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캠페인 "우리 동네의원 원장님을 칭찬합니다"
동네의원 원장님은 지역 주민들의 건강 지킴이입니다. 가까운 거리에서 환자들의 평소 건강 상태를 확인해주고 아픈 것이 싹 낫도록 약을 처방해주십니다. 혹시라도 더 큰 질환으로 위험이 있으면 검사를 더 받아보게 하거나 큰 병원에 가보라고 알려주십니다. 환자들은 동네의원에 다니면서 아픈 것도 싹 낫고 동네의원 원장님들과 함께 건강을 지켜나갑니다.
의료전문매체 메디게이트뉴스는 지난 연말 동네의원을 이용해본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동네의원 이용 일반인 수기 공모전, 우리 동네의원 원장님을 칭찬합니다’에서 입상한 작품 21개를 차례대로 소개합니다. 의사와 환자의 신뢰 회복의 취지로 진행하며, 일차의료기관의 중요성도 일깨워보고자 합니다. 대한의사협회가 상금을 후원했습니다.
①1등 김선호씨: 경남 창원시 이현연합의원 정창현 원장님을 칭찬합니다
저는 키도 작고 날씬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이쁘지도 않고 또 이쁘지 않으면 구엽기라도 하던지, 이도 저도 아니게 생긴 게 제 얼굴입니다. 거기다 그것도 모자라서 얼굴에는 주근깨와 점 투성이였는데 이제 나이가 들고 나니 검버섯 같은 점까지 생겨서 정말 보는 사람마다 입을 댑니다.
“요새 같이 좋은 세상에 얼굴 관리 좀 해”하든지 “이제 나이도 있는데 얼굴에 그렇게 점이 많은데 관리도 안하면 지저분해 보여”하며 쉬운말로 상처를 주지만, 제 피부는 심한 켈로이드 피부라 함부로 레이저를 하거나 시술이 불가했습니다.
무엇보다 얼굴에 주근깨가 아마 깨로 말하자면 한 말은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저는 서서히 제 얼굴에 대해 자신감을 잃어갔고 그러다 보니 자꾸 고개를 숙이는 버릇이 생겨서 지금도 길에 돈이라도 주울 요량인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잘 다닙니다.
그러다 동네에 의원이 하나 생겼는데 거기서 점을 빼준다는 겁니다. 저는 미루고 미루다 과감하게 마음먹고 달려 갔죠. 그리고 의사선생님과 상담을 했습니다.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점을 못뺐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날 이후 고개를 숙이고 다니거나 제얼굴에 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없어졌습니다. 선생님께 어릴 때부터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더니 선생님의 한마디. “지금 잘 걸어다니시고 식사 잘 하시고 다른 특정한 병 없이 건강하시죠?”라고 저에게 물었습니다.
저는 의아하게 뒤끝을 흐리면서“네~~”라고 했고 선생님은 다시 “피부가 켈로이드라고 하셨죠? 그런 피부는 레이저는 안하시는 게 나아요”하는말에 저는 낙담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갑자기 함박웃음을 웃으시면서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가 참 예쁘게 나셨네요. 그리고 눈이 정말 맑고 예쁘시네요. 이런 예쁜 얼굴로 왜 자신감 없이 고개를 숙이고 다니세요? 지금 세계에는 말 못하는 사람, 못 걷는 사람, 자기 몸을 자기가 마음대로 못 움직이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우리 우리의 건강한 몸을 소중히 여깁시다. 그리고 얼굴에 점 좀 있음 어때요. 요새 화장품이 얼마나 잘 나오는데요. 점을 뺄 게 아니라 마음의 묵은 때부터 빼야겠는 걸요. 파이팅입니다. 진료비는 안내셔도 됩니다."
저는 이현연합의원에서 나올 때까지만 해도 선생님의 말씀을 이해를 못했습니다. 아니, 점을 못뺀 것에 대한 아쉬움만 남았습니다. 그리고 신호등을 건너려고 서있는데 동네에 장애가 있는 초등6학년 아이를 버겁게 업고 가는 언니를 만났습니다. 언니는 숨이 머리 끝까지 차서 신호등이 빨간불인 걸 원망하며 화를 내고 있었습니다. “아이고, 힘들어라”하면서요.
그리고 이내 언니는 등에 업은 아픈 자식을 살짝 원망하며 “아이고, 내가 무슨 죄를 지어서 걸을 때 못걷는 자식을 이렇게 업고 다닌단 말이고 참말로” 하며 3분도 채 안되는 시간에 나를 들으란 듯이 신세한탄을 했습니다. 그때 문득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남의 불행이 제 행복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도 아니신데, 점을 빼러 간 저에게 그런 말씀을 해주심에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가려고 고개를 떨구고 있던 저는 발길을 돌려서 화장품 가게로 갔습니다. 그리고 점을 조금 가릴 수 있는 컨실러 같은 것과 평소에 쓰지 않는 꽤 괜찮은 비비크림을 샀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나의 점을 가리기 위함이 아니라 조금 덜 보이게 하기 위한 화장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평소에 저는 몰랐던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이가 참 예쁘게 났고 눈이 정말 예쁘다"는 그 말씀이 생각나서 거울 앞에서 이가 훤히 드러나 보이게 크게 웃어보고 내 눈동자에 힘을 주며 눈을 깜빡여 보았습니다.
이게 몇 년만에 내가 나를 보고 웃어보는 건지 모릅니다 그동안 거울 앞에 앉으면 인상을 쓰고 내 얼굴에 대한 불만을 거울과 함께 욕을 하고 비난하느라 한 번 웃어보이지를 못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웃으니 이렇게 예쁘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어요. 그리고 립스틱을 바르고 아무 약속도 없었지만 외출을 했습니다.
그리고 길을 가다가 동네 지인을 만났습니다. 평소에는 누가 내 앞에 서기만 해도 고개가 절로 숙여졌고 목소리는 무슨 죄를 지은 사람마냥 기어 들어갔습니다. 그날만큼은 손을 높이 들고 “하이! 오랜만이야 어디가?”하며 물었더니 동네 지인은 “뭐 좋은 일 있어요?"라고 하더군요.
"왜 그리 기분이 좋아요? 이런 모습 처음이네“하는 겁니다. 그랬습니다 그 지인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었습니다. 처음이 맞습니다. 그동안은 나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했고 늘 예쁘고 날씬한 사람 앞에 가면 버릇처럼 고개를 숙였으니까요. 이제부터는 저도 고개를 들고 하늘도 보고 거울 속에 나도 보고 또 몸이 건강하지 않은 분들도 보면서 도우며 살아가고 싶다는 새 꿈이 생겼습니다.
꿈이 겨우 그거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하지만 제게는 살아오면서 너무 오랜 시간동안 기죽어 살아왔고 자존감은 바닥이었기에 그날이 바로 '오늘부터 1일'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우리동네 이현연합의원 원장님께 정말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선생님은 그냥 한 말씀이여서 저를 기억 못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선생님으로 인해 저의 잃었던 자존감도 되찾았고 저의 몸에 대한 콤플렉스도 줄어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고개를 더 숙이고 다니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현연합의원 정창현 선생님, 너무 감사드리고 존경합니다. 요새 거울을 보며 말합니다. 제가 저에게 “너 충분히 예쁘다. 자신감을 가져”라고요.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