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이 12일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이달 안에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지 않으면 불법사용투쟁과 헌법소원 등을 하겠다며 정부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면서 김필건 회장은 한의사들도 의사 못지않게 골밀도측정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겠다며 직접 시연에 나섰다.
한의사들이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경우 환자들이 어떤 피해를 있을 수 있는지, 김필건 회장이 골밀도측정기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어떤 문제나 오진이 있는지 등을 언급하는 이는 단 한명도 없었다.
기자들은 김필건 회장의 목소리를 여과 없이 보도했고, 골밀도측정기를 사용하는 모습까지 사진기사로 내보내기 바빴다.
포털 사이트에서 이날 기자회견과 관련한 기사를 검색해 보면 대부분의 방송과 일간지들이 한의협의 주장을 그대로 실었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한의사들이 문명의 이기조차 활용할 수 없는 '피해자'라는 점을 일반 국민들에게 부각시키는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분위기를 만드는데 대한의사협회도 일조했다.
이날 의협은 기자회견장에 직원 몇 명을 참관하게 했을 뿐 단 한명의 의사도 보내지 않았다.
의협은 그간 한의사들에게 현대의료기기를 허용하면 국민 건강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하지만 정작 한의협 회장이 직접 의료기기를 시연한다는 예고까지 했음에도 기자회견장에서 김필건 회장의 주장을 조리있게 반박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는 의사 대표는 없었다.
당초 추무진 회장은 자신이 직접 기자회견장에 가겠다는 뜻을 피력했지만 이사들이 말렸다는 후문이다.
추무진 회장이 갈 경우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대한의사협회 제공
이날 김필건 회장은 "골밀도를 측정하는데 아무런 어려운 내용도 없고,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인데"라고 말하면서 당당하게 측정 시연을 했지만 '오진'을 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를 지적하는 의사 대표가 아무도 없었으니 한의사도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주장은 'fact'로 포장돼 보도됐고, 오진은 방송을 타지 않았다.
의사협회는 하늘이 준 황금기회를 날려버렸고, 한의협 김필건 회장은 그 덕에 망신을 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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