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한국인이 만든 가상자산 루나와 테라 가격이 최근 일주일 사이 99% 넘게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국내외 주요 거래소는 잇달아 상장폐지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 가상자산 시장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가상자산의 폭락으로 하루아침에 자산을 모두 잃은 투자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자 정부가 직접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7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루나와 테라 폭락 사태로 큰 손실을 봤다며 하소연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날 한 누리꾼은 가상자산 관련 커뮤니티를 통해 "루나에 투자해서 300만원을 잃었다"며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냐. 남들에게는 얼마 아닌 돈일지 몰라도 그동안 혼자 아이 키워가며 열심히 모은 돈인데 이번 사태로 전부 잃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결국 -99.5% 찍었다. 하루 만에 1050만원이 5만원이 돼버렸다"며 루나 거래 내역이 담긴 화면을 캡처해 올렸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루나 사태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 해외 누리꾼은 레딧(Reddit)의 루나 관련 게시판을 통해 "평생 모은 45만 달러(약 5억7800만 원)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면서 "은행에 지급할 돈이 없다. 나는 이제 집을 잃고 노숙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루나와 테라는 애플 엔지니어 출신인 권도형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가 발행하는 가상자산이다. 테라는 코인 1개당 가치가 1달러에 연동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최근 테라 시세가 1달러 아래로 내려가면서 자매 코인인 루나의 가치도 급락했다. 이에 테라가 또 하락하는 등 악순환이 계속되며 대폭락 사태가 발생했다.
국내외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는 이미 루나와 테라에 대한 상장폐지에 나선 상태다. 지난 13일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를 시작으로 국내 거래소인 업비트, 빗썸, 고팍스 등에서도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가상자산 거래는 민간 자율에 맡겨져 있어 정부가 개입할 근거가 없다. 이에 금융당국은 현재 루나·테라를 발행하는 '테라폼랩스'를 검사 또는 감독할 권한이 없어 사태를 모니터링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가상자산 시장을 뒤흔들면서 투자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현재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이 법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세운 공약으로, 당선 후에는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 1월 '가상자산 개미투자자 안심투자' 정책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계 가상자산 시장 규모가 2000조원을 넘고 우리나라 가상자산 투자자도 약 770만명에 달한다"며 "특히 우리 청년들이 디지털자산이라는 새로운 기술과 가치에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적응해 투자하고 있어, 청년과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권 CEO는 지난 1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루나와 테라 폭락 사태와 관련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는 "지난 며칠간 UST(테라) 디페깅(1달러 아래로 가치 추락)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은 테라 커뮤니티 회원과 직원, 친구, 가족과 전화를 했다"며 "내 발명품(루나·테라)이 여러분 모두에게 고통을 줘 비통하다"고 밝혔다.
이어 "나를 비롯해 나와 연계된 어떤 기관도 이번 사건으로 이익을 본 게 없다"며 "나는 (폭락 사태) 위기에 루나와 UST를 팔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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