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총 정인석(중간), 나경섭(오른쪽) 대표가 20일 임수흠 의협 대의원회 의장에게 추무진 회장 탄핵 서명안을 전달하는 모습
'무추진', '역추진'
추무진 회장에게 줄곧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여기에다 중요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출현하는 '안면홍조'는 수장으로서 너무 나약한 게 아니냐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그는 뚝심있게 현안을 풀어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상당수 의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전의총이 결국 칼을 빼들었다.
전의총 정인석, 나경섭 공동대표는 20일 무려 의사 7063명의 서명을 받은 '추무진 회장 탄핵 요구안'을 의협 대의원회 임수흠 의장에게 전달했다.
전의총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추무진 회장은 현재 회원 권익 보호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고, 국민 건강에도 심히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의총이 추무진 회장의 탄핵을 요구하는 이유는 세가지다.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공연히 원격의료 추진 의도를 굽히지 않고 있음에도 이 역시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것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문제를 막는다는 구실로 의료일원화 정책을 밀실에서 추진했다는 것이다.
나경섭 대표는 "의료계가 백척간두 상황에 놓여있지만 의협 집행부와 대의원들이 제대로 이끌어주지 못해 참담한 심정"이라고 못 박았다.
의협 정관상 회장 불신임안은 선거권이 있는 회원 1/4 이상(약 1만여명) 또는 재적 대의원의 1/3 이상(83명)이 서명해야 대의원회 총회 안건으로 발의할 수 있다.
따라서 7063명의 서명은 회장 탄핵안 발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그러나 7천명 이상의 의사들이 탄액안 서명에 동참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추무진 회장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추무진 회장이 제39대 회장 선거에서 얻은 표는 3285표. 7063명은 이보다 두 배가 넘는다.
또 노환규 전 회장에 대한 탄핵은 대의원이 주도했다.
반면 추무진 회장은 일반 회원들로부터 탄핵 요구를 받은 첫 번째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더 뼈아프다.
전의총이 전국의사대표자궐기대회를 불과 10일 남겨둔 시점에서 탄액 요구안을 제출한 것은 여러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경섭 대표는 "탄핵 서명을 추진한 동기는 의사 지도자들이 각성해서 올바르고, 확실한 방향으로 의사들을 이끌어 달라는 간절한 부탁과 원격의료와 한방 관련 대오가 무너지는 집행부라면 의사를 대표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무진 회장에 대한 강력한 경고와 함께 여차하면 탄액 발의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인석 대표는 "7천여명의 서명으로는 탄액안 상정 요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서명은 언제든지 받을 수 있다"면서 "현안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의협 집행부에 대한 압박용도 될 수 있지만 언제든지 조건을 갖춰 탄액안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분명히 했다.
특히 정 대표는 "혹자들은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고 하지만 장수가 진정한 리더가 아니고 X-맨이라면 없는 것만 못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의료계의 분란만 일으킬 게 아니라 확고한 뜻으로 가기 위해 이 일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수흠 의장은 "7천명이 넘은 의사들이 서명했다는 것은 상당히 중대한 문제"라면서 "대의원회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추무진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의총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추무진 회장은 대의원회에 탄핵안이 제출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회원들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 "그분들이 모아준 힘이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저지하는 투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몸을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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