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1.28 10:12최종 업데이트 20.01.2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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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ACO, 투자비용만 870만 달러·비효율에 전문가들 반응 ‘시큰둥’

“미국식 제도로 보건의료 변화 도모, 준비 없이 도입 시 부작용 심각할 것”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최근 지역 내 의료기관 네트워크’ 구성을 핵심으로 한 책임의료기구 (Accountable Care Organization, ACO)' 제도의 국내 도입이 구체화 되고 있는 가운데 ACO 도입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과 더불어 사업의 실효성에 대한 입증이 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특히 국내 의료 상황이 미국과 다르다는 점에서 국내 적용의 한계도 점쳐지고 있다.
 
앞서 지난 2018년 정책연구자·학계·의료계 등이 참여한 '한국형 ACO 모델 및 커뮤니티 케어 연구포럼'이 창립된 바 있다. 이어 바른미래당은 지난 9일 ACO제도 도입을 통한 국내 보건의료 환경의 변화를 주장했다.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한국형 ACO 모델 및 커뮤니티 케어 연구포럼 창립식 당시 "고령화, 만성질환자 증가로 의료비가 증가하고 있다"며 "ACO를 통한 의료전달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CO, 의료공급자 연합체…“일차의료가 핵심 역할, 의료비 낮춘다”
 
ACO는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비용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새로운 지불·전달체계 모형의 하나다. 다양한 형태의 의료공급자조직으로 구성된 연합체로 볼 수 있으며 정해진 질적 기준을 충족하면서 의료비를 절감했을 경우, 계약된 총액을 추가해 성과급을 받게 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ACO는 미국에서 2011년 100개 미만에서 2015년 초 744개로 늘어나는 등 성장 추세에 있다. 이중 민간 ACO가 217개, 공공 ACO가 404개로 나머지는 민간과 공공부문 모두에서 계약을 맺고 있다.
 
전통적인 행위별 수가제는 의료체계 내에 있는 공급자들이 개별적으로 전달한 서비스의 양에 따라 보상을 받기 때문에 공급자 간 진료 조정이 어렵다. 또한 양에 기반한 보상제도의 유인으로 과잉진료나 중복진료가 불파기해 의료비를 통제할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
 
반면 ACO는 양이 아닌 가치에 기반해 공급자 간 진료 조정과 효율적인 의료행위가 가능하다는 게 ACO 도입 찬성 측의 견해다. 이 때문에 공급자가 필요한 진료를 회피하거나 질 낮은 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문제를 차단할 수 있다. 또한 환자중심·성과중심의 책임의료체계이기 때문에 일차의료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한국형 ACO 모델 및 커뮤니티 케어 연구포럼과 바른미래당 바른미래연구소에서 ACO 도입을 주장하는 큰 골자도 이 같은 이유다. 김원종 바른미래연구원 사회정책연구위원장은 연구포럼 창립식에서 "문케어 시행 이후 병원 양극화, 환자와 의료인력 쏠림이 가중됐다"면서 "의료인의 불필요한 의료비 감소 노력을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한국형 ACO를 총선 핵심전략으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8년 12월에 개최된 '한국형 ACO 모델 및 커뮤니티 케어 연구 포럼 창립 심포지엄' 토론회 모습.

막대한 투자비용·비효율성 등 다수 부작용 보고
 
반면 ACO의 국내 도입 주장에도 불과하고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우선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문제는 막대한 투자비용이다.
 
보건행정학회지에 실린 '미국의 ACO운영현황 분석과 국내 의료정책에서 정책적 함의 평가(서경화, 2014)'에 따르면 ACO를 운영하는 첫 해 동안 평균 200만 달러가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착수비용이 최소 30만 달러에서 최대 670만 달러까지 이른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14년 '한국형 통합의료체계 모형탐색 보고서'에서 "서로 다른 공급자들이 서로 다른 EMR 기준을 사용하기 때문에 환자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 공유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며 "ACO 인프라 구축에는 간과할 수 없는 정도의 초기 자본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경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다수 연구에서 대부분 ACO 참여자들이 성과급을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계약 3년이 지나도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성과급모형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ACO 참여를 촉진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ACO 관련 미국 내 부정적 여론도 고려의 대상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서 2020년에 발간한 '미국 대체지불제도의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ACO 참여에 따른 긍정적인 성과보다 ACO 참여군과 미참여군 간 성과에 '차이가 없다'는 결과를 보고한 전문가들이 다수 확인됐다. 특히 질적 성과나 의료서비스 이용에 대해서는 ACO의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게 보고서의 핵심 내용이다.
 
김계현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ACO는 여전히 검증단계에 있는 정책 시범사업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의료공급자에게 재정적인 위험을 감내하게 하고 조직운영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켜 미국의 의료제공자 측에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성우 심사평가연구소 연구원도 '비용절감 및 질 향상을 위한 미국의 4가지 노력' 보고서에서 "하나의 의료공급자, 보험자로 수익을 발생시키기 위해 환자에게 가능한 불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야 했다”며 “이 과정에서 필요한 서비스조차 제공되지 않은 사례가 발생해 미국 내 여론은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일부 의료서비스는 행위별 수가제로 돌아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국내 다수 전문가들은 △경쟁 심화에 따른 의료협력 부진(한국형 통합의료체계 모형 탐색, 신영석) △공급자 합병으로 인한 독과점 초래(오바마케어:책임의료, 김상호) △도시의 큰 공급자 조직에게 유리해 취약계층 접근성 문제(미국의 책임의료조직 운영현황 분석과 국내 의료정책에서의 정책적 함의 평가, 서경화) 등의 ACO 제도 부작용을 지적했다.
 
상황 다른데 준비 없이 도입?…“부작용 심각할 것”
 
한편 이 같이 ACO 제도의 효과성 입증과 부작용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견해도 덩달아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공통된 견해는 한국과 미국의 보건의료정책 여건에 차이가 많아 현실적으로 국내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의료정책연구소에 따르면 국내의 의료 경우, 미국에 비해 의료비 규모도 작고 수가 수준이 낮다. 미국과 달리 의사보상과 병원보상도 구분돼 있지 않다. 특히 미국의 메디케어는 미국 인구 중 20% 정도만 적용되는 제도로 국내와 같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 상황과 큰 차이를 보인다.
 
연구소는 "국내 의료 현실은 공급자가 아무리 불평등한 계약조건, 경영상 위협을 느낄 만큼의 비용통제라도 수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실질적으로 쌍방 간 건전한 협상을 통해 계약을 체결한 경험이 부재한 상황에서 의료체계의 왜곡과 이해주체 간 극심한 불신이 팽배하다. 정부, 의료계의 협력이 중요한 계약방식인 ACO가 도입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미국의 경우 이미 의료시장의 다양한 혁신과 경쟁을 통해 수직·수평의 서비스 연계를 갖는 공급자 연합조직들이 생성돼 있고 공급자 간 다양한 연계방식에도 익숙해 있다"며 "반면 국내에서는 기관 간 연계는 단절적이고 경쟁적이다. 의원과 병원 간 입원과 외래기능이 분담돼 있지 않아 상호경쟁자로 인지되고 있다는 점도 협력을 기반으로 한 ACO 도입에 걸림돌"이라고 했다.
 
연구소는 "미국 내에서도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ACO 모형을 국내 의료체계에 적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무엇보다 현재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국내 상황을 고려할 때, ACO 모형이 잘못된 방향으로 설계될 때 의료전달체계 개선은 더 어려워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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