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10.28 06:51최종 업데이트 20.10.28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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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2개월 아기 중장염전증 몰라본 소청과 의사 '과실'?…"초기 증상만으로 진단 불가능"

창원지법 진주지원, 5000만원대 손배 소송서 의료진 무과실 입증…환자 악결과 발생만으로 과실 아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생후 2개월된 환아 A는 장중첩증으로 B대학병원 응급실을 방문해 공기정복술을 시행받았다. 그러나 추가적으로 중장염전증이 발생해 추가적인 개복술을 받게됐다. 그러자 A의 가족 측은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이 처음 응급실 내원 당시 중장염전증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의료 과실을 주장했다. 의료진의 과실 때문에 A의 장 괴사가 급속도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해당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은 지난 20일 A측이 제기한 5000여 만원대 손해배상금 소송에 대해 "원고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며 의료진 과실을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는 대장에 협착과 장벽이 두터워진 소견을 보였고 소장은 전반적으로 늘어나 우측 하복부의 회맹부 장벽에 부종이 확인된 상태였다. 이에 소청과 의료진은 장충첩증이 의심되다는 소견으로 공기정복술을 시행했다. 

그러나 A는 수술 이후에도 혈변을 보고 복부 팽만, 저혈압 등 증상을 보였다. 의료진은 장중첩증의 합병증인 폐혈증을 의심하고 재차 복부 초음파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좌측 상복부에 이상소견을 확인하고 복부 CT검사 후 장회전이상증을 의심해 개복술을 시행했다. 

개복술 과정에서 장회전이상증으로 인한 중장염전증이 확인됐고 이에 의료진은 소장의 20cm를 제외한 나머지 괴사된 부분을 제거했다. 또한 의료진은 소장의 양쪽 끝에 각각 공장루 회장루를 시행하는 수술도 함께 진행했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지만 A의 가족 측은 의료진의 과실을 의심했다. 응급실에 내원했을 당시부터 장회전이상증에 따른 중장염전증을 알아 차렸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의료진이 병증을 장중첩증으로 잘못 진단해 소장 대부분이 괴사된 후 개복술을 받았다는 게 가족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결을 달랐다.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전문적 지식에 따라 진단했고 이에 상응하는 처치를 한 이상, 환자에게 악결과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의료진에게 과실을 단정할 수 없다는 게 판결의 핵심 요지다.  

법원은 "의료진은 문진결과에 따라 우선 장중첩증을 의심했고 정확한 진단을 위해 혈액검사와 복부 엑스레이 검사를 순차적으로 시행했다"며 "첫 복부 엑스레이 검사에서도 중장염전증의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는 의학적으로 두 질환을 초기 증상만으로 밝혀내기 어렵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법원은 "중장염전증을 유발할 수 있는 장회전이상은 환자의 0.2%가 평생 이를 모르고 지날 정도로 아무런 증상이 없다"며 "장중첩증과 중장염전증은 발병 초기 증상만으로 두 질환을 정확히 감별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은 "혈액검사 결과 일부 수치가 정상치를 벗어나긴 했으나 소아에 대한 통상적 혈액검사 수치를 고려하면 중장염전증이 발생했다고 의심할만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며 "중장염전증의 진단과 처치가 시의적절하게 이뤄져도 장의 괴사나 절제 같은 결과는 발생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법무법인 세승 조진석 변호사는 "환아 측 주장과는 달리 오히려 피고 대학병원 소청과 의료진의 주의 깊고 세심한 진료로 인해 일반적인 중장염전증 환자의 사례와 비교해 환아가 신속하게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며 "이런 점에서 피고 대학병원 의료진의 진료를 비난은커녕 칭찬함이 마땅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이번 판결의 시사점은 검사 소견이나 증상으로 특정 질환이 확진됐다고 하더라도 다른 질환이 추가로 병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라며 "의료진으로서는 항상 주의를 기울여 세심하게 경과를 관찰하면서 추가적인 검사 등을 시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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