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환자 치료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한 병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가천대 길병원 등 6개 병원은 30일 서울 영등포구 IFC빌딩 비즈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인공지능 헬스케어 컨소시엄을 출범한다고 밝혔다.
 
컨소시엄은 암 환자 진단과 치료를 돕는 IBM의 AI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를 도입한 곳들로 구성됐다. 컨소시엄은 가천대 길병원 외에도 부산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대전 건양대병원. 광주 조선대병원 등이 참여했다. 컨소시엄 이언 회장(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병원추진단장)은 "컨소시엄에 참여한 병원들이 AI를 무기로 환자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다"라며 "(이들 병원은)암 환자가 쏠리는 소위 '빅5병원'에 대항해 새 판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컨소시엄은 AI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로 등록하고 보건복지부로부터 수가를 인정받는 등의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이날 기자간담회 내용에서 나온 내용을 질의응답으로 정리했다.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병원은 얼마나 되나.

"길병원은 지난해 12월 국내 의료계에서 처음으로 왓슨을 도입했다. 이는 2014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처음 소개된 AI의 암 환자 치료 사례를 보고 2년간 검토한 결과다. 컨소시엄에 벌써 7개 병원이 들어왔고 3~4개 병원이 추가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전체 10개 병원 정도가 될 것이다.

처음 AI를 들여올 때는 찬반양론이 많았다. 하지만 의료 전체를 보면 AI가 하나의 큰 흐름으로 자리를 잡았다. AI는 의료혁신을 이루는 과정이라고 본다."
 
-왓슨의 환자 치료 사례는 얼마나 되나. 환자들이 AI를 믿고 오나.
 
"길병원만 해도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500여건의 암 치료 사례가 나왔다. 환자 치료에 왓슨을 포함해 여러 진료과가 모인 다학제(多學際) 진료가 가능하다. 왓슨은 치료 가이드라인이 8번 업그레이드될 정도로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의사도 30년 전에 공부한 내용과 지금 공부하는 내용은 하늘과 땅 차이다. AI는 환자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한 과정이다.  
 
길병원의 경우 그동안 암 환자가 인천에서 서울로 빠져나가는 것이 문제였다. AI를 도입했다고 해서 환자들이 다시 인천으로 몰려오지는 않는다. 다만 내부적으로 AI를 이용해 환자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삼성서울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은 환자가 길병원으로 오는 사례가 생겼고, 길병원에 전혀 오지 않던 지역의 환자도 오기 시작했다."
 
-AI로 빅5병원(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에 쏠리는 환자를 일부 데려온다는 것인가.
 
"암 환자의 70%가 빅5라고 불리는 일부 수도권 병원에 몰리고 있다. 환자들은 특정 교수에게 진료를 받기 위해 3개월이 넘는 예약 대기를 걸고 고작 3분 진료를 받는다. 환자들이 치료를 빨리 받도록 의료접근성을 높이려면 AI가 필요하다. AI를 이용하면 지방 병원의 치료법도 환자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지방 병원도 빅5병원과 겨뤄볼 만하다고 본다." 
 
-AI 헬스케어 컨소시엄은 어떻게 만들게 됐나. 컨소시엄의 목적은 무엇인가. 
 
"올해 7월 AI를 도입한 병원들이 연합해 컨소시엄을 만들어보자고 했다. 8월에는 운영위원회, 빅데이터 및 공동연구위원회, 진료활성화 위원회 등을 구성하기로 정했다.  병원들이 미국에서 만든 왓슨을 도입하다 보니 건강보험 심사 기준 등 국내 실정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었다. 이를 위해 컨소시엄은 왓슨의 현지화(localization)를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컨소시엄은 환자 치료에 AI를 이용하면 건강보험으로부터 수가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기로 했다. 또 병원들이 AI를 이용해 쌓은 진료정보나 암 유전체 빅데이터를 공유하는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다. 향후 정기 심포지엄을 열고 공동 출자기업도 설립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왓슨이 별로 인기가 없다는 소식도 들린다. 빅5병원은 자체적으로 한국형 AI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개별 병원 차원으로 IBM과 계약을 했다. 병원들이 연합해서 진료정보를 공유하는 국내 사례와는 성격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 병원도 환자를 치료할 때 AI가 절대적으로 옳다는 의미는 아니다.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보겠다는 것이다. 컨소시엄을 통해 AI 진료지침의 표준화를 이뤄서 전체 대형병원에 공유하고 환자 치료에 기여하는 부분을 찾아보겠다. AI를 이용한 치료가 수가를 받게 되면 지금보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다.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등이 한국형 AI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은 AI기업인 뷰노나 루닛과 구현한다고 한다. 해당 병원(기업)은 AI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받고 수가도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대형병원들은 다양한 의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 활용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앞으로 대형병원들이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다양한 산업군의 참여를 통해 시너지를 낼 것이다." 
 
-다른 병원이 왓슨을 도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병원은 IBM과 비밀 유지 서약을 했기 때문에 비용 부분은 공개할 수 없다. 왓슨을 공짜로 들여온 것은 아니라는 사실만 말할 수 있다. 컨소시엄은 AI 도입 여부와 관계없이 AI에 관심있는 병원, 또는 의사들에게 문호를 개방한다. 컨소시엄이 의료계에서 활성화된다면 '빅5병원'이라는 개념은 크게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컨소시엄에 'AI 6병원'이라는 명칭을 붙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앞으로 AI를 중심으로 의료계에서 큰 판을 짤 것으로 기대한다."