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혜지(38·가명)씨는 지난해 초부터 사들였던 달러가 최근 강세를 보이면서 140여만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이씨는 이 차익으로 다시 엔화를 일부 사들이면서 ‘환테크(환율+재테크)’에 재미를 느끼는 중이다. 이씨는 "요즘 고금리 적금 상품이 늘긴 했지만 시점만 잘 맞추면 환테크 수익이 꽤 쏠쏠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승훈(31·가명)씨는 최근 엔화가 떨어지고 있다는 소식에 소액의 여유자금으로 지속해서 엔화에 투자 중이다. 최근에는 30만엔어치를 매입하면서 환테크족 대열에 합류했다. 김씨는 "급전이 필요한 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계속 둘 생각으로 샀다"고 밝혔다.
환테크족 엔화에 눈독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강달러·엔저 현상으로 환테크족들이 분주해지고 있다. 달러로 차익을 실현하고, 엔화에 투자하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과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강달러’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달러는 전날 전 거래일 종가보다 0.1원 내린 1284.1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초 1080원대였던 달러는 지속적으로 올랐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당 1290원선(12일 기준)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환테크족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달러가 강세다보니 그 전부터 환차익 실현 니즈가 계속 있는 추세"라며 "달러 일부를 원화로 바꾸는 걸 권해드리고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5대 은행(KB·신한·우리·하나·농협)의 달러 예금 잔액은 지난해 12월 기준 약 594억달러(약 76조원)에서 5월13일 기준 약 536억달러(약 69조원)으로 10% 가까이 빠져나갔다.
반면 엔화값이 20여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반등을 기대하는 환테크족들이 엔화에 대한 투자는 늘리는 추세다. 지난 13일 기준 5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5536억엔으로 지난해 말보다 약 11.5%(569억엔) 증가했다. Fed의 기준금리 인상과 일본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등의 영향으로 엔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원·엔 환율은 지난 3월 수 년간 적용됐던 100엔=1000원 공식이 깨진 이후 17일 현재 990원대로 엔저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또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전환으로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늘면서 일본 여행을 준비하는 여행객들도 미리 환전을 준비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엔저현상에 새로운 환테크족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재테크 관련 카페 등에는 모바일로 외화통장 개설하는 법, 엔화 사는 법 등의 문의가 올라오고 있다.
대량 매수는 주의해야다만 환테크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외화예금의 경우 예금이지만 환율 변동으로 손실이 날 수 있다. 전문가들도 이른바 엔화 ‘몰빵 투자’는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현섭 KB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은 "작년부터 올해초 달러가 약세라고 전망했지만 현재까진 반대로 갔다. 주식처럼 환율은 예측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분할매도·분할매수 방향으로 가는 것이 낫다"며 "일본의 경우 다른 나라처럼 경제가 다이나믹하게 성장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크게 (엔화를)사기에는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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