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교수의 한탄 "이대로 오래 못버텨...전공의들 돌아올 수 있게 하는 건 정부와 대통령"
전날 당직 서고 궐기대회 참석한 김성근 교수 "10년 후 의사 2000명 늘어도...당장 환자 생명 지키는 젊은 의사들 사라져"
[메디게이트뉴스 박성훈 인턴기자 가톨릭관동의대 본4 휴학 예정] “저는 어제 병원에서 당직을 섰습니다. 오전에 외래를 보고 오후에 수술을 하고 이 자리에 왔습니다. 대학병원 전공의들이 비운 자리를 교수들이 메꾸고 있습니다. 점심 시간에 교수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교수들의 피곤한 모습을 보고 오랫동안 버틸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조직위원회 부위원장 겸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여의도성모병원 김성근 외과 교수는 22일 오후 7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진행된 '의대정원 증원 저지 및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저지 궐기대회' 투쟁사에서 이같이 호소했다.
김 교수는 의대정원 2000명을 늘리는 일은 의학교육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분명히 했다. 그는 "최근 의대증원의 근거가 된다고 했던 논문과 보고서의 3분의 저자가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누구도 2000명을 주장한 적이 없다고 했다"라며 "의학교육의 시설과 투자, 인구 구조의 변화에 따라 점진적인 증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도 2000명 증원은 의대에서 받아서 교육할 수 없는 인원이라고 발표했다. 연구자도 부정하고 교육기관도 부정하는 2000명은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의사는 단순히 강의실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의사로서의 소양을 다지는 교양교육부터 시작해서 해부학 실습을 필두로 다양한 기초 의학의 교육과 실습, 소규모 그룹토의과정, 단계적으로 심도 있는 의학 교육의 실습 과정을 통해 오랜 단계를 거쳐 실력 있는 의사가 양성된다" 밝혔다.
김 교수는 "실력 있는 의사가 양성되는 것은 단순히 그 의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환자들에게 좋은 진료를 제공해주는 것이 국민 건강을 위해 필요하다"라며 "제발 미래 의학 교육을 망쳐놓을 수 있는 2000명 증원을 철회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사 수가 늘어서 국민 건강의 지표가 좋아진다면 의사들도 반대할 이유는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의료기관 이용률, 전문 진료 이용률 등이 1위다. 우리나라 의사 수가 훨씬 많은 영국보다 회피가능 사망률이 15% 이상 낮다"라며 "어떤 수술은 대기기간을 찾을 수 없도록 당일 진료가 가능하고 진단하고 수술할 수 있는 나라다. 의사 수가 늘면 과연 어떤 지표가 좋아진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단순히 정부는 미래 의사 수가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응급진료, 필수의료, 소아과, 분만이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과연 이것이 10년 후에 해결해야 할 문제일까"라며 "지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단언했다.
김 교수는 "복지부는 여성 의사수 증가로 인해 근무 시간이 감소하기 때문에 그것을 지표로 활용해 2000명을 계획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여성의사가 30%가 안 된다"라며 "OECD 평균 여성의사 비율은 50% 수준으로 이를 반영한다면 지금 우리나라 의사 수가 훨씬 많지 않겠나"라고 했다.
전날 당직을 섰다는 김 교수는 “3월 1일에 전임의들도 병원을 떠난다고 한다. 3월에 들어와야 할 인턴과 전공의 1년차들은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정부가 좋아하는 업무복귀명령을 내릴 수조차 없다. 전체 대학병원 의사들의 30%가 3월이면 사라진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절망적인 상황은 이제 시작되지도 않았다. 전공의들은 환자 곁에 있고 싶다. 저는 환자 곁으로 전공의들을 돌아오라고 부르고 싶다. 그들과 함께 수술하고 환자 곁에서 설명하면서 몸을 맡길 수 있는 좋은 외과의사로 만들고 싶다"라며 "그들을 환자 곁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할 수 있는 건 정부와 대통령”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 정책이 관철된다면 우리 젊은 의사들은 앞으로 의미 있는 일에 투자하거나 젊음을 바치지 않을 것이다. 10년 후에 매년 2000명의 의사가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환자들의 생명을 지키는 의사들은 점점 사라질 것이 두렵다”라며 2000명 증원 철회를 간곡히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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