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7.26 14:45최종 업데이트 22.07.2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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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재정 투입 없는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 아랫 돌 빼서 윗 돌 괴는 미봉책

바른의료연구소 "검체 및 영상 종별 가산 폐지...내과, 소아과, 정신건강의학과 입원료 가산 폐지 및 조정" 비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상대가치점수 개편을 할 때마다 의료계는 희생만을 강요당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한 쪽의 희생만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시스템은 결국 무너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바른의료연구소가 25일 '근본적인 대책 없는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 방안'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내놨다.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보건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 추진 방안'의 일부 내용이 공개됐다. ▲종별 가산의 대대적인 폐지와 개편 ▲검체 및 영상 분야의 종별 가산 폐지 ▲내과·소아청소년과, 정신건강의학과의 입원료 가산 폐지 또는 개편을 통해 추가로 재정을 확보해 이를 외과계 및 입원료 보상 강화에 활용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연구소는 “보건복지부가 여전히 대한민국 의료 왜곡의 중심에 있는 저수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것을 알고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라며 "이번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 방안은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지원이나 상대가치점수 총점의 점증 계획도 없이 발표됐다. 저수가 개선이나 의료전달체계의 정상화는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의료 현장에 혼란만 가중 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했다. 

검체 및 영상 종별 가산 폐지, 원가 이하의 수가 정상화 불가능  

연구소는 우선 종별 저수가 구조의 면밀한 원인 분석 없이 일률적으로 이뤄지는 검체 및 영상 분야 종별 가산 폐지는 효과가 없고, 저수가 구조를 더욱 고착화시킬 것으로 우려했다. 

연세대 산학협력단이 2016년에 일산병원 자료를 토대로 수행한 '건강보험 일산병원 원가계산시스템 적정성 검토 및 활용도 제고를 위한 방안‘에 따르면 진료영역별 원가보전율은 전체적으로 78.4%에 불과했다. 진찰료, 입원료, 주사료, 마취료, 처치 및 수술료 등 의사 및 의료인들의 의료 행위와 관련된 수가는 50~80% 수준으로 매우 낮았다. 연구에서 드러난 종별 추정 원가보전율을 보면, 상급종합병원 84.2%, 종합병원 75.2%, 병원 66.6%, 의원 62.2%로 나타나 의료기관의 규모가 작을 수록 저수가로 더 고통받고 있었다. 

각 의료 행위 분야 중에서 원가인 100%를 의미 있게 넘긴 분야는 원가 대비 140%정도의 수가를 나타낸 영상 분야와 145~153% 정도의 수가 수준을 보인 검체 검사 분야 둘 뿐이었다.

연구소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환자 급감으로 인해 고사 위기에 처해있던 수 많은 병의원들이 신속항원검사 시행에 더욱 열심히 참여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라며 "하지만정부는 이번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 조치를 통해 추가로 마련되는 재원을 외과계 및 입원료 보상 강화에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현재 입원료 수가는 원가 대비 46~50% 수준에 불과하고, 처치 및 수술료 수가는 원가 대비 77.6%에 불과했다. 즉, 정부가 밝힌 종별 가산 폐지와 일부과 입원료 가산 폐지 등을 통해 마련하는 5000억원 가량의 추가 재정으로는 입원료와 처치 및 수술 수가의 원가 이상으로의 정상화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정부의 조치 이후에도 검체 검사와 영상 분야는 폭은 줄어들더라도 원가 이상의 수가를 보이고, 입원료와 처치 및 수술 수가는 원가에 못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소는 "정부는 장기적으로라도 수가 수준을 점진적으로 끌어올려 OECD 평균 정도로 정상화시킬 계획은 전혀 없다. 어떻게든 현재의 왜곡된 구조 안에서 윗 돌 빼서 아랫돌 괴고 아랫돌 빼서 윗 돌 괴는 수준의 미봉책만 남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내과, 소아과, 정신건강의학과 입원료 가산 폐지 및 조정 비판  

이번 개편에서 또 다른 핵심은 내과, 소아청소년과,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입원료 가산 폐지 및 조정이다. 하지만 연구소는 의료 현장에서의 중환자와 정신질환자 기피 현상이 가중되고, 소아청소년과의 위기만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했다.

연구소는 "세 진료과에 대해서 입원료를 가산해 주었던 이유는 이들 과들이 수술이나 처치 보다는 투약 위주의 의료 행위가 중심을 차지하고, 비급여 의료 행위가 거의 없다. 고가의 영상 검사도 다른 수술 중심의 과들보다는 적기 때문에 입원 수익성이 낮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연구소는 "현재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넘쳐나는 내과 중환자들로 인해 3차 의료기관들의 입원실과 중환자실은 이미 포화상태이고 더 이상 환자를 입원시킬 수 없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내과 입원 환자에 대한 수가 가산을 없애버리면, 병원들은 수익 구조 개선을 위해서 내과 병상을 줄일 수 밖에 없고, 이는 내과 환자들의 급성기 병상 수 감소로 이어져 많은 생명들이 안타까운 죽음을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정신건강의학 입원료 가산 폐지 역시 병상 수 감축 및 의료 인력 감축 등의 조치가 따라올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소는 "이는 결국 정신질환자의 탈원화를 더욱 조장하고, 입원 치료의 질이 감소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했다.

연구소는 소아청소년과 환자에 대한 연령별 가산 체계 개편은 "이는 신생아실 입원료 보상을 늘리고, 연령이 올라갈 수록 입원료 가산 비율을 낮추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소아청소년과는 진료과 자체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아청소년과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나 국민 건강 유지의 측면에서 필수적인 진료과이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라며 "정부는 소아청소년과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키기 위한 추가 지원책 마련은커녕, 기존 입원 수가도 연령별 조정을 통해서 감축할 계획으로 위기로 더 내몰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결론적으로 "정부는 현재의 건강보험 시스템에서 변화를 시도하고, 고착화되어 지속적으로 문제를 만들고 있는 저수가 체계를 근본적으로 고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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