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의-정 갈등이 계속되고 있지만,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매출은 성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상반기 매출 실적은 2조원을 돌파했으며, 케이캡을 품은 보령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17% 증가했다.
메디게이트뉴스가 9일까지 2024년 2분기 잠정 실적을 공개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22개사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약 77% 기업이 전년 대비 매출 성장을 달성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2분기 매출만 '1조' 훌쩍…케이캡 파트너사 교체로 '희비'
올해 2분기 22개 기업 중 17개 기업이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성장을 이뤘다. 22개사의 2024년 2분기 매출액 평균은 17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80% 증가했다. 올해 2월부터 현재까지 의-정 갈등이 계속되면서 제약업계 침체가 우려됐지만 선방한 결과다. 반면 나머지 5개 기업은 매출 하락을 면치 못했다.
이 중 가장 큰 매출 성장을 달성한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로 2024년 연결기준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3.56% 증가해 1조 1569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2개사 매출 총액의 약 30%에 달하는 규모다. 사실상 제약·바이오기업 매출 성장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견인한 것이다. 2분기 매출액이 가장 큰 기업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며, 1·2분기를 합친 상반기 매출은 2조를 돌파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영업이익도 크게 증가했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4345억원으로 22개사 중 유일하게 1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적자를 제외한 22개사의 영업이익 총액은 6338억원인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68.56%를 점유했다.
유한양행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다음으로 높은 매출을 달성했지만, 성적은 부진했다. 2분기 매출액은 5146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6.75%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1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55% 감소했다.
유한양행의 영업이익 역성장은 신규 물질 라이선스인 등으로 인한 연구개발(R&D) 비용 증가와 라이선스 수익 감소에 따른 결과다. R&D 비용은 전년 동기 382억원대비 39.8% 증가한 535억원으로 집계됐다. 라이선스 수익은 5억55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8% 줄었다.
의-정 갈등으로 인한 처방 의약품 매출 감소도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줬다. 일반의약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 상승한 반면, 처방의약품 매출은 2.8% 하락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하락한 기업은 종근당, JW중외제약, 부광약품, 에스티팜, 한올바이오파마로 적게는 66억원부터 많게는 132억원이 줄었다.
종근당의 2분기 매출액은 3850억원으로 22개사 중 3번째로 높았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75% 소폭 감소했다. 이는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 계약 종료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종근당은 지난해 말 HK이노엔과 케이캡 공동 판매계약을 종료했다. HK이노엔은 종근당과 공동 판매계약을 종료한 후 보령을 새로운 파트너로 정했다. 케이캡을 쥔 회사가 바뀌면서 실적에도 희비가 나뉘었다.
종근당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감소했지만, 보령은 전년 동기 대비 18.17% 증가한 2556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HK이노엔은 21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0% 늘었다.
종근당과 보령, HK이노엔은 수익성 측면에서도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특히 HK이노엔은 케이캡 파트너사를 바꾼 뒤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종근당의 2분기 영업이익은 284억원으로 전년 대비 34.62% 하락했다. 반면 HK이노엔의 영업이익은 2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86%의 증가율을 보였다. 보령은 201억원을 기록해 5.69%의 증가율을 달성했다.
케이캡은 지난해 1582억원의 국내 원외처방 실적을 달성했으며, 출시 이후 소화성궤양용제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한미약품은 올해 가족 경영권 분쟁으로 거버넌스 우려가 제기됐지만, 실적은 견조했다. 한미약품의 매출액은 3781억원, 영업이익은 581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0.33%, 76.26% 증가했다. 특히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는데, 여기에는 개량·복합신약의 지속적인 매출 성장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처방의약품 실적 역시 매출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약품은 6년 연속 국내 원외처방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주력 품목인 이상지질혈증 치료 복합신약 '로수젯'의 2분기 처방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6% 증가한 511억원을 달성했다. 고혈압 치료 복합제 제품군 '아모잘탄패밀리'도 36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수출 실적은 2분기 별도 기준 578억원(기술료 수익 제외)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 상승했다. 지역별 매출을 살펴보면 일본이 41%로 압도적이었고, 유럽과 중국이 각각 17%, 14%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이어 올해까지 연속 적자 면치 못한 기업은? 부광약품·SK바이오사이언스
지난해 2분기에 이어 올해 1·2분기에 영업이익 흑자전환하지 못한 기업은 부광약품과 SK바이오사이언스다.
부광약품은 지난해 2분기 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1·2분기에도 16억원, 25억원의 영업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적자가 지속되고 있지만 상반기 기준 영업손실 개선에는 성공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4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56억원 대비 소폭 감소했다.
이에 부광약품은 하반기 흑자 전환을 목표로 삼았다. 매출 증대를 통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부광약품은 특히 8월 1일 출시된 라투다가 하반기 매출을 견인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라투다는 일본 스미토모파마가 개발한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이다. 부광약품은 2017년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국내 독점 라이선스권을 획득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2분기 19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353억원과 올해 1분기 281억원에 비하면 개선됐지만 여전히 영업손실을 냈다. 코로나19 백신 매출 감소와 시설 투자·R&D 비용 증가 등에 따른 결과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실적 부진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를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6월 독일의 바이오기업 클로케그룹과의 계약을 통해 위탁생산(CMO)·위탁개발생산(CDMO) 전문 회사 IDT 바이오로지카를 인수했다. 지난달에는 미국 바이오기업 선플라워에 200만달러(약 27억8000만원)를 투자하는 조건부지분인수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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