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06.27 19:32최종 업데이트 18.06.28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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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한방난임사업 임신성공률은 10.6%, 즉각 중단하라”

바른의료연구소, 36세 이하 난임여성 자연임신율 27% 보다 훨씬 낮은 수치 지적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권미란 기자] 지방자치단체의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해 전국 27개 지자체에서 진행한 한방난임사업의 임신성공률이 난임여성의 자연임신율에 훨씬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지자체의 한방난임사업 임신성공률은 8개월간 10.6%였고, 39세 이하 난임환자의 6개월 후 자연임신율은 27%였다.

바른의료연구소는 27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지방자치단체의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연구소는 지난해 5월 2009년부터 2016년까지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을 시행한 25개 지방자치단체의 64개 사업연도 결과를 취합∙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분석결과에 따르면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의 유효성과 안전성은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 당시 각 지자체의 평균 임신성공률은 최초 대상자 기준 14.0%, 사업완료자 기준 14.7%로 나타났다. 바른의료연구소는 평균 임신성공률이 20-30%에 달한다는 한의계 주장보다 훨씬 낮고, 난임 여성의 자연임신율에도 못 미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분석결과 이후로도 한방난임사업을 시행하거나 한방난임치료를 지원하는 조례안을 통과시키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을 지속할만한 근거가 있는지 재확인하기 위해 2017년도에 사업을 시행한 전국 27개 지자체의 사업결과를 중심으로 분석했다고 했다.

이번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7년도에 27개 지자체의 한방난임사업에 참여한 대상자는 총 897명이었다. 이 중 121명(13.5%)이 중도에 탈락하고 776명(86.5%)이 사업을 완료했다. 지자체당 평균 사업대상자 수는 33명이었다. 

이들은 평균 3.4개월간(3~6개월) 한약을 복용했고, 4.2개월(3~9개월)에 걸쳐 침구치료를 받았다. 한약·침구치료 기간(치료기간) 이후 임신여부 확인을 위해 평균 4개월, 최대 12개월에 걸쳐 추적관찰했다. 치료·관찰기간을 합한 총 사업기간은 평균 8.2개월(6~18개월)이었다. 

지자체마다 한방난임치료에 사용한 한약의 종류는 제각각이었다. 특정 한약으로 고정한 것이 아니라 개별 한의사에게 임의로 한약을 선택하게 한 곳이 대부분이었다. 한의사가 어떠한 한약을 처방했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한 지자체도 많았다. 침구치료는 모든 지자체에서 병행했고, 이외에 뜸, 약침, 봉침 등을 병행한 곳이 있었다. 

대상자의 선정, 제외, 탈락 기준은 지자체마다 유사하지만 연령 상한을 44세가 아니라 38세로 두는 곳이 있었고, 체외수정을 한 횟수에 상한을 두는 곳이 있었다. 한방난임 치료 중 인공수정이나 체외수정 등의 의학적 보조생식술을 금지시킨 기간은 평균 5.1개월(0~9개월)이었다. 

연구소는 "난임치료의 효과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사업에 선정된 대상자 전체를 모수로 삼아야 한다"며 "그런데 춘천시를 제외한 나머지 지자체들은 사업 완료자를 모수로 삼아 임신성공률을 구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치료의 부작용이나 효과부족 등으로 탈락하는 대상자가 많을수록 임신성공률이 높게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일부 지자체는 사업완료자와 비슷하게 참여한 대상자를 중도탈락자로 처리한 경우도 있었다. 

연구소는 "임신하지 못한 대상자를 탈락시키고 사업완료자를 기준으로 하면, 임신성공률 수치는 당연히 높아질 것이다"라며 "최초 사업대상자를 기준으로 임신성공률을 구하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고 말했다.

또 2017년도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에서의 임신성공률은 8.2개월간 최소 0%에서 최대 31.4%이었다. 8.2개월간 평균 임신성공률은 최초 사업대상자 기준 10.6%이었다(사업완료자 기준 11.9%). 이는 2017년도 이전 사업에서의 임신성공률 14.0%보다 더욱 낮아진 수치다. 

연구소는 "이같은 차이가 나타난 가장 큰 원인은 본 연구소가 의학적 보조생식술에 의한 임신성공을 한방치료에 의한 성공에서 제외시켰기 때문이다"라며 "올해에는 작년보다 더 많은 지자체에 임신성공이 한방치료 후 보조생식술에 의한 것인지를 질의했다"고 했다. 

그 결과 임신성공자 127명 중 17명(13.4%)이 보조생식술로 임신한 사실을 확인했다. 보조생식술에 의한 임신을 한방치료 성공에 포함시키면, 임신성공률이 14.0%에 근접한 13.8%에 달했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는 임신성공이 한방치료에 의한 것인지, 보조생식술에 의한 것인지를 전혀 구분하지 않은 곳도 있어 실제 임신성공률은 10.6%보다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임신성공률에 임신 후 유산한 경우도 모두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출산, 임신유지, 유산 등의 임신결과를 공개한 8개 지자체의 경우, 임신성공자의 유산율이 25.1%에 달했다. 이를 감안할 경우 생아출산율은 7.8%보다 낮을 것으로 추정했다.
 
▲시기별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의 임신성공률 비교. 자료=바른의료연구소

지자체들은 한의학적 치료법으로 난임 여성들을 자연임신에 가장 적합한 최적의 신체 상태로 개선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로써 임신율을 높이고 사회 전반적인 저출산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지자체들은 한방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후에 이같이 주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의학회지(JAMA)에 시험관시술 시 침술의 효과를 평가한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됐다. 해당 임상결과, 침과 가짜 침군에서 출산율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부작용을 호소한 환자들은 침 치료군에서 42.9%로 가짜 침군의 21.2%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다. 배아 이식 시술일의 불편감은 10.3% 대 4.9%로 2배 이상 높았다. 논문 저자들은 이 연구결과가 시험관시술 시의 침 치료 병행이 생아출산율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연구소는 "한방난임치료의 핵심요소인 한약과 침구치료가 그 효과를 전혀 입증하지 못했다"며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마치 한방난임치료의 효과가 입증된 것처럼 수많은 지자체들이 엄청난 혈세를 투입하면서까지 한방난임사업을 지원해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국내외 논문을 검토한 의정연 보고서에서도 국내 지자체의 임신성공률이 난임여성의 자연임신율보다 높지 않았다고 했다. 
 
▲한방난임시술과 난임여성의 자연임신율 결과 비교분석(국내 및 국외). 자료=바른의료연구소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방난임사업 대상자와 유사한 원인불명 난임 여성에 대한 네덜란드의 다기관 대규모 관찰연구에서 39세 이하의 정상임신이 가능한 난임환자의 6개월 후 자연임신율은 27%였다. 45세 이하 난임환자의 7.7개월 후 자연임신율은 20%, 평균 32.5세의 난임 유발 요인 없는 여성의 8개월 후 자연임신율은 21%에 달했다. 즉, 사업기간이 8.2개월인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임신성공률 10.6%)이 난임여성의 자연임신율보다 효과가 있다고 하려면 최소한 20~27%의 임신성공률보다 훨씬 높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27개 지자체가 한방난임사업에 지원한 혈세는 10억2000만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번 분석에서 제외된 경기도와 평택시를 포함하면 15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혈세가 투입됐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소는 "지자체장들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한의계의 지지를 받고 주민들에게 난임극복에 적극적이라는 생색을 내기 위해 사업을 지속하고 있다"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한방난임사업에 참여한 난임여성들은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연구소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사업을 마치 효과가 입증된 것처럼 광고해 난임여성을 사업에 유인한 것은 지자체장들의 심각한 직무유기이며,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며 "가장 근본적인 책임은 보건복지부에 있다"고 했다. 

지자체가 한방난임사업을 새로 시행할 때 복지부에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 요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복지부가 '현재 추진 중인 임상연구(’15∼’18년) 완료 후 사업의 지속 추진 여부 등 재검토 필요'라는 단서조항을 달고 일부 변경·보완 사항만 지적한 채 모두 허가했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이같은 답변은 복지부도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아직 입증되지 않았음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며 "그럼에도 사업을 허가해 처참한 결과를 낸 것은 이미 예고됐던 참사로 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곧 발표될 임상연구 결과도 연구디자인에 문제가 있어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을 제대로 입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연구소는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이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이기 때문에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의 사전심의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민원신청을 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지자체 한방난임치료사업 추진계획의 경우, 사업 목적과 내용은 난임부부에 대한 한방시술을 실시하는 것으로 '생명윤리법'상의 인간대상연구에 해당사항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회신했다. 

이에 대해 연구소는 "IRB의 심의를 받았더라면 이같은 참담한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복지부의 심각한 생명윤리 불감증이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다"라고 했다.

연구소는 "다음 보도자료에서 27개 지자체의 한방난임치료 결과와 문제점을 상세히 밝히겠다"며 "아직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경기도와 평택시도 끝까지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효과가 없는 한방난임사업에 막대한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지자체 단체장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다"라며 "2018년도에도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수많은 지자체들은 한방난임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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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란 기자 (mrkwon@medigatenews.com)제약 전문 기자.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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