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계약 갱신 거부·합격 후 계약 포기해도 진료 중단 간주…법조계·정치권서도 위헌 소지에 무리수 지적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정부가 병원과 재계약을 하지 않거나, 합격 후 계약을 포기하는 전공의들도 처벌하겠다고 경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의대 증원 등 정부의 일방적 의료정책 추진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전공의들을 잡아두기 위해 정부가 무리수를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전공의들에게 복지부 장관 명의의 진료유지명령을 내리고 있다.
전공의들의 ‘집단 진료 중단 행위’로 인해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의료법 제59조 1항에 따라 진료 현장을 지켜달라는 내용이다.
의료법 제59조 1항은 복지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보건의료정책을 위해 필요하거나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복지부는 이번 명령에 불응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거부하는 경우, 의료법에 따라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수련 중인 전공의가 정당한 사유 없이 수련 병원과 수련 계약을 갱신하지 않거나, 수련병원 레지던트 과정에 합격했음에도 계약을 포기하는 등의 방법으로 진료를 중단하는 행위의 금지까지 포함한다고 명시했다.
정당한 진료 중단 사유로는 질병, 사고 등을 예로 들었다. 전공의들에게 아프거나 사고를 당해 진료를 볼 수 없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병원에서 환자를 보라고 강제한 셈이다.
정부의 이런 조치는 인턴을 마치고 3월부터 레지던트로 근무 예정이었거나, 2월 말을 끝으로 1년 단위 계약이 끝나는 전공의들이 계약 포기와 계약 갱신 거부 등을 통해 의료현장을 떠나려는 조짐이 보인 데 따른 것이다. 이미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나오지 않고 있는 전공의가 전체 80%에 달하는 만큼, 추가 이탈을 막겠다는 심산이다.
이같은 소식을 전해 들은 전공의들는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파업은 업무개시명령으로, 사직은 집단사직 수리 금지 명령으로 막은 데 이어 이제는 재계약 포기 금지, 입사 포기 금지 명령까지 내리려 하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조진석 의료전문 변호사는 “재계약을 하지 않거나 계약을 포기하는 것까지 진료 중단으로 봐서 행정처분 등을 하겠다는 건 행동의 자유, 근로계약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만약 법정으로 간다고 하더라도 재판부가 정부의 행정처분이나 검사의 기소가 법적 근거가 없다고 보고 전공의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편,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선 정치권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정부의 진료유지명령에 대해 “법률가 정권에서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재계약 포기 금지’를 이야기 하는 게 맞느냐”며 “법치주의는 법으로 남을 규제하는 게 아니라 법대로 통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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