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올해 들어 한 달에 한 번 꼴로 횡령 사건이 터지면서 기업들의 내부통제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내부통제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처벌 역시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달 1번씩 횡령…코인투자·도박 ‘한탕주의’=17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에서도 최근 30억원대의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올해 들어 1월 임플란트 시장 1위 기업 오스템임플란트를 시작으로 서울 강동구청, 계양전기, 클리오, 우리은행 등 매달 굵직한 횡령 사고가 터져나오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가상자산이나 주식선물옵션 등 고수익을 노리고 리스크가 매우 큰 투자처에 투자하거나 불법 도박이나 스포츠 도박 사이트 등에 횡령 자금은 탕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와 달리 횡령 사건이 갈수록 과감해지고 있다"며 "코인 시장 같은 고위험 고수익 투자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한탕주의’가 좀 더 만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내부통제 및 처벌 강화해야=횡령 사고가 연이어 불거지면서 기업 내부 통제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내부회계관리제도의 감사 등으로 횡령·배임 사건을 일정 부분 예방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경영진 차원에서 확고한 의지를 통해 더욱 체계를 강화해 야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020년 공인부정조사사협회(ACFE)가 전세계 125개국을 대상으로 2504건의 부정 사건을 분석한 결과 사기 및 횡령으로 인한 기업 손실이 연간 매출의 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횡령과 같은 사고가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체계 안에서 통제 및 관리돼야 하는 문제라는 의미다.
처벌 기준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범행 직원들의 ‘한탕주의’가 작동할 수 있는 배경은 횡령이 설사 발각돼도 ‘이득’이라는 심리가 자리 잡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횡령ㆍ배임죄에 대한 권고형량 기준은 2009년 시행안에 머물러 있다. 권고형량이 가장 높은 제 5유형(범죄 이득액 300억원 이상)도 기본 형량기준은 5~8년이다. 범행수법이 불량하고 심각한 피해를 야기해 형량이 가중돼도 권고형량은 7~11년에 그친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횡령죄가 가중돼도 대체로 횡령범들은 10년 안팎의 유기징역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범죄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때에는 특경법 가중처벌 등을 적용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 가능하고 범죄 이득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병과할 수 있다"며 "하지만 회사의 신뢰도 하락으로 인한 주가 폭락, 상당수 주주의 피해를 야기하는 상장회사의 횡령ㆍ배임죄에 대해 어느 정도의 형량이 합리적일지에 대해서는 구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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