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5.17 10:33

[단독]신한울 1호기 ‘무기한 연장’될 뻔…뒤늦게 조항 지운 원안위




[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신한울 1호기 운영 조건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무기한 연장’을 허가하는 단서를 달았다가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오는 9월로 잡은 신한울 1호기 가동 시점이 최소 수 개월 이상 연기될 수 있었다는 의미다. 탈원전 기조 하에 구성된 원안위의 독립성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원안위는 최근 제157회 회의에서 ‘신한울 1호기 운영허가 조건 변경안’을 심의·의결했다. 변경안의 핵심은 한국수력원자력의 수소제거장치(PAR) 최종보고서 제출 기한이다. 원안위는 제출 기한을 지난 3월에서 다음달로 3개월 연장했다.
PAR은 원전 내 수소를 흡수하는 장치다. 지진 등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수소 농도를 조절해 폭발 가능성을 낮춘다. 수소를 제거하지 못해 대형 사고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다. 그만큼 PAR은 원전 사고 방지에 필요한 핵심 안전장치다.



이에 원안위는 지난해 7월 신한울 1호기 운영을 조건부 허가하며 PAR 안전성 입증을 요구했다. 원안위가 한수원에 제시한 기한은 지난 3월이었다. 하지만 한수원은 이달 초 원안위에 보고서 제출 일정을 다음달까지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에서 진행 중인 PAR 안정성 실험 등 관련 일정이 지연됐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원안위가 기한을 늘리는 과정에서 ‘무기한 연장’이 가능한 단서를 달았다는 점이다. 원안위는 변경안에 ‘실험 일정 지연, 실험 결과의 분석·평가 등으로 추가 시일 소요가 불가피한 경우 이를 마친 후 제출’하도록 단서를 달았다. 실험 일정 등에 따라 기한을 임의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못 박은 셈이다.
이 같은 단서는 한수원이 요청한 사항도 아니었다. 한수원이 최근 원안위에 송부한 공문에는 보고서 기한을 다음달까지 연기해달라는 요청만 기재돼 있다. 원안위가 자의적으로 기한을 연장할 수 있는 단서를 달았다는 얘기다. 원안위 관계자 역시 “(해당) 단서는 한수원이 요청한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결국 최종안에서 빠졌지만 초안이 의결됐을 경우 신한울 1호기 가동 시점은 정부 계획보다 지연됐을 가능성이 높다. 신한울 1호기는 이미 당초 계획보다 가동이 4년 이상 지연된 상태다. 발전용량이 1.4GW급인 신한울 1호기 가동이 늦춰지면 윤석열 정부의 원전 비중 상향 방침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새 정부가 국정과제인 원안위 개편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안위원 7명 중 4명이 탈원전 인사로 구성된 만큼 원전 정책이 탄력을 얻기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원전 계속운전,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도 원전 인허가 절차를 최종 승인하는 원안위 문턱을 넘지 못하면 추진할 수 없다.
원안위 측은 “안건 초안에 PAR 보고서 제출 기한을 6월로 명기했다”면서 “PAR 실험 전반에 대한 점검이 진행되고 있어 한수원이 임의적으로 보고서 제출 일정을 조정하는 건 힘들다”고 밝혔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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