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이민우 기자]"런던에 사는 에이미씨는 천식 환자다. 그는 건강관리 앱에 본인의 웨어러블 기기 정보를 제공해 운동량과 심장 박동수 같은 신체활동을 인지하게 하고 건강 상태를 매일매일 체크하고 있다."
"조쉬는 올해 여름 아프리카 휴가 계획을 세웠다. 떠나기 전에 어떤 백신을 맞아야 하는지 궁금해 그 동안 예방접종 기록을 여행 관련 앱에서 검토할 수 있도록 했고, 이를 토대로 분석해 추가로 맞아야 할 백신 주사를 알아냈다."
영국의 마이데이터 사업자 ‘디지.미(Digi.me)’의 활용사례다. 디지미는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는 개인정보를 한 곳에 수집한 뒤 필요한 정보를 건강, 금융, 여행 등 관련된 서비스 회사들에게 제공한다. 기업과 기업 간 거래(Business to Business)와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usiness to Consumer)를 결합한 B2B2C사업 형태다.
해외선 디지미·마이덱스가 대표적
디지.미는 개인과 기업 간 ‘플랫폼’ 역할을 한다. 개인들에겐 본인들의 정보를 한곳의 저장소에 모아 추적하고 관리하는 기능을 지원하고, 기업들에겐 이런 데이터를 안전하게 전달해줘서 사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게 디지.미의 역할이다. KDB미래전략연구소의 ‘마이데이터 국내외 현황 및 주요 해외 사례’ 보고서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디지.미에 제공한 사용한 사용자들은 디지.미가 또다른 사업자들에게 그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다양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디지.미의 개인 사용자 고객들은 여행 계획 모니터링을 통해 자동으로 보험·호텔·렌트카를 제시받고, 본인의 은행 잔고·카드결제 내역·소득 수준과 함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석을 통해 여행지 추천까지 받을 수 있다.
영국의 마이덱스는 공공정보를 중심으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부로부터 공공요금청구 및 소비기록, 운전면허 세부정보를 비롯한 개인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은행계좌와 신용카드 정보, 건강기록, 웨어러블 데이터, 검색기록 등 총 50가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옐런 미첼 마이덱스 회장은 "개인의 동의를 받아 재무 상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뒤 이 데이터를 저장소에 안전하게 보관한다"며 "데이터는 필요한 업체에 제공돼 분석 과정을 거친 뒤 사용자에게 재무상태 개선을 위한 방법을 전달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선 ‘쿠콘’이 앞서가
플랫폼 방식의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우리나라에서 주목받는 기업은 쿠콘이다. 쿠콘은 5만여건의 금융 및 사업 데이터를 수집해 이를 표준화된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형태로 제공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데이터를 모아서 쓰기 편한 형태로 만든 뒤 필요한 기업들에게 제공한다. 금융기관, 공공·일반기업, 빅테크 및 핀테크 등 고객사만 1800곳이 넘는다. 시중에 출시된 대부분의 대출 비교 서비스가 쿠콘 API를 탑재한 상태다. 기업은 쿠콘과 연계하면 금융기관을 일일이 연계하지 않아도 각 금융기관의 상품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토스, 카카오페이, 핀다, 현대카드 등이 쿠콘 대출한도 및 금리조회 API를 통해 개인 맞춤형 대출 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PI플랫폼 업체 중 유일하게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마이데이터 사업을 확장하고 싶지만 API 개발 여력이 부족하거나 인가 사업자가 아닌 기업들의 마이데이터 사업 구축도 돕고 있다. 삼성카드, 우리카드, BNK저축은행, KB저축은행 등이 쿠콘의 마이데이터 솔루션을 도입했다.
성장세도 견조하다. 국내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쿠콘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614억원, 영업이익 16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각각 19.6%, 49.7%씩 증가한 규모다. 특히 데이터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1.1% 증가하면서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마이데이터 사업자 허가를 받지 못한 금융회사나 서비스 인력 구축이 어려운 업체들은 쿠콘과 협력이 늘어날 수 밖에 없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데이터를 사고 파는 ‘중개상’ 역할을 하는 곳도 있다. 정부가 출범시킨 금융 데이터거래소가 대표적이다. 금융 분야뿐만 아니라 통신, 유통, 공공기업 등 이종업권별 데이터를 융합하고 사고 팔 수 있는 국내 최초 빅데이터 산업 플랫폼으로 2020년 5월 처음 문을 열었다. 금융보안원이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이용 기업 입장에선 보안 강화에 추가적인 비용을 들일 필요도 없다. 이달 기준 참여 회원사가 총 106개사에 이른다.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 금융회사 52곳과 유통, 정보통신, 포털, 에너지 등 비금융사 54곳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약 1200건 가량의 데이터 상품이 판매 중이며 누적 거래량도 8500건을 넘어섰다.
이밖에 민간 영역에서는 데이터거래 중개, 인공지능(AI) 데이터 생산 및 유통, 기업 맞춤형 데이터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KDX한국데이터거래소와 같은 사업자도 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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