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2.26 07:05최종 업데이트 20.02.2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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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제네론의 에볼라 치료제 개발 사례로 본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가능성

5월 이전에 사라질까, 아니면 겨울철마다 다시 등장할까...예상따라 신약개발도 결정될 듯

[칼럼] 조양래 생물학 박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갑자기 나타나는 전염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연구자들은 일반적인 약을 개발할 때보다 시간에 더 쫓기면서 혼신의 노력을 한다. 이런 전염병은 갑자기 나타났다가 갑자기 사라지기 때문에 치료제를 개발하는 개발자들의 마음은 보통 두 갈래로 나뉜다. 국가기관의 허가를 획득해 약을 시판할 수 있는 날에 대한 기대와 이 약을 사용할 필요가 없기를 바라는 이해가 상반되는 염원을 동시에 갖는다.

이번에 나타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COVID-19)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한다면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을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영화에서나 다루는 과장된 상상이기는 하지만 과학자들은 인류에게 잘 적응되지 않은 바이러스를 포함한 병원균 때문에 큰 수난을 겪을 수도 있다고 본다.

미국 정부에서는 바르다(Biomedical Advanced Research and Development Authority, BARDA)라는 기관을 통해 이렇게 예견하지 못한 병원균이 나타났을 때를 대비해 연구와 신약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에 나타난 코로나19도 이런 차원에서 새로운 치료제와 백신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 분야에는 기존에 허가된 치료제들 중 코로나19 치료용으로 적응증을 확장하는 연구와, 새로운 치료제 혹은 백신개발을 위한 연구가 포함된다.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로 실패한 렘데시비르(remdesivir)와 같이 이미 개발된 후보약물들은 이번 사태를 임상시험을 위한 기회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처음 단계부터 시작한다면 치료제를 개발해 끝까지 완주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에볼라 감염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신약이 어떻게 개발됐는지 살펴보면 성공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 8가지 요소들이 보이며 신약개발을 시작해야 할지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① 준비된 기술

성공적으로 에볼라 치료제를 개발한 리제네론(Regeneron)이라는 회사는 재생의학에 관심을 갖고 1988년에 설립됐다. 이 회사는 치료목표 단백질을 쉽게 찾는 기술(VelocImmune)과 찾은 단백질의 기능을 막기위해 사람의 항체를 찾는 기술(VelociMab)을 가지고 있다. 이 두가지 플랫폼 기술은 마우스 모델에서 얻은 실험결과를 사람에게 적용시키는 과정을 쉽고 빠르게 하기 위해 개발됐다.

유전공학적인 방법으로 사람의 항체를 만드는 쥐들이 사용되는데, 이 기술을 이용해 항암제와 피부병 치료제 등을 성공적으로 개발했다. 그러나 갑자기 나타나는 전염병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사용된 전례는 2012년까지 없었다.
 
② 헌신적인 과학자

이 기술을 갑자기 출현하는 전염병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과학자 한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Kyratsous, 키라쵸우스)은 박사후 과정을 마치고 2011년에 회사에 입사한 신입사원이었다.

2012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이 중동에 나타났을 때 이 기술을 이용해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회사에서 보유한 기술들을 총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회사의 중점사업과 관련이 적은 분야였으므로 회사의 지원은 미미했다. 다른 회사에서 2년여의 근무하다가 막 입사한 검증되지 않은 사람을 연구보조원으로 받았을 뿐이었다. 두 사람은 회사의 기술을 실상황에 적용해 전염병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지 테스트 해보기를 원했다.
 
③ 기술적으로 성공한 경험

MERS는 일반적인 쥐를 감염시키지 않았으므로 다른 회사나 연구기관에서 MERS에 대한 연구를 하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유전자를 조작해 사람의 항체를 만들도록 회사에서 만든 쥐는 감염시킬 수 있었으므로 연구를 할 수 있었다. 합성해 만든 유사-바이러스를 이 쥐에 주입하자 사람의 항체가 만들어졌다. 항체들 중에서 바이러스에 가장 잘 붙는 항체를 생산하는 세포를 선택해 배양기에 넣었다.

두 사람이 약 6개월간 일한 결과 임상시험을 할 수 있을 만큼 항체를 많이 생산했다. 놀라운 속도이기는 했지만, MERS는 한철 만에 사라져 버렸으며 다시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개발된 치료제의 사용가능성도 사라졌다. 인류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 치료제를 개발하려던 두사람의 꿈과 회사의 투자는 물거품이 됐다.
 
④ 다시 나타나는 기회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가 서부 아프리카에 있는 기니의 한 마을에서 시작해 이웃나라들인 시에라리온과 리비아로 번졌다. 에볼라는 MERS가 처음 나타났던 것과 달리 전에도 나타났던 적이 있었을 뿐 아니라 치사율이 거의 100%에 가까웠다.

훨씬 위험한 바이러스였지만 나타났다가 감염된 모든 사람들을 모두 죽이고 곧바로 사라졌다.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하기 전에 환자들이 모두 사망했으므로 남은 사람들에게는 다행스럽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이 바이러스를 바이오 테러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특별한 주의를 요하는 잠재적인 국가위협으로 보고 있었다. 
 
⑤ 회사 경영진의 역할

회사의 경영진은 아프리카 서부지역 나라에서 나타난 에볼라 바이러스의 전파속도를 모니터했다. 이 바이러스가 이전처럼 곧 사라지는 대신 주변 대도시에서 환자수가 증가하는 사실을 지켜보면서 치료약 개발을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때 MERS 치료제를 개발했던 두사람도 결정을 내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회사내부에서 알려진 바이러스 염기서열을 이용해 유사 바이러스를 생산하고 이 바이러스를 공격할 항체를 찾기 시작했다. 동시에 MERS 치료제를 개발한 전 과정에서 생산된 데이터를 바르다(BARDA)에 제출하고 그들과 함께 치료제를 개발할 방법을 논의했다. 치료제를 개발한 후에도 MERS때와 같이 임상시험도 하지 못하고 사장될 가능성이 높았으므로 개발비를 국가로부터 받기위해 노력했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할 때는 MERS때와 달리 회사차원에서 이 개발팀을 지원했다.

⑥ 자연의 변덕

MERS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항체를 개발하던 때와 똑같은 방법으로 알려진 염기서열을 이용해 유사바이러스를 합성하고, 유전적으로 조작해 사람의 항체를 만드는 쥐를 감염시켰다. 이 쥐의 비장을 이용해 단항체들을 선별하는 과정을 거쳐 가장 강력하게 반응하는 항체 20개를 선별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몇 주 동안 매일 하루 20시간 가까이 회사에서 생활했다. 정상적으로 약 후보물질을 선별하는 과정에서는 각각에 대한 성능을 시험하지만 에볼라의 상황이 시간적으로 급박했으므로 20개 중 3개를 선택해 칵테일로 사용하도록 설계했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들은 돌연변이율이 높기 때문에 단일 항체로 치료하기 보다는 몇가지 항체로 치료해 한 가지 돌연변이에 의해 한가지 약에 내성이 생기더라도 치료효과에 영향을 받지 않기를 바란다. 
 
⑦ 여러 전문기관의 협력

이 팀에서 실험데이터를 회사 간부들에게 제시하면서 실패할 확률이 있기는 하지만 이 세가지 항체가 최선책이며 실패할 위험을 감수하면서 임상시험을 한번 해볼 가치가 있다고 설득했다. 회사에서는 에볼라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실험을 할 수 있는 Biosafety level 4 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에모리대학(Emory Univeristy) 실험실로 단항체 칵테일을 보내 전임상시험을 의뢰했다.

결과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도착했다. 이 시험에 참석했던 대학 연구자들은 전임상시험 결과를 열어보기 몇 주 전에 성공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지금까지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원숭이들이 이렇게 빨리 회복된 예가 없었는데 회복되는 원숭이들의 숫자와 치료받은 숫자가 동일했다. 시험 결과를 열어봤을 때 출중한 치료효과가 명백하게 나타났다. 
 
전임상시험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사람에게 임상시험을 시행할 수 있을 만큼 항체를 생산했다. 개발을 시작한 때부터 계산했을 때 총 12개월이 소요됐다.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12개월만에 신약후보 물질이 개발된 것이다.

그러나 서아프리카 국가들을 휩쓸었던 에볼라 에피데믹(epidemic)은 이미 끝난 후였다. 개발하면서도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를 바랐던 염원대로 사용할 필요가 없어 졌지만 개발한 가시적인 성과도 없었다. 생산된 항체는 모두 냉장고 깊은 곳에 기약없이 저장되는 후보로 떨어졌다. 

⑧ 임상시험에 필요한 많은 환자들
 
그로부터 3년 뒤인 2018년 에볼라 에피데믹이 다시 시작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체없이 임상시험을 허가했다. REGN-EB3과, mAb-114, 렘데시비르와 당시에  치료에 사용되고 있던 항체약물인 AMapp을 콩고에 보내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임상시험을 마치려면 각 후보물질당 수백명의 감염자들이 필요했으므로 결과를 보려면 상당히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 예상됐다. 환자수가 충분하지 않았으면 2018년 에피데믹 때 임상시험이 잠정적으로 멈췄다가 다음 에피데믹때 데이터를 추가로 생산해야 될 수도 있었다. 그런 경우에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콩고에서 발현한 에볼라 에피데믹은 규모가 컸기 때문에 환자들을 모집하기 쉬웠다. 콩고 국민들에게 불행한 중 다행스럽게도 이번에는 치료효과가 뛰어난 항체신약후보물질이 마련돼 있었으며 치료와 임상시험을 동시에 실시할 수 있었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치료제 후보들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는 9개월 만에 나왔다. REGN-EB3을 받은 환자들은 71%, mAb-114을 받은 환자들은 66%, 렘데시비르를 받은 환자들은 44% 치유됐다(자세한 내용: NEJM 2019: 381:2293-2303). 치명적인 전염병 치료제를 2014년 처음단계부터 개발하기 시작해 2019년 성공적으로 임상시험을 마쳤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과학자들이 수십년 간 연구 끝에 개발한 mAb-114 항체보다 효과가 좋았다.


코로나19 치료제, 어떤 방향으로 계산된 위험 감수할지 결정해야
 
성공을 위해 필요한 8가지 요건들 중 개발자들이 통제할 수 없는 요인인 자연의 변덕스러움이 포함돼 있다.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나타나 환자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을 때 치료약과 백신을 개발한다고 발표한 회사들이 있었다. 지금은 최소한 중국에서 신규환자들의 수가 점점 감소하는 추세다.

코로나19는 앞으로 점점 줄어들어 5월 이전에 사라지게 될까 아니면 지구의 다른 지역에서 계속 환자들이 발생하다 올 겨울과 그 다음 몇 년간 다시 나타나게 될까? 이에 대한 예상에 따라서 현재 신약개발을 계속할 것인지 멈출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어떤 방향으로 계산된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만약 계속 개발하기로 했는데 코로나19가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면 모든 수고와 투자가 무용지물이 된다. 개발을 중단했는데 다시 나타난다면 기회를 잃게 될 뿐 아니라 인류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지 상관없이 누군가는 비난을 받게 되고 누군가는 영웅이 될 것이다. 
 
성격이 조금 다른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하려고 한다. 의학이나 정치와 같이 서로 연관성이 적어 보이는 분야에서도 각 분야를 들여다보면 중요한 결정을 하는 방법은 별로 다른 것 같지는 않다.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우한에서 나타나 환자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양상을 나타낼 때 의학전문가들은 중국 사람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을 막도록 제안했으며 정부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제안이었다는 뉴스도 있지만 자세한 내막을 모르면서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두 그룹에서 이런 상반된 결정을 내릴 때 각각 다른 종류의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 다만 서로에게 중요하게 보이는 시각에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의학계에서는 확산되는 바이러스에 의한 국민의 건강을 우선적으로 보았고 정부에서는 국제정세와 경제적 파급효과를 우선적으로 염두에 뒀을 것이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 문제됐을 당시 다른 나라들은 중국에서 외교관들이 철수시키는 동안 한국 외교관들은 중국에 머물게 했다. 그때는 다행스럽게 별탈 없이 지나갔으며 덕분에 중국과의 관계가 호전됐다. 한국의 김치가 대대적으로 선전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번 코로나19도 그렇게 됐더라면 좋았겠지만 지금 한국 전역에 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인들이 입국을 제한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지 아직은 판단하기 어렵다. 이번 결정으로 중국과 관계는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단기적으로 봤을 때 대한민국이 국제관계상 경제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입장이 됐다.

지금까지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종합해 보면 일어날 가능성이 적을 것이라 예상했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 사태를 통해 앞으로 책음을 질 희생양을 찾기보다 전문가들이 다른 위기를 극복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권력의 산실인 정치권에서는 견해 차이를 접어두고 대한민국 국민들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아 공동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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