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최근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된 ‘녹지국제병원’의 사업자가 병원사업 철수 의사를 밝힌 가운데 외국의료기관 개설, 운영 필요성에 대한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준호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3일 ‘건강보장 Fact&View’를 통해 영리법인 의료기관 개설 추진과 문제점에 대해 밝혔다.
국내에서는 의료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외부자본 투자를 허용하자는 논의가 진행되면서 영리법인에 의한 의료기관 개설이 추진됐다.
김 부연구위원은 “1990년대 후반 시작된 보건의료산업육성 논의는 ‘도하개발아젠다’를 통해 보건의료분야 시장개방이 국내외적으로 검토되면서, 그 방향이 의료산업화로 전환되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기업활동 자율성 보장과 외국인의 투자유인을 최대한 활성화하기 위해 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하고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영리법인에 의한 외국인전용 의료기관 개설을 특별법으로 허용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이후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개정으로 내국인으로까지 진료대상이 확대되면서 경제자유구역내 영리법인에 의한 의료기관 개설 논의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리법인에 의한 의료기관 개설 논의는 결실을 맺지 못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국내 대학병원은 2005년과 2009년 미국 뉴욕장로병원(NY Predyterian), 존스홉킨스(John’s Hopkins Medical International) 등과 합작했다. 또, 인천시는 인천도시개발공사와 함께 민간자본 유치를 통한 의료기관 설립을 추진했으나 이들 모두 실현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특히 1990년대 후반 제주를 국제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해 외국인 전용병원과 약국 설립이 제안됐다. 김 부연구위원은 “이후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외국인진료소 지정과는 별도로 외국인이 설립한 법인에 의한 병원, 종합병원, 치과병원, 요양병원과 같은 의료기관 개설이 허용됐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제주자치도 출범 직후부터 미국, 일본, 중국 국적의 외국인이 설립한 영리법인을 통해 제주자치도 내 의료기관 개설이 지속적으로 추진됐다.
김 부연구위원은 “제주자치도시개발센터(JDC)는 2007년 미국 의료법인(Philadelphia International Medicine-Management Development)과 의학분야 연구소, 교육시설 등이 포함된 500병상 규모의 의료기관 설립과 운영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라며 “같은 해 일본 의료재단법인 ‘의진회’와도 암 치료전문병원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나 모두 협약 이후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에는 중국 녹지그룹 한국법인에서 제주헬스케어타운내 총 47개 병상(지하1층 지상 3층) 규모의 ‘녹지국제병원’ 개설 계획서를 제출해 2018년 진료대상을 ‘외국인’으로 제한하는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제주자치도로부터 조건부 허가에 대한 최종 취소처분 결정을 받았다.
김 부연구위원은 영리법인이 사회적으로 필요한 공익적 행위보다는 수익성이 높은 행위를 지향해 의료에 대한 공공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영리법인에 의한 의료기관 개설을 추진한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높은 수준의 이윤창출이 기대되는 진료과목 중심으로 자본투자를 타진했다. 이는 일부에서 제시하는 영리법인 의료기관의 공공성을 기대하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밝혔다.
그는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통해 의료의 산업적 측면에서 발전을 기대할 수도 있으나, 의료를 통한 국민의 건강보장에 기여할 가능성은 낮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용 이후 지금까지 진행된 일련의 과정들은 국민의 건강보장과 의료에 대한 사회적 가치 실현보다는 자본투자의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라며 “외국의료기관 개설·운영 필요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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