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집 "청구대행 폐지·지불제도 개편 공론화 시작…의료계·국민 공감하면 법도 바꿀 수 있어"
의료계 대규모 집단행동을 위한 역량 강화, 준비기간 6개월~1년 6개월 예상
싸움터로 나갈 때 살아 돌아오길 바라지 않고 승리하는 '파부침주(破釜沈舟)' 각오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강한 투쟁’을 내세운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집행부가 출범한지 45일이 지났다. 그 사이에 지난 1일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가협상이 결렬됐고 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2.7%로 보고됐다. 이런 상황에서 의협은 14일 의정 실무협의체를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의협 집행부의 대응방안은 무엇일까. 최 회장은 강한 투쟁에 앞서 의료계 대통합을 위해 하루하루 뛰고 있다고 밝혔다. 건강보험 청구대행 폐지, 총파업 등의 대규모 집단행동도 준비하고 있다고 분명히 했다.
최 회장은 “의협은 6개월~1년 6개월 정도 충분한 준비기간을 거쳐 이기는 싸움을 하겠다"라며 "집행부 초기에 시행착오가 있지만, 집행부를 믿고 진료에 임해달라”고 말했다.
최 회장과의 몇 가지 질의응답을 통해 의사회원들이 갖고 있는 궁금증을 짚어봤다.
-취임 이후 근황은 어떤가. 특별한 활동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의료현안에 대한 언론 브리핑은 주로 정성균 대변인과 방상혁 상근부회장이 맡고 있어서 더 그렇게 보이는 듯하다.
“기본적으로 의협회장의 일이 아주 많다. 의료계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다양한 행사에서 의사회원들을 만나고 있다. 각종 지역의사회, 병원, 학회 학술대회 등의 행사에 집중적으로 다니고 있다. 의료계 내부행사라면 가급적 빠지지 않고 참석해 여러 의사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행사가 주로 토요일과 일요일에 집중되다 보니 주말도 없이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 6월 13일 지방선거 등의 굵직한 이슈가 있다 보니 여러 가지 사안을 준비할 틈이 있었다.
정부가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의 연장선으로 9월부터 뇌혈관 MRI(자기공명영상 검사) 급여화를 추진하고 있다. 의협은 6월 18일부터 7월 15일까지 뇌혈관 MRI 급여화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사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대국민 홍보를 시작하고, 언론 기고와 인터뷰 등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것이다.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 국회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면 문재인 케어 저지를 위한 국회 활동도 병행한다.”
-의협회장으로 활동하면서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의료계를 하나로 응집시키는 데 가장 주력하고 있다. 여러 의사회원들 간 대화를 통한 통합이 필요하다. 의협은 기본적으로 회장 혼자 결정하고 정책을 시행하는 조직이 아니다. 내부 이사진이나 자문위원들과 논의를 거쳐야 한다. 또한 시도의사회, 시군구의사회,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중앙대의원, 지역대의원 등 현장의 의사들과 대화를 통한 의견수렴이 중요하다. 현재 여러 의사회원들을 만나 그들의 의견을 듣고 의료계 통합을 위해 뛰고 있다.”
-강한 투쟁을 한다는 공약을 내세워 당선됐다. 실제로 강한 투쟁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인가.
“세계의사회는 의사들의 ‘파업’이라는 용어가 아닌 ‘집단행동’이라는 용어를 쓸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래서 가급적 집단행동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시위, 총파업, 청구대행 폐지 등 여러 가지 방법이 가능하다. 성공적인 대규모 집단행동을 위해서는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다. 집단행동을 위한 사전 준비기간으로 6개월에서 1년 6개월 정도 보고 있다.
일단 의료계 내에서 집단행동이 필요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내부 결집을 다져야 한다. 의협처럼 큰 규모의 조직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형태의 집단행동을 할 수 없다. 의료계 내에서 집단행동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힘을 모으는 과정이 중요하다. 의료계의 대정부 투쟁은 대규모로 강경한 방식을 취해야 한다. 지는 싸움이라면 절대 시작하지 않을 것이다. 철저한 준비를 통해 반드시 이기는 싸움을 할 것이다.”
-앞서 말한대로 집단행동 중 하나로 청구대행 폐지 투쟁을 이어갈 것인가. 관련 논란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공론화를 시작하려는 단계다.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본인부담금만 받고 공단부담금을 별도로 청구하는 청구대행을 해주고 있다. 의료기관의 청구대행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환자들이 진료비 전액을 낸 다음 직접 공단부담금을 청구하도록 진료비 지불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다고 본다. 이를 두고 환자를 볼모로 하는 투쟁이라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모바일 디지털 환경을 이용해 10분 이내에 환자에게 공단부담금을 지급하는 가지급제도 등의 방안을 만들 수 있다.
청구대행 폐지는 사안 자체가 크기 때문에 단기간에 시행할 수 없다. 일단 의료계 내부 공론화를 시작으로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국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단순히 캠페인성이 아닌 환자 진료비 지불방식 자체를 변경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
환자가 직접 건강보험을 청구한다면 부당한 심사, 삭감을 줄이고 의학적 원칙에 맞는 합리적인 심사 제도를 만들 수 있다. 의료계와 국민이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공론화가 이뤄진다면 국회를 통해 법을 바꾸면 된다. 국민들까지 청구대행 폐지에 동의한다면 건강보험법 위반이 아니라 합법적으로 청구대행 폐지를 시행할 수 있다.”
-의협의 수가협상이 결렬된 이후 의협은 수가협상 결과가 보고된 건정심에 불참했다. 이런 상황에서 의정협상이 의미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의정협상을 원래대로 진행하는 것인가.
“의협은 14일 열리는 두 번째 보건복지부와의 의정 실무협의체에 참여하기로 했다. 무성의한 수가협상 때문에 의정협상 자체를 깨자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정부와 대화를 시작했으면 대충할 것이 아니라 일단 진정성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본다. 협상단에도 분명한 협상 전략을 갖고 성실한 자세로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물론 이런 기본적인 태도로 의정 협상을 진행해도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집단행동 역량 강화를 통해 투쟁과 협상을 병행할 것이다.
건정심 탈퇴만으로도 의정대화 노선에서 강력한 항의의 뜻을 표현한 것이다. 건정심 탈퇴는 4월 22일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의결될 정도로 커다란 사안이다. 건정심 구조 개편을 위한 법률개정안 작업도 진행할 것이다.”
-6월 중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온라인 대토론회를 연다고 했다. 어떻게 진행되는 것인가.
“온라인 대토론회는 여러 가지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방식을 혼합해 진행하는 등 시기와 방법이 조정될 것이다. 실무적으로 의견교환을 하고 있다. 모바일 환경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토론 등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집행부 초기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상당하다는 지적도 많다.
“어느 조직이나 새로 꾸려지면 약간의 시행착오나 혼선을 피할 수 없다. 집행부가 새롭게 꾸려졌는데 서로 맞춰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시행착오는 당연한 것이라고 본다. 의협은 이제 빠르게 안정화되고 집행부는 각자 자리에서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회원들 역시 크게 걱정하지 말고 지켜봐 달라.”
-문재인 케어 저지를 위한 투쟁 계획도 여전한 것인가.
“의협은 문재인 케어의 문제점을 분명히 짚고자 한다. 비급여의 급여화가 아니라 필수의료를 중심으로 한 비급여의 단계적, 점진적 급여화로 변경하는 작업을 추진하겠다. 문재인 케어는 국민의 의료이용 선택권이나 의사의 의학적 원칙에 따라 진료 자율성 침해, 건강보험 재정문제 등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문제다.
의협은 여러 단체들과의 연계운동을 통한 국민운동을 펼치겠다. 하지만 이에 앞서 의료계 내부의 통합이 가장 중요하다. 의협의 사회적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현장에서 투쟁하겠다. 투쟁은 그동안 늘 해왔던 일인 만큼 언제든지 집단행동을 할 준비가 돼있다."
-최 회장의 행보를 관심 갖고 지켜보는 회원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의협은 현재 의료계의 집단행동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행동을 진행하고 있다. 20명 정도의 전국순회 강연단을 꾸려 집단행동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는 일을 본격화할 것이다. 집단행동을 철저히 준비해 집단행동 시작 전에 의협의 역량만으로도 의정협상에서 합리적인 주장을 펼칠 수 있도록 하겠다. 집단행동을 위한 사전준비는 6개월에서 1년 6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고 본다. 조만간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것이다.
회원들은 진료에 충실하면서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길 바란다. 집행부가 의료현안에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집행부를 믿고 임하면 좋겠다.
40대 의협 집행부는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파부침주(破釜沈舟)'의 각오로 임하고 있다. 이는 싸움터로 나가면서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지 않는 마음으로 승리를 이뤄낸다는 뜻이다. 이런 각오로 대정부 투쟁을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 회원들 중 일부 극소수로부터 비판 여론이 나오더라도 의협 집행부를 믿고 맡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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