가는 물가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전날 임기를 마친 임지원 전 금통위원도 퇴임사에서 "높은 물가 상승률이 장기화되면서 성장-물가 상충 문제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통화정책을 둘러싼 여건이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역전이 더욱 유력해진 것도 부담이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0.75~1.0%이고, 한국은 1.5%다. 한은이 5월에 금리를 0.25%포인트 높여도 Fed가 6월과 7월 빅스텝을 단행하면 금리가 역전된다.
금융시장 일각에선 한은이 올해 기준금리를 현재 1.5% 수준에서 2.5%까지 인상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도 한은이 5월을 포함해 연내 4차례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가 2.5%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률을 조금 희생하더라도 이자율을 빨리 올리지 않으면 돈이 빠져나가면서 피해가 집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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